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는 샀고, 대신 깁스를 얻었다

깁스해도 나는 엄마다

미국 출국 1주일 전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타이트한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이 학교 데려다주고,

친구들이랑 점심 약속이 있었고,
그전에… 결국 다시 면세점에도 들렀다.

일주일 전엔 남편이랑 선글라스를 보긴 했는데
괜히 돈 아깝단 생각에 그냥 지나쳤던 거.
그게 며칠을 아른거리길래 나의 성격을 아는 남편이 그냥 사라고 했다.

예쁜 선글라스까지 샀으니,

이제 여행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에 쫓겨 뛰다가 휘청하는 내 몸을 또 잘 유지했다 생각했던 순간..;;
GTX 타야 하는 시간이 애매해서 뛰어도 괜찮겠지 했는데 인생은 타이밍이라더니..

한숨 들이쉬고

다음 발을 내딛는 순간


‘아 이거 그냥 삔 게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엄마니까

일단 절뚝이며 지티엑스를 타고 동네에 가서

아이 하교시키러 갔고, 운전해서 학원도 데려다줬다
그리고 나서야 보이는 내발


잔뜩 부은 발로 절뚝절뚝 병원 갔더니 예상치 못한
중족골 골절.
거기까지는 이해했는데…
목발까지 쥐어주실 줄은 몰랐다.


사실 그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 기억에

하나도 안 남는다 그저 저 미국 가야 하는데요?

하는 순간만 머릿속에 맴돌 뿐

그 와중에 깁스하고 목발 짚는 거 간호사선생님이 보더니
“처음 하시는 거 맞아요?”
칭찬까지 받음

의사 선생님은 운전하면 안 된다고 하셨지만

일단 병원에 가져간 차도, 학원에 있는 애도

집에 데리고 와야 하니까는

깁스한 발로 천천히 조심조심 집에 가지 않고....


아이 친구들과 약속된 모임에도 다녀왔다.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엄마는 오늘도 해낸다


모든 일정을 어찌어찌 마치고 집에 와서
그날 저녁, 나는 곧장 검색창을 켰다.

‘깁스 꿀템’ ‘골절 2주 후 미국’ ‘휠체어 공항’
이런 거 줄줄이 검색하면서
별점 높은 거 싹 다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음…

남편은 한쪽에서
“아직 여행 미정인데 뭘 벌써…” 했지만
내 마음속은 이미 결심했어.

“나는 간다.
어차피 갈 거면 불편하지 않게 간다.
인생은 템빨이다.”

그렇게 시작된 내 깁스템 쇼핑의 세계.
(앞으로 시카고까지 이 템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5편쯤에서 다시 얘기하자…)


이 모든 게 하루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아직도 안 믿기네 진짜..^^


(근데 지금 봐도 예쁘긴 하다 면세점에서 어떻게 수령할지는 여전히 걱정되지만)


다음 편에는

손바닥에 물집 생길 만큼 목발 짚으며 울컥했던 순간,

그리고 그 와중에도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에 대해 쓸 예정.


아, 그리고 이 모든 순간에도

나는 미국 갈 짐을 싸고 있다는 점도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