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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Mar 13. 2024

야, 그거 되겠냐?

다정하고 친절한,


Unsplash의 Anastasiia Krutota


언젠간 그런 사람이고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고 싶는 생각.

아이들의 울음에는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남편의 피곤에 찌든 사회생활에서 내가 위안이 되어주고 싶은,

아주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할까 싶은,

그런 사람.


친구들은 편하게 속이야기를 할 수 있고,

코치로서 다정하고 안정감 있는,

엄마작가로서도 글에 다정한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런 사람.


이런 말을 들은 친구 한 명이 말했다.

"야, 그거 되겠냐?"





아이디어스/ 수상한토끼

올해 초, 빨간 동백꽃이 그려진 화려한 일기장을 나에게 선물했었다.

평소에 그냥 아무런 메모장에 일기를 마구 쓰고,

화려한 것에 학을 떼는 내가 이렇게 화려한 일기장을 고를 줄이야!

(역시 꽃이 좋아지고 화려한 게 좋아질 나이가 된 것인가. 아 세월이여~)


블로그나 브런치(공개되는 글) 말고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갈,

음의 찌꺼기를 모두 털어낼 공간이기도 했지만

내 인생의 한 번뿐인 41살의 생각과 느낌을 예쁜 일기장에 쓰고 싶었다.


이제 3월 중순인데, 벌써 일기장의 반을 썼다.

나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을까,

어제 우연히 일기장을 처음부터 보게 되었는데,


어떤 날은

감정에 휩쓸려 아이들과 싸우며 못된 말을 퍼붓기도 하고 , 유독 화풀이 대상이

아이들이 되어 미안한 이야기도 있고,


남편 몰래 눈물바람으로 하루를 보낸 날도 있었다. (아 맞다, 이런 날도 있었지..

세상에 까맣게 잊고 있었네! 진짜 나는 눈물이 별로 없는데 말이지..)


어떤 날은, 그날 하루의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나도 있었다.

적지 않았다면 다 잊었을 일들이(심지어 벌써 기억에서 사라진 일들도 많았다.)

일기를 보며 느낀 건


힘들었던, 마음이 많이 괴로웠던 그때를, 추억할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


참 힘들었던 날은, 다시 보니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가벼운 일이 되어있고,

마음이 괴로웠던 날은, 그런 과정 겪으 마음그릇이 더 커진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일기를 읽으며

나는 결국 내 하루를 잘 책임지며 사는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과


이렇게 모든 기억이 기록하지 않으면 잊힐 것이라면

그냥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에 닿았다.


언젠간. 이 아니라.

오늘부터!





모두가 보내는 오늘은 한 달 후쯤 보면 어차피 잘 기억이 안 날 테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한 달 후쯤 돌아보면, 지나간 일이 될 테니,

오늘의 나를 좀 더 사랑스럽게 대하고,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과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내보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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