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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期待)

OTT I 중증외상센터

by 노완동

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의 병사들이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명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며 공리주의적 질문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미국 프로 스포츠를 오랫동안 좋아해서 - 아~ 내일 59회 슈퍼볼이 펼쳐진다 - 학창 시절에 많은 스포츠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 시스템이 특히 부러웠다.


사실 그보다 훨씬 더 부러운 건 단 한 명이라도 자국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점이다. 윤리적, 도덕적 문제는 차치하고 본인이 미국인이라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기실 세상은 그렇게 공정하게 돌아가지도 않는다.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이런저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일단 우리가 얼마나 발전된 사회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우리의 70~80년대에는 물론이요, 현대의 다른 많은 국가에서도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특별한 시스템은 꿈도 못 꾸는 것이 현실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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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심플한 드라마이다.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환경을 깔고 있지만 주인공은 초인이고 선과 악은 명백하게 갈린다. 모든 문제는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속 시원하게 해결되고 답답하게 전개되는 지점도 없다. 의학 드라마의 흔한 사랑 타령, 눈물겨운 신파도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원작자가 의사인 덕분에 수술의 디테일도 거의 완벽해 보인다.


판타지에 가까운 이 드라마가 정말 리얼하게 다가오는 건 우리는 실제로 매우 비슷한 경우를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국종 교수의 개인적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그에 비례해서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그만큼 나아졌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


인기 절정의 이국종 교수가 왜 그리 냉철하고 비판적인 인식을 유지했는지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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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즐기면 되는 거지 드라마를 보며 우리네 현실을 너무 많이 떠올리는 건 꼰대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늘도 현장에서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외과의사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건 단지 이타적인 마음에서가 아니라 나 역시 언제든 사고를 당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중증외상센터를 감당할 수 있다면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이에 대한 투자가 분명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끝.

제목 I 중증외상센터 (The Trauma Code: Heroes on call)

장르 I 의학드라마

회차 I 8부작

원작 I 한산이가 · 홍비치라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출연 I 주지훈, 추영우, 하영, 윤경호, 정재광 外

채널 I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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