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길 잘했네, 이래저래

뛰다가 다쳤다는 사실도 충격인데
그보다 더 나를 멘붕에 빠뜨린 건
그럼 2주 후 미국은 어떡하지?”

캠프, 항공권, 학원 스케줄, 체험학습 일수까지
이미 다 세팅 끝났던 상황.
다리는 깁스했지만, 머릿속은 더 복잡했다.

의사 선생님들 표정이 말해줬다

여러 병원을 다녀봤는데
의사 선생님들 표정이 하나같이 묘했다.
딱히 가지 말라고 하진 않았지만
말끝을 흐리면서
“미국 병원비 많이 드니까 조심하세요…”
“장시간 비행 후유증이 생기면 어쩔 수 없어요”

솔직히…
'가지 마세요'보다 그 말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결국 고민 끝에, 비행은 1주일 연기

밤마다 계속 고민했어.
이대로 가는 게 맞을까? 무리해서 출발했다가
비행기에서 상태 더 안 좋아지면 어쩌지?

(사실 미국 병원비가 제일 무서웠..)

그러다 결국
아이 캠프 첫 주 취소시키고,
비행도 딱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결정하자마자
그동안 묶여 있던 것들을 쭈르륵 풀기 시작함ㅋㅋ

체험학습 일수 조정부터 면세점까지 총정리

초등학교 체험학습 일수 조정 문의 넣고
원래 연간 20일 넘었었는데, 딱 20일 맞춰짐

학원 보충 수업 일정도 변경 완료

그리고… 중요한 거
내 디올 선글라스 면세점 픽업일도 변경 완료됨


누가 보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 조정 하나하나가
깁스한 다리로 하는 미니 프로젝트였다.


결정하고 나니, 의외의 보너스도 많았다

나: 일주일 더 쉬고 회복기

아이: 다음 주 열리는 폴리 크리에이터 결승전 직접 참가 가능

그리고 진짜 럭키…
작년에 달러 환율 최고점일 때 결제한 항공 유류할증료 차액이 환불됨
(나 이럴 줄 알고 일부러 늦춘 사람 아님 진짜임)

지금 생각하니 무리해서 가는 거보다
연기하길 잘했네, 이래저래.

물론 처음엔
이 연기 하나가 너무 큰 문제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 몸도, 아이의 일정도,
오히려 정리된 느낌?

때론 그냥 밀어붙이는 게 답이 아닐 때가 있더라.
조금 미뤘을 뿐인데
몸도 마음도 훨씬 덜 흔들렸다.

연기하길 잘했단 말,
처음엔 억지로 위안 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진심이다.

“하늘이 도운 연기였다.”
(그리고 디올 선글라스는 무사히 수령할 예정입니다.)

이젠 익숙해진 목발과 함께 셔틀버스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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