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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Jan 16. 2019

변리사와 가방끈

변리사의 학위에 대하여

변리사들 중에는 좋은 학위를 가진 변리사들이 상당히 많다. 석사학위는 기본이고, 박사학위를 가진 변리사들도 꽤 있고, 심지어 해외 유학파 석사, 박사 변리사들도 꽤 있다.  그에 비해, 나는 생명과학 전공의 학부를 졸업한 이후, 변리사 시험에 매진하여 어렵게 공부한 끝에 4년 만에 합격하고 계속 실무 쪽으로 집중을 해왔다.


변리사로서 특허업무를 해왔지만, 비교적 여러 곳의 직장을 경험했다. 개인 사정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취업하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재취업을 위해 직장을 알아보던 시절, 헤드헌터의 인하우스 변리사 채용 공고를 보고 연락을 했었다. 헤드헌터는 내 이력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곳의 전임 변리사가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라서 당신은 지원하기 곤란하겠습니다


실무 경력을 보고 얘기해달라고 했지만, 헤드헌터는 내가 지원해도 채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그 직장에 수소문하여 직접 지원을 하였고, 최종 합격하여 다니고 있다. 다행히 나를 뽑아주신 분들은 실무 경력을 봐주셨던 것 같다.


그 헤드헌터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채용하는 사람들 중 변리사의 학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위에서 언급한 취업 성공 케이스는 첫번째 도전이 아니었고. 여러 번의 도전과 고배는 있었다) 인하우스 변리사 자리에 지원을 했는데, 면접 분위기도 좋은 것 같았다. 그런데, 분명히 면접은 한 번만 본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2차 면접이 생겼다고 하여 2차 면접까지 치르고 나니, 후에 나는 떨어지고 해외 유학파 박사 학위를 가진 다른  사람(하지만 실무 경험은 없는)을 채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 것이다.


내가 일해온 특허 분야는 바이오 분야로 이 분야에서 학사학위만 가지고 일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석사학위는 기본이고,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도 많다. 변리사 중에도 바이오 분야인데 학사학위만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학사 학위만 가지고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가 일하면서 또는 일을 중단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경우도 많다. 변리사에게 학위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다. 적어도 이력서를 낼 때, 신규 고객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일을 수임하려고 할 때는 말이다.

이제 변리사로 일한 지 10년이 훌쩍 넘어 특허 일은 물리도록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와서 보더라도 변리사에게 학위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이오 분야에서 학사학위만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명자의 기술을 변리사가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잘 모르면 발명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발명자들은 자신의 기술분야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잘 들어주고 적절한 질문을 잘하기만 하면 특허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다. 다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 자료를 찾아 공부를 더 하면 된다. 다음에는 다른 기술 내용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끝나면 바로 머리를 fresh 하게 비워야 한다. 그런 일들을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을 듣고 핵심을 파악하고 특허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하는 일이 익숙해지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석박사 학위가 없다는 사실이 걸림돌이 된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다.


변리사가 한 기술분야의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어도 걱정이다. 왜냐하면 발명자와 기술분야의 지식수준이 높은 변리사에게 당연한 내용이 만약 심사관에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내용에 대해 거절 이유가 나오면 이 내용을 설명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생각하여 영어약자로 표현된 용어를 명세서에 사용하였는데 심사관이 그 약자를 모르겠다며 기재가 불충분하다는 거절이유를 내리면 그 용어가 업계에서 관용적으로 쓰는 용어라는 의견서를 쓰는 일이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이 된다.


오히려 해당 기술에 대해 명세서를 쓰는 변리사가 기술분야에 아주 해박한 지식을 가지지 않은 경우, 더 상세하고 충분한 설명이 들어간 명세서를 작성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해당 기술을 공부해가면서 명세서를 쓰기 때문에 본인이 잘 몰랐던 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자세하게 적게 되므로 해당 기술분야의 보편적인 기술 수준에서 이해가능한 명세서를 작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변리사가 된 후 여러가지 실무를 하면서 바이오 기술분야의 학위가 없어서 불편한 적은 없었다. 일을 맡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변리사가 얼마나 일을 잘 처리해줄지 가늠하기 어려우므로 프로필에 적힌 내용을 보고 선호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렇지만 특허와 주변 제도를 이해하고 관련 기술을 분석하여 전략을 제시하는 변리사의 역할은 학위가 아니라  일에 대해 열정과 실무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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