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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미 Feb 07. 2023

경제기자와 주식 투자

직업윤리는 어느 지점에서 지켜질 수 있는가

“주식 잘 아시겠네요?”


경제방송 기자라고 소개하면 종종 돌아오는 반응 중 하나입니다. “아니요.”라고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연달아 한 가지 질문이 더 날아옵니다. “주식 종목 좀 추천해 주세요, 하하하” 주식 종목을 추천해달라는 취재원의 진담 반 농담 반 이른바 ‘진반농반’까지 듣고 나면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억지 미소를 짓곤 합니다. ‘경제방송 기자=주식 전문가’라는 프레임 때문에 난처했던 적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출입 기업의 근황을 묻는 지인들의 질문에 아는 선까지 설명해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식 얘기로 귀결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때마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저는 사람들에게 의아한 사람이 되곤 했습니다.


“왜 주식 안 하세요?”


주식을 안 한다는 대답 뒤에는 ‘왜’라는 질문이 항상 따라붙었습니다. 장황하게 대답하는 것이 꺼려져서 그동안 그냥 잘 몰라서 안 한다고 답해왔지만, 오늘 여기서는 조금 장황하게 말해보려고 합니다. 주식 투자한 돈으로 차를 사고 집을 샀다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리고, 코인에 투자해 이른바 ‘파이어족*’이 됐다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 역시도 사람인지라 지금이라도 투자할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 마음을 잠 재울 때가 많았습니다. ‘괜히 투자했다가 돈을 잃을까’하는 걱정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 마음에 제동을 거는 건 ‘이해충돌’ 때문이었습니다.


경제방송 산업부 기자로서 취재하다 보면 담당하는 기업의 소식과 정보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알게 된 정보는 때로는 ‘단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기사의 형태로 세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기사 하나 때문에 해당 기업의 주가가 순식간에 폭등하기도 하고 폭락하기도 합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출입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순간 마음 놓고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없겠구나.’ 제 안에 이 같은 불편함이 생긴 뒤부터 주식 투자는 더욱 멀어져 갔습니다.


그렇다고 기자의 주식 투자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출입하는 기업과 무관한 주식 종목을 사거나, 공익과 사익을 구별할 자신이 있다면 주식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자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주식 투자가 취재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자도 한 회사에 소속돼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장인’이기에 주식 투자는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좋은 창구 중 하나일 것입니다. 따라서 기자의 주식 투자 자체를 나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은 경제방송 기자임에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의아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자의 주식과 부동산 투자 문제는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끊임없는 공론화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만한 공통의 기준선을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 등 기자 개인이 혼자서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과거 LH 사태처럼 타 업계의 사건들을 단순히 보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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