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한 달 살기 2주 남기고 깁스한 엄마
왜 그때 뛰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허무하고, 억울하고, 마음이 복잡하다.
1주일 전 남편이랑 면세점에 미리 들렀을 때
선글라스 하나가 눈에 딱 들어왔다.
미국 갈 준비로 이것저것 지출이 많았던 터라
괜히 또 남편한테 미안해서
“아냐, 안 써도 돼” 하고 그냥 지나쳤다.
근데…
그게 자꾸 생각나는 거야
이런 나를 아는 남편은 그냥 그때 사지 그랬냐며
결국 일주일 뒤,
친구들이랑 점심 약속이 시청 근처에 있어서
조금 일찍 나와서 면세점에 들러서 결국 샀다.
그리고…
GTX 타러 가는 길, 시간에 쫓겨 서둘러서 한 발 뛴 순간
꽈당.
평소처럼 넘어지지 않고 잘 버텼다 하고 다음 발을
딱 디딘 순간
‘아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식은땀이 쭉— 나고, 발을 제대로 디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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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족골 골절
병원에서 들은 말.
“중족골 골절입니다.”
다른 말은 귀에 안 들어오고,
그 한마디만 머리에 딱 박혔다.
그날 하루
친구들이랑 점심 먹고,
선글라스 사고,
넘어져서 절뚝이며 평소 속도의 반의반으로 아이 데리고
운전까지 해서 학원 데려다주고 병원 가서
결국 깁스까지.
이게 다 하루에 있었던 일이다.
진짜 뭐 한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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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은 결국 1주일 미뤘다
원래라면 딱 일주일 뒤 비행기였는데
비행기 타고 14시간을 날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대로 가는 건 너무 무모하단 걸 인정하게 됐다.
아이 캠프 첫 주는 취소하고
비행은 1주일 미루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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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간다. 다만, 조금 늦게
에어캐스트, 휠체어 예약, 얼음팩.
짐 목록이 바뀌었지만
마음만큼은 그대로다.
지금 나는
한쪽 다리엔 붕대를 감고,
한 손엔 아이스팩 들고,
다른 손으론 바퀴의자 밀면서
미국 한 달 살이 짐을 싸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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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로 미국 간다고요?
네, 진짜요.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여행을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