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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완동 Jul 16. 2024

안전(安全)

내 아이에게서 배우는 것들_6.

아들이 다칠까 봐 전전근근하는 엄마는
아직은 속도가 그렇게까지 빠르지 않고,

내리막에서도 그냥 막 타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땀이 많은 아들을 위해

더위가 한창인 요즘에는 헬멧을 꼭 써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개구리 DNA를 타고 난 녀석은 종종 헬멧을 찾는다.

분명 안전 때문이 아니라 어디서 본 것이나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리라.


--

토요일 이른 아침, 상대적으로 덜 더운 때에

시간도 보낼 겸 킥보드를 타기로 했다.


“헬멧을 써야 해요”


땀이 나면 벗겨주면 되지 싶어서 채워주었는데

킥보드는 버려두고 공동현관 유리문에 머리를 살짝궁 박는다.


“머리가 단단해졌어요”


순식간에 킥보드 타기에서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놀이로 변경된다.

온갖 기둥과 나무가 박치기 대상이 된다.


나무는 아플 수 있다고 하니 그냥 땅바닥에도 박는다.

누가 볼까 두려운 시절은 이미 지났다.

짱구 짓하는 걸 부끄러워하면 아들의 아빠는 될 수 없다.


킥보드이건 공룡 놀이이건

헬멧은 아들의 머리를 확실하게 보호하고 있으니

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

너무나 오래도록 아픈 기억인 세월호는 안전보다는 돈에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채해병 사건은 안전보다는 공명심에

눈이 멀어서 생겨난 비극은 아닐까.


우리가 접하는 대형 사고의 대부분이

불가항력적 힘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는 이득 때문에 생긴

참사란 점에서 우리 모두 더욱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거 같다.


--

그나저나 안전을 위해 헬멧도 중요하지만

무릎보호대도 추가로 구매해야 할 거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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