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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Mar 14. 2024

남편학 개론_10

10. 그대는 능력좌~

"엄마! 휴대폰 화면이 왜 그래?"


아무 생각 없이 있던 그때 큰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화면이 왜?"


"화면에 핑크색 줄이 생겼는데?"


응 뭐라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떨어뜨린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줄이 생겼을까?

놀라기도 잠시. 방학중이라 서비스센터 갈 시간도 없고 귀찮기도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초록색 줄이 하나 더 생겼고. 몇 개월이 지나 세 번째 줄 까지 생겼다.


딸이 이야기했다.

"엄마. 줄이, 참 색깔이 이쁘긴 하다~초록 핑크~또 초록 다음엔 핑크가 또 생길까?"


"그러게, 세로줄이 이쁘게도 생겼네~."


내 휴대폰을 보는 사람마다, 그러다가 계속 줄이 가면

휴대폰이 먹통이 될 거라며 우려의 소리를 했고, 어서 빨리 서비스센터를 가보라고 했다.

뭐 가끔 운동할 때 드라마보기도 하는데 그때 불편하긴 해도, 휴대폰을 잘 안 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3월이 되면서 아이들 등교, 등원을  한 후에 시간이 되어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5568 고객님!"


네~하며 서비스 센터 직원 앞으로 가서 휴대폰을 보여주니 1분도 안되어 직원의 대답이 나왔다.


"기기 자체 문제는 아니고요, 액정을 바꾸셔야 해요. 수리비는 22만 원입니다. "


흐힉! 22만 원?


기계 욕심이 없는 나는 고칠 생각이 없어 서비스 센터를 나와 남편에게 전화했다.


"22만 원이래. 와 진짜 비싸다. 아직 문자도 전화도 잘 되니 좀 더 써보지 뭐. "




Unsplash의Kilian Seiler

어느 날, 남편은 휴대폰 액정을 해외 배송으로 주문했다고 했다. 자기가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액정이 어제 도착했다.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아빠가 이제 엄마 휴대폰을 고쳐줄 거라고, 아빠가 처음이라 실패할 수도 있는데 시도해 보는 건 좋은 거 같아.라고 말했더니


딸아이가 말했다.


"우리 아빠는, 절대 실패 안 해!"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의 액정수리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거실로 나와

[당신은 아이들의 무한신뢰를 받고 있어서 좋겠다!]라고 하며


딸아이가 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딸바보 아빠는 입 귀에 걸리며  작업을 시작했다.  


내 눈에는 뭐가 뭔지 다 비슷하고 복잡하게 생겼구먼, 그게 다 다르게 보이는 남편의 눈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한참을 집중하며 작업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생명공학과를 갈게 아니었네, 기계나 전자 쪽을 갔어야 해. 그런데 갑자기 액정을 사서 교체할 생각을 한 거야?"


"비싸서 액정 수리도 안 한다는 당신이 새 휴대폰을 비싸게 할 거 같지 않았고. 계속 불편하게 쓸 거 같아서...(여기까지만 말했으면 감동했을 텐데...)


그리고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았어!" (으잉? 뭐지 이 자신감?! 이따 전원 안 켜지면 어쩌려고?)


하지만 결과는 딸아이의 말대로,


대성공!!


가구 만들기, 요리, 제빵, 청소, 전등 교체 같은 것도 가볍게 하는 남편이라 손재주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고쳐보려고 하는건 다 고치는 남편의 특별한 재능을 발견했다.


뒤판을 떼고 작은 나사를 다 빼고, 하나씩 휴대폰 뒤판의 조립들을 떼고 다시 옮기는 섬세함!

집중하면 더 커지는 것 같은 콧구멍과 모아지는 두꺼운 입술!(집중력의 정도를 파악하기 쉬움!)

투박해 보이는 손에 새것이 되어 나온 휴대폰!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불편함을 배려해 준 그 마음까지 쪼끔 더해서.


나는 오늘 남편에게 한번 더 반했다.(새폰이 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름다웠던 세줄이여 안녕!


남편! 오래도록 잘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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