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를 계약의 대상으로 하는 계약에는 공동특허출원 계약, 특허권 공유 계약, 기술실시계약, 특허 양도 계약 등이 있다. 이와 같은 특허를 계약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계약서들을 보다 보면, 문서로만 보이던 특허가 재산권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특허권은 무형의 재산권이기 때문에 계약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유형의 재산권과는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허의 속성을 이해해두면 특허 관련 계약서의 실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특허 관련 계약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개념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패밀리 특허
발명이 완성되고 특허 출원이 완료되고 나면, 하나의 특허 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같은 발명에 대해 특허는 1건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최초 출원이 이루어진 후 발명에 대한 내용이 보완되는 경우, 국내 우선권 주장 출원을 할 수 있다. 국내 우선권 주장 출원을 하게 되면 최초 출원은 취하 간주되어 출원 자체는 종료되고 후에 출원한 우선권 주장 출원만 남는다. 또한, 만약 원출원 이후 특허에 대한 분할출원이 이루어지면 특허는 2건으로 건수가 늘어나게 된다.
만약 최초 출원이 이루어진 직후 특허 관련 계약이 체결된다면, 계약서에 기재된 특허 번호는 특허청 기록에서 사라지고, 후출원인 우선권 주장 출원만 남게 되기도 하고, 동일 발명에 대한 분할 특허가 출원된다면 특허 출원 번호가 1건 더 생겨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우선권 주장 기한(1년) 내에 해외출원을 결정하여 PCT 출원을 하게 되면 해외 출원 또한 1건이 발생한다. PCT 출원은 일정기간(최초 출원 이후 30개월)이 지나게 되면 기한이 만료되기 때문에 기한이 만료되기 전 특허등록을 원하는 개별 국가를 정하여 개별국 진입을 하여야 한다. 만약 미국, 중국, 일본의 3 국가를 개별국 진입을 한다면, 해외 특허 3건이 추가된다.
이와 같이 특허는 1건을 출원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우선권 주장 출원, 분할출원, 해외 출원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건의 특허가 되기도 하고, 원출원 번호가 특허청 기록에서 없어져 검색이 되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최초의 1건의 특허출원을 기반으로 파생된 특허들을 모두 모아 패밀리 특허라고 한다.
특허를 관련 계약들은 보통 발명 자체, 즉 해당 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특허 1건 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특허와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후속 특허들을 모두 포함해야 목적했던 바를 달성할 수 있다. 대개는 계약서에 "한국 특허출원 ㅇㅇㅇ호 및 이의 패밀리 특허"라고 표현을 하여 목적하는 특허를 기반으로 출원된 모든 특허를 계약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필자의 글 "특허는 왜 어려울까"를 읽어 두면 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허권의 실시
특허권은 독점적 재산권으로서 활용하기 위하여 특허청에 등록하는 것이다. 특허권을 재산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특허법에서는 "실시"라고 표현을 한다. 특허를 실시하는 유형은 특허법에 명시되어 있다. 특허 발명을 생산, 사용, 양도, 대여, 수입,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전시를 포함)이 특허법에 명시되어 있는 유형이다.
특허 관련 계약서에는 보통의 2조에 정의 규정을 두고 특허의 실시 조항을 기재해두는 데, 이러한 특허법의 표현을 그대로 차용해서 계약서에 기재하거나, 특허법 2조의 실시를 말한다와 같이 기재하기도 한다.
특허권 공유
특허권은 재산권이기 때문에 2 이상의 권리자가 공유할 수 있다. 부동산을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특허권은 무형의 재산이기 때문에 공유자 각자가 특허권의 지분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허권 전체를 실시하는데 문제가 없다.
따라서 공유 특허권자는 각자 특허 발명 전체를 실시할 수 있다. 공유자의 지분이 단 1%라 하더라도 특허발명 전체를 실시할 수 있다. 이때 실시는 공유 권리자 스스로 직접 실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대가를 받고 실시하게 하는 것은 다른 공유 권리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공유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자신의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경우(양도)에도 다른 공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스스로 직접 실시하기 어려운 연구기관이나 비영리 기관과 영리 기업이 공유 특허권자인 경우, 비영리 기관인 공유 권리자가 매우 불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사전에 영리 기업인 공유 특허권자가 실시하여 수익을 얻는 경우 상대방 공유자에게 실시료 수익을 분배해주는 합의를 하거나, 상대방 공유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실시허락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기재하기도 한다.
실시권
특허권은 권리자 스스로 실시할 수도 있지만, 필요로 하는 제3자에게 실시권을 부여하여 실시하게 하고 수익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는 형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실시권의 형태는 크게 통상실시권과 전용실시권이 있다. 통상실시권은 비독점적인 실시 권리를 부여해주는 것으로, 한 사람에게 통상실시권을 주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줄 수 있다. 전용실시권은 독점 권리를 주는 것으로 한 사람에게 전용실시권을 주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는 실시권을 줄 수 없다. 다만 전용 실시권은 특허권 전체가 아닌 일부에 대해서만 설정할 수 있다. 지역적 범위를 한정하거나, 기간을 한정하거나, 발명의 실시 범위를 한정하는 등 일부만을 한정하여 독점적인 전용실시권의 설정이 가능하다.
특허권의 유한성
특허권은 유한한 권리이다. 특허출원일로부터 20년이 지나고 나면 권리 자체는 소멸되고 특허에 기재되어 있던 발명의 내용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유기술이 된다.
따라서 특허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이 아무리 20년 이상을 계약기간으로 정해놓아도 특허권이 소멸되고 나면 의미가 없어져서 특허에 대한 계약 자체도 종료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특허권이 기간 만료로 소멸되었는데 그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계약이 종료되지 않는다면 누구나 쓸 수 있게 된 기술을 계약 당사자만이 유상으로 기술을 써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은 특허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의 계약기간을 "특허권이 만료하는 때까지"라고 기재하거나, "패밀리 특허 중 마지막으로 만료하는 특허의 존속기간"으로 기재해둔다.
특허권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권과는 다른 면이 있기 때문에, 특허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허의 속성을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계약 체결 전 특허의 특수한 속성에 따른 권리 관계를 현명하게 설정해두는 것이 추후의 예상치 못했던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