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이 많았던 2020년의 마지막 달을 맞으며
“임직원 여러분을
온라인 송년회에 초대합니다.”
정신없이 바쁘던 지난주, 인사팀으로부터 온 한 통의 메일에 잠시 멍해졌다. 온라인 송년회에 초대한다니. 어느새 12월이 되었구나 싶었다.
분명 연초에 봤던 사주팔자에 따르면, 2020년은 나에게 대길의 해였고, 하는 것마다 잘되리라는 호언장담까지 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날들은 모두 지나갔으니 안심하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코로나를 만나 준비하던 신제품이 결국 중단되고, 마케팅 비용이 삭감되었으며, 내가 좋아하고 의지하던 분들이 퇴사하거나 휴직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직하기 전 직장은 여행업에 속했기에, 코로나 영향이 너무도 컸다. 정부 지원으로 겨우 월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이미 떠난 곳이지만, 선후배와 동기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또, 친구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더니 스트레스 해소가 잘 되지 않았던 듯하다. 처음으로 불면증이라는 것을 겪어봤다. 잠을 잘 자게 도와준다는 영양제도 복용해보고.
그리고 정말 소소하지만, 내 머리를 믿고 맡기던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이 잠시 휴직이라더니 결국은 퇴직하셨다. 아는 분들은 아실 거다. 다시 믿을만한 분을 찾아야 하는 이 괴로움…
지금 다니는 회사는 코로나 이후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내 담당 브랜드는 힘들지만). 경기와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모두 구매하는 필수재, 게다가 그 분야의 1위에 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집에만 있는 덕분에 그간 미뤄두었던 일들을 시작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브런치.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글 쓰는 즐거움을 다시금 알게 해 주었다. ‘작가’라는 부캐, 참 좋다.
주말마다 약속이 있던 작년을 뒤로하고, 올해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코시국에도 생각나는 사람,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누군지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또, 나의 상태에 온전히 깨어있을 수 있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조금이라도 아픈 게 느껴지면 바로 병원에 가고, 나의 감정에 대해 더 진득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솔직해졌다.
아, 이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도 첨단 테크놀로지에 익숙해졌다는 것. 화상 회의 배경을 바꾸는 것이 한 주의 가장 즐거운 일들 중 하나인 때도 있었다. 지금 배경은 동남아의 어느 아름다운 해변가.
나에게는 12월 초가 되면 늘 연말 결산(?)을 시작하는 습관이 있다. 연초에 결심했는데 시작조차 못한 것이 있으면 최소한 12월에 뭐라도 해두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야 죄책감이 덜어지는 기분이라서.
그런데 올해는 안 하려고 한다. 한 해를 롤러코스터처럼 보냈으니까, 인생에서 이번 한 달 정도는 특별히 더 느슨하게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느슨하게’ 보낸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하고 적었다가 지웠다. ‘느슨하게’를 정의하려고 하는 것부터가 느슨하지 않다. 제발 깐깐하게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핫초코를 마시며 멍하게 있자. 몸과 생각을 녹여주는 핫초코 최고.
아무튼 다가오는 2021년에는 어서 이 전염병이 잦아들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 12월만큼은 느슨하고 행복하기를.
※Image source (이미지 출처)
P1: https://bit.ly/39rSp8L (cropped/비율에 맞춰 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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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사이트에서 가져온 이미지이기에 영문 안내를 함께 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