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 I 사라져 가는 CD
가족 전체가 모여있는 단톡방이 있다.
왜 조카들까지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말하는 사람과 내용이 거의 정해져 있다.
어른 삼 형제와 늦둥이의 소식을 어머니께 전하는 큰 아들의 영상과 사진.
아무리 사촌 동생이 귀여워도 절대로 답변을 남기는 법이 없다.
중 2병, 초 4병 등 이름은 달라도 모두 사춘기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라 믿고 있다.
단, 금융치료와 연계된 경우는 예외다.
며칠 전 둘째네, 둘째 딸의 생일을 축하하는 톡이 오갔다.
물론 주인공은 그저 단답형으로 대답할 뿐이다.
또 며칠이 지나고 생일이었던 조카가 개인톡을 보내왔다.
‘큰아빠, 저 선물 사주세요’
원하는 선물은 카톡으로 남기라는 나의 메시지를 캡처한 이미지와 함께.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며 이런저런 톡이 오가고
이윽고 선물은 유명 아이돌의 CD라고 한다.
뭐든 사줄 의향이 있었는데 음악 선물을 원하니 그것조차 대견하다.
흔쾌히 승낙했는데 득달같이 추가 멘트가 붙는다.
‘해린 버전이어야 합니다’
아~ 특정 멤버를 좋아하는구나.
아~ 요즘은 옵션 가격(13,000원)이 CD 가격(15,000원)에 육박하는구나.
또 며칠이 지나고 둘째 동생과 다른 건으로 통화하다가
조카의 생일 선물 이야기가 나왔다.
“형, 그거 아나? 우리 집에는 CD 플레이어가 없어”
헉. 그 비치백이 메인이고 CD는 들러리에 불과했구나.
아내에게 사건의 전말을 전달하며
요즘 시대의 바뀐 음악 감상에 대해 열변(?)을 토하려는 순간
“남편, 우리 집에도 CD 플레이어가 없어”
대학생 때 큰 마음먹고 부산 깡통시장에서 구매한 CD 플레이어가 분명 있었는데.
아내가 몇 번 버리려고 했지만 허락하지 않아서 이번 이사할 때 말없이 실행했다는 것이다.
화낼 틈도 없이 그동안 CD 플레어어가 없어진지도 몰랐다는 사실과
나 역시 어플이나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이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지만
혜성 같이 등장해 CD 플레이어 소유 여부에 따라
문화 생활 수준이 달라지던 때가 너무 아련하게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건 별로다.
오늘은 음악이라도 90년대 초반 유행하던 것들을 들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