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 ‘설화’. 갈대 노蘆, 벌판 원原, 즉 갈대가 많은 벌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노원구에는 상계, 중계, 하계, 월계, 공릉 5개의 동이 있는 만큼 숨겨진 다양한 설화가 많다. 노원구 지도를 살펴 보며 함께 설화 여행을 떠나 보자.
해당 설화들은 자료와 구전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밤에 높은 곳에서내려다보니 맑은 시냇물에 달이 비치고, 중랑천과 우이천으로 둘러싸인 모양이 마치 반달 모양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월계동 초안산 설화 : 초안산 궁녀와 선비 이야기
과거 시험에 낙방한 신유라는 선비가 고향으로 내려가던 길의 이야기다. 날이 저물고도 하룻밤 묵을 곳을 찾지 못한 그는 초안골 길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건달들에게 위협받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신유는 서둘러 그녀를 구해주었고, 그 여인은 자신을 수라간 나인이라고 소개했다. 신유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여인은 그를 궁녀들과 함께 사는 곳으로 안내하더니 방을 하나 내주었다. 그 덕에 밤길을 헤매던 신유는 편안히 몸을 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신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궁녀와 집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파묘(파헤쳐진 무덤) 옆에서 잠을 잤던 것이다.
그날 밤 신유의 꿈에 수라간 나인이 다시 나타나서는, 그가 불암산에서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꿈에서 깬 신유는 곧장 불암산으로 떠났다. 그리고 불암산 무수골에서 호랑이에게 위협받고 있는 또 다른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도 나서서 여인을 구해주었는데, 그 여인은 양주목사의 딸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둘은 혼인을 하고 초안산에 터를 잡고 함께 살게 되었다. 신유와 그의 아내는 궁녀의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무덤에 꽃신을 두었다. 이후 부부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고 마을에는 많은 아이가 태어났다. 이로 인해 초안산은 아이를 가져다 주는 산으로도 알려지게 되었다.
공릉동은 1963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서울시로 편입된 지역이다. 원래 양주 노해면이었던 공릉동의 처음 이름 후보는 태릉동이었다. 하지만 공덕리 주민들은 이를 반대하였고 ‘공릉동’을 새 지역의 명칭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하여 결국 이곳의 이름은 공덕리의 ‘공’과 태릉의 ‘릉’을 합친 공릉이 되었다.
공릉동의 설화 : 문정왕후의 능이 태릉에 생긴 까닭
1501년 12월 2일 윤지암의 집에서 태어난 문정왕후. 그녀는 17살에 중종의 셋째 부인이 되어 왕궁에 들어가게 된다. 중종이 죽자 문정왕후의 아들 명종은 12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어린 왕을 대신해 문정왕후는 명종이 20살이 될 때까지 수렴청정(내외로 인해 신하들과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하고 발을 내려 이야기를 하며 국정을 논함)으로 나랏일을 도왔다.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승려 보우에게 남편 중종의 옆에 묻히기를 부탁했다. 하지만 중종이 묻힌 정릉은 비가 올 때면 물이 고여 문정왕후를 위한 묘터를 만들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남편의 옆자리가 아닌 태릉에 잠들게 되었다.
하계는 아래 하下자와 시내 계溪자가 합쳐진 말로 하천(중랑천)의 가장 아래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닭 계鷄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단순히 하천의 위치를 나타낸 것이다. 하계동은 1911년 양주군에 속한 노원면 용동리였다가 1914년 4월 1일부터 하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계동 설화 : 연희와 용동 마을 산신제터 이야기
옛날 용동마을에 연희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옆 마을로 시집을 갔던 연희는 얼마 되지 않아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아이를 낳다 잘못된 것이라는 둥, 쫓겨났다는 둥, 여러 소문이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연희의 부모님은 딸의 다리를 위해 매년 있는 용두산 제사에서 소머리를 올리기로 마음 먹었다. 연희의 부모님은 딸의 회복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고 연희는 다시 이전과 같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음력 2월 1일과 10월 1일, 일년에 두 번씩 산신제를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불암산 끝자락에는 그 흔적인 용동마을 산신제 터가 남아 있고, 하계동에서는 여전히 용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게와 학교를 찾아볼 수 있어 그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 용동마을은 지금의 하계 1동 관내 동성, 삼익, 삼익, 선경, 한신, 온천청구, 미성, 청솔, 우방 아파트 그리고 자연부락 1~6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중랑천의 중간 부분이라는 뜻의 중계동은 지난 100여 년간 여러 곳에 소속되어있다가 1914년도에 비소로 노해면 중계리로 중계라는 이름을 처음 가지게 되었다.
중계동 설화 : 은행나무 구릉대감 이야기
중계동에 위치한 은행사거리 지명의 유래에는 다양한 설이 있다. 어떤 이는 사거리마다 은행이 있어서, 혹은 거리에 은행나무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바로 불암산 자락 아래 있는 600년 된 은행나무에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조선 시대, 지금 중계동 지역에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다. 하지만 이 마을에 어느 날부터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농사가 잘 안되는 등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큰할머니는 양평군에 있는 용문사로 도움을 구하러 갔다. 용문사에 도착한 큰할머니는 예사롭지 않은 커다란 은행나무 하나를 발견했다. 용문사의 스님은 이 나무가 신라 시대부터 있었던 신비한 능력을 갖춘 나무라고 하였다. 마을을 위해 먼 길을 떠나 온 큰할머니에게 스님은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마른 나뭇가지를 큰할머니에게 주었고 큰할머니는 매일 정성으로 기도를 하였다.
어느 날 마른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자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 나무를 심어 정성으로 돌보고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 마을에는 예전과 같이 평화와 풍년이 돌아왔다. 이 나무는 지금도 중계동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릉 대감이다. 이 구릉 대감 나무는 고종 때 임오군란을 피신하던 도중 명성황후가 나라를 위해 기도를 하였던 나무라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4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구릉 대감은 보호수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중계동을 지키고 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의 이름은 이 은행나무로부터 유래 되지 않았을까?
중랑천의 상류에 있는 상계동은 위 상上자와 시내 계溪자가 합쳐져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윈터, 당고개, 마들 등과 같은 과거 마을 이름들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상계동 설화 : 호랑이와 수락이 이야기
수락산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전해진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호랑이와 수락이의 이야기다.
옛날, 갈월마을에 마음씨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혼인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부부는 매일 산에 올라 산신령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그 정성에 산신령이 감동했는지, 마침내 부부에게 아이가 찾아왔고 그들은 아이에게 수락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9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 마을에는 산속 호랑이가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수락이의 아버지는 산신령의 은혜를 갚기 위해 호랑이를 잡겠다고 산으로 떠나겠다고 하였다. 이를 들은 수락이는 아버지와 함께 가겠다며 고집을 부렸고, 결국 부자는 함께 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수락이와 아버지는 열심히 호랑이를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아버지가 잠깐 잠든 사이, 수락이는 홀로 호랑이와 마주하게 되었고, 결국 호랑이에게 잡혀가고 말았다. 이후, 산속에서 하염없이 수락이를 찾는 부모의 울음 소리가 산의 이름이 되어 수락산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편, 또 다른 수락산의 ‘물이 바위에 고였다가 그대로 떨어지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를 물 수水, 떨어질 락落을 써서 수락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노원의 곳곳에도 많은 설화와 지명에 관한 각양각색의 설화가 숨겨져 있다. 지금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곳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면 다시 한번 눈길을 주게 된다. 앞으로 우리 동네를 지날 때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한 번쯤 떠올려보면 어떨까? 새로운 시선 속 우리 동네의 또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 김지인
참고 문헌 및 자료
노원 문화원, 〈노원구 전래동화 : 우리동네 옛날이야기〉
노원구청 공식 웹사이트, 〈노원 주니어 - 노원구 역사 - 전해 내려오는 설화〉 https://www.nowon.kr/child/child.jsp?mid=632801
공릉1동 주민센터 웹사이트, 〈전해 내려오는 설화〉 https://www.nowon.kr/dong/sub/tale.jsp?dong=1051
공릉 1동 주민센터 웹사이트, 〈유래/연혁〉 https://www.nowon.kr/dong/sub/origin.jsp?dong_name=%B0%F8%B8%AA
서울학교, 〈세계 최대의 왕릉군(王陵群), 동구릉(東九陵) 둘러보기〉, 프레시안, 2017.07.24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50319&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09T0
네이버 블로그 윤여설의 시(詩)와 생명사랑, 〈서울 노원구 하계동 용동마을 산신제 터〉, 2015.12.09 https://m.blog.naver.com/kthyys1019/220563103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