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職業)

내 아이에게서 배우는 것들 4.

by 노완동

“바람은 도망가고 햇빛은 따뜻해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을 무렵

추울까 봐 걱정하며 연신 옷깃을 여며주는

엄마를 향해 아들이 무심히 던진 말이다.


이런 시적인 표현을 쓰다니 감탄했지만

조금 냉정하게 추정해 보면

어떤 영상에서 의인화된 바람이 도망간 적이 있을 테고

따뜻한 햇빛 쪽으로 오라는 엄마의 반복된 잔소리가

우연히 연결된 것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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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창작물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표절과 창작의 경계는 그렇게까지 뚜렷하지 않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것을 몰래 훔치지 않겠다는 결심과

혹시 무의식 중에라도 따라한 것은 아닐까

엄격히 검열하는 자세는 무엇보다 소중할 것이다.


IP 하면 인터넷상의 주소(Internet Protocol)보다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이 먼저 떠오르는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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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똑같은 말을 듣은 장모님께서는

외손주가 나중에 시인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놀라워하셨다.


그래, 시인도 자신만의 IP를 만들어 내는 것이니 나쁘지 않을 듯도 하다.


AI가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는 판국에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시인은 멋진 문장을 지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즉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본질일 테니

지금과는 또 다른 형태로 분명 살아남을 거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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