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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Nov 16. 2023

타인의 위로

평범한 메시지.

"굿모닝 영희 코치님~!! 오늘은 좀 어떠신가요? ^^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응원 던지고 갑니다. "


정말 생각지도 못한 타인의 위로가, 누군가에는 숨통이 트이고, 위로가 되어 마음에 온기를 준다는 것을 느낀다.






아침시간, 큰 아이의 등교 길에 작은아이는 이제 집에서 혼자 있겠다고 한다. 쇄골 골절이 된 게 우연한 계기가 되어 비가 오던 어느 날, 오른손으로 우산을 들지 못하는 작은 아이에게 집에서  기다리는 것을  연습시켰었다. 아직 집안 화장실도 무섭다고 못 가는 아이에게 집에 30분을 혼자 있게 하는 게 걱정이었는데, 구글 미트로 영상통화를 하며 얼굴을 보며 다니기를 며칠, 이제는 전화를 하지 않아도 혼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아이가 집에 있으니, 큰아이와의 등굣길 평온해졌고 큰아이는 웃는 얼굴로 등교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동안 작은아이를 데리고 함께하는 등굣길에는 동생의 짜증과 투정을 받아주느라, 큰아이에게 신경 쓰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게 속상하다고 토로한 적도 있는 큰아이였다. 하지만 이젠 큰아이와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며 20분 걷는 등굣길이 질적으로 매우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동생 없이 자신의 손을 놓지 않고 가는 등굣길에 수다스러워진 아이를 보는 것도 내심 반가웠다.


큰아이가 학교 교문을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잰걸음으로 나는 다시 집으로 향한다. 어른걸음으로 15분 거리이기에 어서 가야 작은아이를 챙기고, 아파트 앞에 오는 유치원 등원버스 시간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날이 많이 추워져 얼굴이 시리고, 마스크를 낀 사이로도 찬바람이 들어오지만 바쁜 마음에 걷다 보면 어느새 등에는 땀이 나고 더워져 겉옷을 벗으며 집에 도착하게 된다.


쇄골 골절이 있 한 달 동안 유치원에 가지 않았던 아이가 다시 유치원을 다닌 지 삼일째다. 처음 기관생활을 하듯,  다시 적응 중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옷 입기 싫다, 유치원 가기 싫다, 신발도 싫다, 잠바도 싫다, 밥 먹기 싫다....싫다싫다싫다 병이 시작됐다.

이런 적응기간이 있을 거라는 것을 예상은 했지만, 시간에 압박을 받는 내 마음은 그 마음을  보기보다 훈육이랍시고 재촉하고, 참고 참다 버럭 하는 것도 삼일째다.


매일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일기를 쓰고 책을 읽지만, 원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현타가 온다.


스스로 질문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나는 아이에게 질문하기보다 내 방식대로 따라주기만을 바라고 통제하는 방식을 택한다. 자유로운 아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아이의 마음대로 행동하면 엄마말을 듣지 않는다고 타박을 하기도 한다. 아이가 하는 행동과 말에 엄마말대로 하지 않으니 그렇다고, 아이에게 과도한 죄책감을 덮어씌우기도 한다.


아아~ 아직도 아침시간이면 마음속 여유가 생기질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매일 고민하지만 현실 앞에서는 휘몰아치는 대로 사는것도 같다. 그렇게  속 시끄럽게 아이와의 등원 준비를 하다 결국 시간에 쫓겨 우는 아이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이를 등원버스에 태워 보내고 돌아오는 길. 확인하지 않았던 휴대폰 메시지를 습관적으로 확인했다.


"굿모닝 영희 코치님~!! 오늘은 좀 어떠신가요? ^^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응원 던지고 갑니다. ^^."


같이 8주 동안 ICF국제코치연맹 코칭수업을 듣는 한 코치님이었다.

사실 저번주 코칭수업에서 현실의 육아와 코칭공부의 힘든 부분을 토로하며, 요즘 근황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그날 수업이 끝난 후,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한 코치님께서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어떻게 보면 수업을 같이 받는 것뿐인 타인인데, 마음을 내어 메시지를 보내준 것에 내 마음이 일렁였다. 내 사정을 아는 가족의 메시지보다, 한걸음 더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 오는 타인의 위로가 더 깊게 마음에 들어왔다.


아마 생각지도 못하고, 기대가 없던 타인이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내 사정을 알고 위로해 주길 바라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게 기대와 다르다면 더 많이 실망하기도 하니까.





누군가에게 타인으로 있는 나 또한 오늘 누군가에게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며 글을 적었다.

어떤 메시지로, 내가 웃어주는 모습으로, 혹은 힘들어하는 동료의 어깨를 토닥이는 행동으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도 배운다.


그리고 그 마음이 분명. 타인에게 위로로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오늘 내가 받은 뜻밖의 응원 메시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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