행사와 사진에서 연출에 관하여
행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가 있다.
첫 번째, 전혀 자연스럽지 않는 코너나 의전을 넣어달다고 하는 경우 답답하긴 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두 번째, 자연스럽게 하기 위한 준비나 리허설을 하자고 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하자니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준비를 해야만 자연스럽게 된다.
이걸 납득시킬 방법이 없다.
또 다른 하나는 ‘심플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자연스럽게’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심플하게 하자면서 추가하는 내용이 점점 늘어난다.
꼭 해야만 한다고 한다.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없지만 행사 직전에 추가되는 일만 없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
두 번째, 그건 너무 심플하지 않냐며 심플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해달다고 한다.
뭔가 덕지덕지 붙지만 누더기만 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심플하게 하려면 훨씬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걸 이해시킬 방법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구린’ 것을 선호하는 경우다.
정신 승리를 동반하여 요청하기 때문에 우리도 또 다른 의미의 정신 승리로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즉,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무엇이 최악인지 알 수 없지만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걸리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 그리고 세 가지 모두를 갖추는 경우는 아직 당해보지 못해서 어떨지 상상이 안 된다.
(사진은 본문과 상관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