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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위에서는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가장 아름다운 장면 속에 서 있다

by 여지행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위에 서면, 역설적이게도 에펠탑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가장 멋진 장소에 올라와 있지만, 정작 그 순간에는 그곳의 전경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늘 그 도시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를 먼저 찾는다.


에펠탑에 오르면 파리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는 있지만, 에펠탑 자체는 볼 수 없고,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 위에서는 카를교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가장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지만, 가까이 있을 때는 좀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삶의 멋과 풍미, 그리고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그것을 지니고 있을 때는 종종 흐릿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우리가 더 늙고 더 지친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그때가 참 괜찮았구나” 하고 말이다.


우리는 늘 더 멀리, 더 높이 올라가야만 더 좋은 것을 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더 크고 더 대단한 무언가를 좇다 보면, 지금 발 딛고 있는 자리의 소중함은 놓치기 쉽다.

마치 에펠탑에 오르면 에펠탑을 볼 수 없고, 카를교 위에서는 카를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꿈꾸는 최고의 순간 역시, 정작 그 순간 안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온전히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

매일같이 쌓아가는 소소한 행복,

평범하고도 익숙한 하루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멀리 있을 것만 같았던 그것이, 실은 언제나 바로 곁에 머물러 있었다.

어디에 서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마음으로 그 순간을 바라보느냐가,

그것이 진정한 행복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지금 당신이 있는 자리, 이 순간.

어쩌면 누군가는 당신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당신의 모습, 정말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요.”


그리고 어쩌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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