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후쿠오카.
그 시절의 나는 부산시(부산광역시)에 살던 나는 중구 중앙동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이곳은 높고 낮은 오피스 산을 넘으면 바닷바람 거세게 몰아치는 부두가 가까이 있는 곳이다. 컨테이너 싣고 다니는 화물선도 많지만 여객터미널도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코비, 비틀, 카멜리아 등등 귀여운 이름을 가진 배를 타고 일본에도 갈 수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서울보다 후쿠오카를 더 자주 갔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 타고 가면 왕복 10만 원 이상 교통비를 지출해야 했다. 내 기억에 카멜리아 금요일 저녁 출발 일요일 저녁 도착 2박 3일 왕복 99,000원으로 초저가 할인을 하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다. 비행기가 아무리 할인을 해도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코비 / 비틀 쾌속선 보다 내가 주로 이용하던 것이 카멜리아이다. 쾌속선은 3시간 이내로 도착하는 노선이지만 규모가 작은 배라 날씨에 큰 영향을 받아서 결항이 잦다. 코비의 결항으로 불편을 경험해 본 후에는 크루즈선인 카멜리아만 이용했다. 감사하게도 회사에 미리 여행 계획을 말씀드리면 저녁 6 시인 퇴근시간보다 10~20분 일찍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버스나 전철 탑승 없이 바로 부두로 뛰어가서 여권이랑 티켓 보여주면 출국 수속이 마무리되고, 시내면세점에서 구입한 면세품 찾고 바로 탑승한다. 탑승하면 9시~10시까지 부산항에 그대로 정박해 있다가 새벽 1시 즈음 슬슬 출발한다. 그리고 눈을 떠 보면 벌써 후쿠오카다. 배에 승선을 하면 부산항 바다 위 이 배는 이미 작은 일본이다. 엔화가 사용되는 자판기에는 아사히 맥주가 가득 차 있고 , 노래방, 식당, 대욕장까지 부족함이 없다. 배에 오르자마자 친구와 함께 항구 풍경 바라보며 따뜻하게 목욕하고 나서 미리 준비해 간 치킨 또는 분식류를 시원한 아사히 맥주 한 캔과 함께 마시면 몸은 노곤노곤 해지고 반짝반짝 부산항의 모습과 함께 꿈을 꾸며 잠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고 분주히 움직여 씻고 화장하고 하선을 기다린다. 이미 하카타항(하카타와 후쿠오카가 행정구역 개편으로 후쿠오카로 통합되었다. 항구와 기차역은 하카타라는 지명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에 도착했지만 일본 세관 공무원 근무 시작 시간인 9시가 되어야 입국 수속을 시작하고 그대로 내리면 오전 10시엔 후쿠오카 시내에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크고 넓은 크루즈선이라 지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하면서 배 위에서 지내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고, 밤에 자는 시간을 활용해서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후쿠오카는 비행기를 타도 부산에서 45분 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라 앉아서 안전벨트 하고 이륙하자마자 착륙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공항까지 이동하고 수속하기 위해 대기하고 미리 이동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배를 타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었다. 이렇게 배를 타고 후쿠오카를 간 것만 5~6회 이상은 되는 듯하다. 그 시절엔 부산과 서울 차이가 10년이라고 할 정도로 서울에서 유행하는 브랜드나 먹거리가 부산까지 오기에는 너무 느림보 걸음이었다. 그래서 서울에 친구 만나러 갈 일이 있으면 말로만 듣던 새로운 문화를 찾아다니느라 정신없었던 기억이 난다. 후쿠오카가 일본의 소도시라고 해도 우리나라보다 서울보다도 훨씬 발전된 문화로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 많고 윈도쇼핑만 해도 즐거운 나의 그 시절에 후쿠오카라는 도시의 매력에 더 빠져들었던 것 같다. 결혼 전엔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엑스세대 여성이라 출국길에 면세로 수입 화장품만 구매해 줘도 백화점 가격의 절반정도로 살 수 있으니 이로 뱃삯이 빠지고 여행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계산하에 틈만 나면 후쿠오카로 갔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은 내 친구 안짱과 그 시절의 우리를 추억하기 위해 그려졌다. 오랜만에 다시 후쿠오카를 방문하게 된 이번 여행은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특별한 여정이었다. 오롯이 우리끼리 그 추억여행을 함께 하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달린 혹이 있었으니 안짱은 1명이지만 난 3명이다. 게다가 넷 모두 남자다. 헛웃음만 나온다. 이런 운동부 동계 훈련 같은 느낌의 여행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모두 말을 못 하고 입만 벌린 채 어떻게???라는 반응이다. 그래도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미리 일러두었다.
"나와 안짱의 추억여행에 너희를 끼워 준 것이니 주인공은 우리야!!!"
"우리의 여행이 즐겁고 풍요로울 수 있도록 많이 너희가 많이 도와주어야 한단다."
거의 주문을 외우듯이 아이들에게 계속 이야기한 것 같다. 내가 후쿠오카를 10번 넘게 가 본 사람으로서 웬만한 동선은 꿰고 있기 때문에 어딘가 찾아다니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또 후쿠오카의 최대 장점은 후쿠오카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로 15000원 정도의 비용을 들이면 20분 내로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그 시절엔 얼마라도 아끼기 위해서 버스 타고 전철 타고 힘겹게 캐리어 들고 갔으나, 이제는 쓸 땐 쓰고 몸이 덜 피곤해야 여행이 즐겁다는 주의로 공항에서 바로 택시 승강장으로 간다. 다시 출국할 때도 시내에서 최후의 시간까지 실컷 놀다가 수속시간 적당히 남기고 택시에 올라타도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으니 쉽고 편리하게 일본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딱 좋은 곳이다. 물론 도쿄 오사카 등 후쿠오카 보다 훨씬 크고 좋은 도시들이 많지만 유명하고 화려한 관광지를 가기보단 소소한 일상을 일본에서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인 곳이다. 난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또 일본을 갈 기회가 있다고 해도 후쿠오카를 선택할 것 같다.
이번 여행 스케줄은 전적으로 내가 짰고, 여행 구성원들에게 후쿠오카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수집해서 작성했다. 그 시절 혼자 또는 친구와 자유롭게 다니던 후쿠오카와 달리, 이번엔 남자아이 셋과 함께라서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앞섰다.
이야기는 2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