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보이는 내 감정들
그날 저녁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나더라
미국 병원비 무서워서 아이 콧물, 기침 한 번에
과하게 대응하고 비상약 바리바리 싸놓고 나선
엄마인 내가 뛰다가 넘어져서 깁스를 하다니..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기 시작했다.
반깁스 하고 목발을 처음 짚어봤다.
근데 ,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건 줄 몰랐다.
그냥 손으로 짚고 움직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팔, 어깨, 허리, 손바닥… 온몸이 다 아프다.
땀은 땀대로 나고,
손바닥엔 물집이 생기고,
팔은 내 팔이 아닌 것처럼 후들거리고.
냉장고 문 여는 것도 한참 걸리고,
화장실 가는 거조차 큰 미션이었다
진짜 체력이 탈탈 털리는 게 뭔지 알겠는 기분.
그러다 학교 데려다주고 오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내 다리를 보고 말하셨다.
“아이고… 어쩌다 그렇게 많이 다치셨어요. 조심하세요.”
그 말 한마디에 그냥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게 그렇게 내 마음을 흔들 줄이야.
7년 만에 다시 받는 돌봄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 이후로
누군가한테 돌봄을 받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내가 다 알아서 하고 살아왔는데,
이번엔 진짜 몸이 안 따라주니까
어쩔 수 없이 남편한테, 친정엄마한테 다 맡기게 되더라.
엄마가 밥 차려주시고
남편이 빨래 널고 애 씻기고…
가만히 누워서 그걸 바라보는 내가
참 낯설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괜히 마음 한편이 이상해지고,
내가 아파도 되는 사람인가?
그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는 도움받는 연습 중
그리고, 아이 라이딩 문제
다친 날부터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게
“그럼 애 학원은 어떻게 데려다 주지?”였다.
평소엔 내가 다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풀타임 라이딩 담당이었는데
깁스하고 나니까 도저히 운전도 못 하겠고…
급하게 셔틀 있는 학원 쪽으로 조정하고,
시간표 다시 맞춰보고,
진짜 말 그대로 일시적 시스템 개편 들어감ㅋㅋ
고마운 친구 엄마들
그리고 정말 고맙게도
아이 친구 엄마들 몇 분이 자기가 픽업해 주겠다고 먼저 연락 줬다.
누가 언제 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그냥 조용히 톡 와서
“내가 태워줄게요. 걱정 마요.”
그 말 들었을 때,
목발 짚고 있는 손은 아프고
마음은 울컥하고
진짜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나, 그래도 잘 살았네.”
사람 복이 있구나 싶었다.
그때 그 마음, 진짜 오래 기억날 것 같다.
목발 짚는 것도, 도움 받는 것도,
감정이 요동치는 것도
그냥 지금은 연습 중이라고 생각하려고 해.
안 되던 걸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시간이라고
나한테 말해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