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천역 사용설명서, ㄱ부터 ㅎ까지
서울의 구석 노원, 그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구석 같은 곳 ‘녹천역 주변’. 심지어 같은 노원구민임에도, 태어나서 녹천역 주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들이 태반일 것이다. 지나쳐 본 적은 있지만 내려본 적은 없다. 서울특별시 도시교통실 데이터에 따르면, 녹천역은 2019년 내내 노원구에서 승하차 승객이 가장 적은 역이었다. 사람 많고 정신없는 노원구 안의 숨은 쉼터 같은 곳 ‘녹천역’. 당신을 위해 ㄱ부터 ㅎ까지, 녹천역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봤다. 안 해도 그만, 해도 그만. 하지만 당신에게 하루의 여유가 주어졌을 때, 해보면 후회하지 않을 녹천역 주변 사용설명서를 공개한다!
녹천역은 노원구와 도봉구의 경계라고도 할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열차의 철로를 경계로 녹천역 플랫폼 쪽은 도봉구, 월계역 쪽은 노원구 땅이다. 그리고 굴다리 너머 두산위브아파트는 노원구 월계동, 안쪽의 상계주공아파트 17단지와 서울외고는 도봉구 창동 소속이다. 창동에 상계주공아파트가 있고, 도봉구보다 서쪽에 노원구가 있다는 것이 요상하기도 한데. 노원구와 도봉구의 뒤죽박죽 행정구역의 역사가 궁금한 분은 《너랑, 노원》 5호*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 《너랑 노원》 vol.5, 76p, 〈노원이 아닌데 노원에 있는 것들〉
녹천역 1번 출구 쪽의 초안산 목재문화체험장에서는 연필꽂이, 책꽂이부터 모니터 받침대, 화장대, 책상 등 다양한 목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1시간에서 7시간까지 원데이 클래스로 체험할 수 있으며, 1만 원 이하의저렴한 가격대로도 체험이 가능하다. 인터넷 ‘도봉구 희망목재문화체험장’ 카페를 통해 예약 후 방문해보자. 내 손으로 문구와 가구를 뚝딱뚝딱 만드는 기쁨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녹천역 1번 출구 쪽의 초안산 목재문화체험장에서는 연필꽂이, 책꽂이부터 모니터 받침대, 화장대, 책상 등 다양한 목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1시간에서 7시간까지 원데이 클래스로 체험할 수 있으며, 1만 원 이하의저렴한 가격대로도 체험이 가능하다. 인터넷 ‘도봉구 희망목재문화체험장’ 카페를 통해 예약 후 방문해보자. 내 손으로 문구와 가구를 뚝딱뚝딱 만드는 기쁨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1번 출구로 나와 창동주공4단지아파트 방향으로 걷다보면 오래된 종합상가가 보인다. 상가 안으로 들어가면 상호가 없는 4단지 분식이 따뜻한 식사를 준비중이다. 3천원이면 라면을, 4천원이면 칼국수를 시원한 오이 파 김치, 배추 김치와 함께 맛볼 수 있다. 맛있게 라면을 먹고 있으면 정 가득한 밥 한숟갈을 권하시기도. 이 집은 1999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20년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90년대에 지어져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킨 상가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 것.
녹천역에서 초안산 생태터널을 지나면 안쪽의 고즈넉하고 품위 있는 한옥 건물과 푸른 묘역을 만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인 정간공 이명 묘역과 민속자료 각심재다. 조선시대에 우의정과 좌의정까지 두루 지낸 청백리 이명과 그의 부인의 무덤이 있는 묘역에서는 인적이 드물어 스산한 기운까지 맴돈다. 각심재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대상자인 민병휘의 손자들이 살던 집으로 1930년경 일제시대 한옥개량운동에 나섰던 건축가 박길용의 설계로 지어져 한옥의 근대적 변화를 이끈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ㅂ: 배드민턴 한 판 제대로 쳐볼까
배드민턴 좀 쳐 본 사람이면 바람부는 야외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것과 실내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의 차이를 알 것이다. 초안산 체육공원에는 노원구서비스공단에서 운영하는 월계 배드민턴장 전용구장이 있어 누구나 실내 배드민턴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오후 1~2시 휴장을 제외하고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요금도 성인 기준 평일 2천원, 주말은 2천6백원으로 저렴한 편이니 가족, 친구와 함께 라켓을 들고 가보자!
ㅅ: 숲, 멀리있지 않습니다.
경사가 있는 산은 싫지만, 나무로 가득한 숲에서 산림욕을 즐기고 싶다면? 멀리 갈 것 없이 완만한 지대의 나무숲이 곳곳에 있는 녹천역 주변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특히 유아를 위한 유아숲체험장도 곳곳에 조성돼있어 네이버 카페 ‘도봉구 모험놀이터’, ‘도봉구 유아숲체험장’에서 미리 신청을 통해 자연과 함께 하는 체험학습도 즐길 수 있다.
ㅇ: 운전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면허 취득 치트키
녹천역 4번 출구 옆, 삼면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쾌적하고 아름다운 이곳은 녹천자동차운전전문학원. 1997년부터 수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운전면허 학원계의 명문이다. ‘전문학원’이기에 필기시험을 제외한 장내 기능과 도로 주행 시험을 편안하게 학원 안에서 볼 수 있다. 곧 동북선 경전철 차량기지 공사로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 사라지기에 노원구에서 유일한 운전전문학원으로 남게 될 예정이기도 하다.
* 참고 p.46 〈첫 운전대를 잡을 너에게〉
ㅈ: 재활용하며 용돈까지 벌어보자
주공17단지아파트 옆 중랑천변에는 한강고물상이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반드시 지나치게 되는 이곳은 일반 가정도 이용을 할 수 있다. 바로 이사를 하거나 대청소할 때 나오는 헌책, 폐지들과 헌 옷, 옛날 컴퓨터 등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 쓰레기가 대량으로 나올 일이 생기면 그냥 버리지 말고 이곳을 찾아 용돈도 벌어보자.
ㅊ: 축구는 이제 늘 푸른 잔디 위에서
초안산 체육공원에는 배드민턴 전용 구장 외에도 풋살장과 테니스장, 그리고 정식 경기를 치룰 수 있는 규격의 인조잔디 축구장까지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 축구장은 노원구서비스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라커룸과 샤워 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다. 대관 요금은 2시간 기준 평일 주간 55,000원, 야간과 주말은 71,500원.
ㅋ: 캠핑, 이제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2017년 개장해 깨끗하고 안전한 시설을 자랑하는 초안산캠핑장은 이용에 제한이 없어 노원구를 넘어서 인근 지역 캠핑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전문 캠퍼가 아니어도 친구들과 가볍게 놀러 가서 초안산의 맑은 공기와 함께 야외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으니 자세한 이용 방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 참고 p.34 〈캠핑하러 갈래? : 캠핑 입문자의 초안산 캠핑장 솔직후기〉
ㅌ: 터널 또한 자연의 일부분으로
2016년, 산으로 막혀있던 월계역 청백아파트와 녹천역 두산위브아파트 사이에 도로를 내는 과정에서 초안산생태터널을 만들게 되었다. 생태터널이란 터널 위에 야생동물들이 지나는 길을 의미한다. 이곳에 도로를 내면서 산과 산을 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들을 위해 차와 사람이 다니는 터널 위로 산의 지형을 유지하며 잔디와 나무가 있는 생태터널을 조성한 것이다. 덕분에 초안산의 야생동물들은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게 되었다.
ㅍ: 포장마차에서 기울이는 소주 한 잔
저녁 6시 즈음, 녹천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반겨주는 것이 바로 정겨운 포장마차다. 녹천역 앞의 2개의 포장마차 중 2번 출구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있는 포장마차는 주로 해산물 요리를, 왼쪽에 있는 집은 다양한 술안주류를 맛볼 수 있다. 하루의 긴장과 피곤함을 내려놓고 술 한잔과 맛있는 안주를 즐길 수 있는 녹천역 포장마차는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ㅎ: 힐링의 공간, 녹천역 주변
노원구의 지도를 들여다보면, 녹천역 주변의 초록색이 단연 넓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녹천의 ‘녹’이 사슴 록鹿에서 따왔다고 하지만, 초록의 녹綠에서 따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초록에 둘러싸여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로부터 힐링하고 싶다면, 힘들게 멀리 갈 필요 없이 잠시 시간을 내 녹천역에 내려보길 추천한다. 플랫폼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초록빛이 당신을 환영해줄 것이다.
글 인터뷰 최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