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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기억되지 않지만, 경험은 영원히 남는다

여행은 계획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다.

by 여지행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여행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가 되어버릴 때가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어렵게 떠나는 만큼, 최상의 효율을 얻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여행도, 인생도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막상 지나고 보면, 계획과 달라졌다고 해서 후회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변수 속에서 새로운 경험이 쌓이고, 더 깊은 추억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을 통해 완벽한 계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배운다.


사실, 우리가 계획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 여행이 우리에게 줄 가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 교수의 강연에서, 경험의 소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었다.


"경험을 소비하라."


"돈을 어떻게 쓸 때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는 소유를 추구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존재를 경험하는 삶을 살 것인가?"


"소유를 위한 소비는 순간의 만족을 줄 수 있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새로운 옷이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자동차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까?"

"하지만 어떤 경험은 나를 바꾸고, 내 삶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준다."

"여행은 그런 경험을 사는 소비 중 하나다."

"소유물을 늘리는 데 돈을 쓰지 말고, 경험을 늘리는 데 돈을 써라."


그렇다. 우리는 경험을 위해 계획한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도 결국은 경험이다.

우리는 자주 이를 잊고, 계획이 어긋날 때마다 실망하곤 한다.

그러나 계획은 준비를 위한 최선일뿐, 여행 전체를 완벽하게 조율할 수는 없다.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조차도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결국, 어떤 경험도 소중하다.

우리가 상상했던 일정과 달라진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 차이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가치를 느끼고,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는다.


계획은 기억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마주한 수많은 변수 속에서,

우리가 직접 부딪히고 체험한 순간들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그러니 너무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애쓰지 말자.

경험을 위한 준비는 필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이야말로 가장 찬란한 경험이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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