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아파트 복도의 이웃들은 어디로 갔을까

변해가는 사라지는 우리동네

by 너랑 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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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누군가와 함께 타는 것이 어색하다. 엘레베이터에서 다른 사람을 마주치면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떨어지는 숫자판만 쳐다본다. 난 우리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내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 자연스레 이웃을 만날 시간이 줄어든 탓도 있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이웃과의 소통이 부끄러워졌고 부담스러워졌다. 나중에는 이웃에 대한 나의 관심이 되려 그들에겐 간섭으로 느껴질까 조심스러워져만 갔다.

난 석계역 동신아파트에 산다. 이곳에서 꽤 오래 살았고 어릴 때 이웃들과의 추억이 많다.


‘이웃’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관재형이다. 나보다 한 살 많던 형인데, 형이 고등학생이 되며 다른 동으로 이사 가기 전까진 내 어린 시절에서 뺄 수 없을 만큼 가까웠다. 형이 이사 가던 날, 잘가라고 인사도 못한 아쉬움보다, 배웅조

차 해주지 못한 미안함 마음이 마음 한 켠에 남았다. 요즘엔 가끔 마을 버스에서 마주치는데 서로 다른 곳에 지내며 오래 만나지 못한 탓인지, 짧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곧 각자의 길로 가며 ‘잘가요’ 라는 인사만 남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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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재형 하면 ‘텐트 놀이’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복도에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우산들을 펼친 뒤 그 사이를 기어 다니며 만화 ‘몬타나 존스’를 따라하는 놀이었다. 또 형에게 기어자전거(초등학교 고학년의 상징이었다)를 타는 법부터 자전거 핸들을 놓고 타는 묘기를 배우며 지르던 즐거운 비명들도 기억난다. 비온 뒤 물이 고인 놀이터 웅덩이에서 집에 들어가면 엄마에게 혼날 것을 알면서도 용감하게 놀던 것도 생각나고. 또 내 수능 전날 오랜만에 만난 형이 ‘나 기억나냐?’ 라는 말로 시작해 “시험 잘 봐라” 라고 응원해주던 것이 기억난다. 관재형은 나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 지도 모르는 내 옛 이웃들.


내가 사는 이 곳은 복도식 아파트이다. 1호부터 13호까지 나자의 복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같은 층엔 나보다 한 살 내지는 두 살 많은 형들이 살고 있었다. “형찬아~ 노올자~” 라는 말로 우리 집 현관 앞으로 뛰어오며 날 부르던 형들. 복도에서 끈팽이에 줄을 감으며 팽이를 돌리기를 하던 것, 형들은 두 발 자전거를 타면 내가 네 발 자전거로 열심히 뒤를 쫓아다니던 것이 기억난다.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던 머리 긴 무서운 백수형. 복도에서 마주칠 땐 무서움보다 호기심으로 백수 형에게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었고, 형은 매번 어색하게 ‘어어...’ 하곤 대답했다.


내가 유치원생일 때,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집에 없어서 복도에서 드러누워 큰소리로 울던 날 우리 집에 들어오라며 나를 보살펴주신 옆집 아주머니도 생각나고. 복도에 의자를 내어 놓고 앉아 시간만 보내시던 할머니도 생각난다. 또 형편이 어려워 파지를 모으시던 할머니도 계셨었는데. 나는 학년이 올라가면 버리게 되는 문제집과 교과서들, 집에서 모이는 신문들을 모아 할머니 집 앞에 모아두곤 했다.


예전처럼 이웃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다.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고 기분 좋게 아침 인사도 하고,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간간히 소식을 알고 지낼 수 있을까. 서로의 존재를 알고 더불어 살던 이웃이 그립다. 우선 내일부턴 엘레베이터에서 “안녕하세요!” 라고 먼저 웃으며 인사부터 해야겠다.

퇴근하고 가볍게 맥주 한 잔 할 사람을 찾게 될 수도 있으니. 혹시나 급할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또 다른 관재형을 만나게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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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형찬

사진 최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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