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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Nov 17. 2023

Writer Mama

엄마글쓰기 프로그램

시작은 단순했다.

그 커뮤니티에서 브런치 작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나뿐이었고, 내가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해본 것으로 도움을 줘볼까?라는 가벼운 생각이었다.


무언가를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죠?! 라며

글쓰기에 쫄보인 나는 어디 가고, 무슨 생각으로 호기롭게 그런 결정을 하고 진행했는지 지금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70명 정도의 전업엄마들의 커뮤니티에 속해서 1년여 꾸준히 그 단톡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1년 동안 그 방에서는 책을 선정해서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 번씩은 돌아가며 책 나눔을 하고 있고. 독서모임을 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운영진 7명의 엄마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공간을 잘 이끌어가기 위해 마음을 모아 운영방안과 독서 계획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커뮤니티에 속한 전업 엄마들이 육아를 하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기를 응원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누군가는 눈으로, 마음으로 그 단톡방에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글로 참여하진 않아도, 좋아요 표시 하나 없어도 단톡방을 나가지 않고 있는 그 마음에는 뭔가 보이지 않는 연결된 느낌이 들어 함께한다는 심리적 연대감이 있다.


이곳에서는 서로의 좌충우돌 생생한 삶의 현장들이 중계된다.  아이들과의 전쟁 같은 육아에서,  남편과의 갈등에서, 각자 살아온 인생의 파편들이 나눠지곤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스스로의 육아 방향성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데일리 성장 기록이 있다.


기쁜 소식과 반가운 소식을 나누기도 하지만 절망적이고 슬프고, 일상에서 가끔 쉰내 나고 스스로 보기 싫은 감정들을 나누기도 한다. 가족에게 하기엔 불편하지만 오히려 타인에게 말하기 편한, 혹은 글로 토로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은밀한 고민 같은 것들 말이다.  


이 공간은 그런 마음이 오갈 때에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처지에  공감한다. 한두 사람이라도 그 마음을 지지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기도 하는데, 이 흐름은 1년 동안 지속 됐다.


나는 이곳에서 가끔 마음이 힘들 때 드러누웠고, 드러누운 누군가의 손을 잡기도 했다.


자신이 읽고 있는 책과 시의 문구를 함께 나누며 따뜻함을 전해주는 사람.

혼자 보기 아까운 경치를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놀러를 갈 때마다 사진을 보내주며 잠시라도 힘든 일상에서 환기시켜 주는 사람.

아침메뉴나 저녁메뉴의 레시피를 공유해 주면서 우리(엄마)들은 잘 먹어야 애들도 챙길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  

누군가의 고민에 자신의 경험에서 깨달은 점을 나누면서 지혜를 알려주는 사람.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보니 다른 시각으로 그 경험이 느껴진다는 사람.

엄마로 살아가면서 때론 딸로, 며느리로,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그들의 고민과 삶의 순간들이 그곳에서는 가볍게, 때론 무겁게 나눠지곤 한다.


1년여를 이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함께 나누며 생각한 것은, 시작은 엄마로서 이 단톡방에 참여했지만 이 안에서는 나는 엄마가 아닌, 남영희인 나 그대로 이 안에서 존중받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따뜻한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내가 이 공간에서 수용받고 인정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글쓰기를 희망하는 엄마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엄마들과 함께  글쓰기를 해보기로 했다. 기존에 내가 했던 경험으로 육아 콘텐츠 플랫폼 에디터님과 개별적으로 연락하고 기획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Writer Mama라는 엄마글쓰기 모임이 탄생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한 경험과 감정들은 그 하나하나로 무엇이 되었든 글쓰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내 글쓰기의 시작이 그랬고 많은 작가의 글쓰기의 시작이 이런 일상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글을 처음 쓰는 엄마,

글쓰기를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엄마,

노안이 와서 컴퓨터도 잘 못쓰고 카카오톡으로 글을 남기는 엄마,

자신의 과거의 경험을 글로 남겨보고 싶다는 엄마,

일상을 기록을 나중에 볼 수 있게 기록해 보고 싶은 엄마,


이 다섯 엄마들이 모여 자신의 삶의 순간들을 모아 글쓰기를 시작했다.

처음 써보는 것에 대해 경험을 구체화해 보고, 글을 쓰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며  나는 엄마들의 다양한 경험을  같이 따라가고 만났다. 내 글보다도 더 많이 그분들의 글을 읽으며 마음과 손잡고 삶의 발자취를 함께 걸어갔다.


육아와 병행하는 정신없는 일상에서도, 시간을 빼서 글을 쓰고, 아플 때조차 글 쓰려고 노력한 엄마들이었다. 사정이 다 각자 다를진대 그래도 팀으로 하는 것에 대해 다섯 엄마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었다.


3개월 만에 여러 번의 개별적 피드백을 통해  모든 글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글을 본 엄마들 각자가 느낀 점은 모두 달랐다.


어떤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가 글로 쓰인 신기해하며 감동했다고 했다. 다른 엄마는 삶을 글로 다시 읽으니  눈물이 났다고 했고, 한 엄마는  주마등처럼 기존에 마음고생한 것들이 지나가 스스로 토닥여주고 싶다고 했다.


모두 다른 후기였지만 결론은 자신이 삶을 더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시작했지만 어쩌면 내가 더 그분들의 삶을 보면서 위로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글은 쓰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지만, 반복해서 읽을수록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그리고 나도 그 계기로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다 보니 나도 다시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브런치작가를  시작할 때 내 초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쫄보인 내가 겁도 없이 시작한 Writer Mama 프로그램을 하며 오히려 내가 더 성장한 기분이 든다.

가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언가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제 Writer Mama는 시즌 1을 성공적으로 발행하고, 시즌 2를 진행 중이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엄마들의 글쓰기가 계속 지속되기를 바란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적극적으로 과거의 나를 위로해 주며 오늘 하루를 당차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라고 많은 전업엄마들이 아이들만큼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면 좋겠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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