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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정엽 대만은 지금 May 06. 2021

언어의 마술사 북한 김여정의 유튜브 채널이 있었다면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 뉴스를 보다 한 메모들을 모아서 써 봤습니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향해 비방한답시고 던진 말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기상천외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북녘 땅에 살고 있는 공산당원들은 언어 제조기를 개발했나 싶을 정도다. 언어의 마술사 같기도 하다. 이들이 던진 말에 계속 관심이 간다.


판문점 선언 후 3년이 지났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은 올해 1월 남북관계는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 따위는 헛짓거리에 지킬 의무가 없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전세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감격스러웠던 그 순간들은 그저 쇼에 불과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북한이 우리를 속였다. 늘 그래왔듯이.


2021년 5월 2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당기관 언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 관한 뉴스를 봤다. 이번 담화는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 전단을 두고 발표됐다. 여기에는 ‘쓰레기’, ‘탈북자놈들’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김여정은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더러운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그러자 우리나라 경찰청은 같은 날 바로 경찰청장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참으로 거침없는 협박이 아닐 수 없다. 김여정의 하명에 우리나라 기관이 움직이는 모양새로 느껴진다. 더군다나 올해 1월 시행된 개정법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릴 수 없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모든 수사를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경찰청장이 이를 무시하면서까지 김여정의 하명을 받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여정은 2020년에도 대북 전단을 뿌린 탈북자를 두고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 “글자나 겨우 뜯어볼까 말까 하는 바보들”, “ 똥개”, “오물” 등의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을 썼다. 그리고 우리 국민의 혈세로 개성에 세운 공동연락사무소를 날려버렸다. 탈북자 전단으로 양양대는 김여정을 향한 아가페적인 사랑에 빠진 우리 정부는 ‘내 탓이오’를 택했다. 그럴 것이라고 이미 예상한 터라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월 27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한 판문점선언을 강조하고 북한의 올림픽 불참 결정을 우리 정부가 설득하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 이날은 판문점 선언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에 북한의 대응은 무관심으로 일관한 ‘침묵’이었다.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마치 짜고 친 고스톱 마냥 판문점 선언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이가 엄마에게 뭐 사달라고 보채지만 엄마는 아이의 요구를 무시하는 형국처럼 느껴졌다. 무관심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떠올랐다.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한국의 ‘국방개혁 2.0’을 두고 ‘북침준비 2.0’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결 광기와 군사적 열세에서 출발한 공포의 산물”이라고 칭했다. 짧고 강한 멘트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논평은 북한처럼 하는 것이다. 특히 대북 논평은 더더구나 그렇다.


김여정은 3월 16일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아려울 것"이라고 했다. 남북 정상이 함께 한 그때를 3년 전의 따뜻한 봄날로 묘사하고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보통 외교 담화를 보면  특정 표현을 인정하기를 거부할 때 에둘러 표현한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북으로부터 새, 소, 개 등에 빗댄 조롱을 많이 들어오고 있다. 북한은 남녘땅을 동물농장으로 여기는 것 같다.


3월 30일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라고 했다. 탄도미사일에 표한 우려 때문에 앵무새, 즉, 새대가리 소리를 들었다. 매우 절제된 표현으로 보인다.


2019년 8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도 양천대소할 노릇”이라며 광복절 경축사이서 언급한 평화 경제 구상을 비웃었다. 삶은 소대가리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말을 단졌다. 조평통은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같은 해 8월 11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은 청와대에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렂게 짖어댄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에선 쓰는 언어가 다르므로 담화문의 진의가 무엇인지 보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거 이 뉴스를 접한 뒤, 청와대를 개에 빗댄 것이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한 청와대를 보며 권정근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의 말에 십분 공감했다. 그리고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은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던 적이 있는지 청와대에 묻고 싶다.


북한은 우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올해 1월 김여정은 우리 정부와 합참을 향해 “특등머저리들”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머저리도 모자라 등급이 가장 높은 특등이다. 우리를 향해 욕했으니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자꾸만 그 표현에 감탄사만 나왔다. 그특등 머저리라는 말을 곱씹다보니 정겨움마저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신동아 5월호에는 김여정이 특등 머저리라고 칭한 합참이 북한 미사일 정보를 행전안전부와 공유를 안 해왔다는 단독 보도가 나왔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



https://shindonga.donga.com/3/all/13/2584456/1


문 대통령은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김여정과 공산당 신봉자들이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욕해 기분이 풀린다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런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를 제대로 꿰뚫고 있는 김여정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면 좋아요와 구독에 알림설정까지 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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