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뜰날 Mar 15. 2024

아침으로 소고기를 구웠다.

마음 챙김

아이들이 남긴 아침밥을 처리하며? 먹는 것.

그것이 나의 아침이었다.

남겨진 과일이나, 주먹밥 같은 거

다 식었지만 버리긴 아깝고, 하지만

내 것을 다시 차릴 기운도 없어 대충 입에 욱여넣었다.

드러눕고만 싶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마음속에 살았다.


아이들만큼 나 스스로는 챙기지 못했던 그 시기.

[엄마들 모두가 그렇지 뭐.]라며 나는 나를 그렇게 돌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Unsplash의 Daiga Ellaby

"엄마, 쉬 마려~"


6시 30분.

작은 아이가 이불속에서 나를 깨웠다.


어두운 공간을 무서워하는 아이는, 불이 꺼진 거실을 지나 화장실을 가는데 아직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컨디션이 괜찮으면 아무 말 없이 데리고 가지만, 컨디션이 나쁘면 여지없이 "스스로 가는 걸 연습해야 해"라며 아이를 다그치곤 한다.


오늘은 후자다, 아니 어쩌면 거의 매일이 후자다. 이틀 걸러 한번 목구멍까지 차는 말을 억지고 쑤셔 넣는 정도라고 할까. ( 아직 30분은 더 잘 수 있는데, 내 잠을 깨운 것에 아마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


그렇게 되면 곤히 자던 큰 아이도 깬다. 거의 매일 그런 패턴이다.  

 

"배고파, 엄마"

두 아이의 보챔으로 다시 잠을 자는 건 글렀다. 피곤함에 찌든 몸으로 눈을 찌푸리며 주방 불을 켜고 아침을 준비한다.

딸아이는 김주먹밥, 작은아이는 간장계란 비빔밥을 해 달라고 했다. 간단하고 쉬운 것이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피곤하다.


각자 주문한 밥을 주고 그 옆에 사과 몇 조각을 잘라줬다.


"앉아서 밥 먹어~"


식탁에 뛰어와 앉은 두 아이는 장난치고 노느라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그걸 또 보고 있으면 이내 내 피곤함에 이성의 끈이 풀리고 뾰족한 잔소리가 참질 못하고 나온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과는 뻔하다.

나는 도끼눈으로 화를 내고, 아이 둘은 겁나서 체할 것처럼 먹든지, 아니면 무섭다고 울겠지.


아이들을 보고 앉아있던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나의 순간의 감정으로 아이 둘이 웃고 있는 아침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마지막 알람이 울렸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큰아이는 학교를 지각하고, 작은아이의

유치원 등원버스도 놓칠 수 있다.


서둘러 방을 나갔다.




Unsplash의 Junior REIS


다행히 학교도 잘 갔고, 유치원버스도 제시간에 태워 보냈다.

찌뿌둥한 몸으로 집까지 걸어 올라갔다. 요즘 다시 시작한 계단 오르기인데, 한번 안 하게 되면 두 번 세 번 안 하고 싶어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  


평소보다 더 숨이 거칠어지고 허벅지가 땅기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헥헥대며 13층을 올랐다.

숨을 고르며 들어와 식탁을 보니 아이가 남긴 주먹밥 조금과 사과 몇 조각이 그대로 식탁 위에  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어젯밤 잠깐 봤던 육아서의 내용이 떠올랐다.

더 좋은 건 평소에 미리 조절하는 거예요.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것 같다면, 또 마음에 무리가 많이 가는 것 같다면 아이 돌보는 일에 조금은 소홀해지세요. 그리고 그만큼 자신을 돌보세요. 페이스 조절이 육아에선 가장 중요해요 [균형육아/정우열]


'맞아. 나부터 챙겨야지, 당연한 걸 맨날 까먹네'


아이들의 남긴 음식을 싱크대에 버렸다.

그리고 남편이 엊그제 장 봐온 소고기를 꺼내 구웠다.

아침부터 고기를 먹는 건 이레적인 일인데, 오늘 아침 소고기는 참 고소하고 맛있었다.


나를 스스로 챙긴다는 만족감이, 고기의 맛을 더 좋게 한 것도 같다.


많은 엄마들이 아침에 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스스로 대접해 주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고기가 아니더라도, 무조건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만들면 좋겠다.


일상에서 지치지 않게...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를 위한 먹거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아이들의 아침만 차릴게 아니라, 그 시간 나도 함께 아침을 차려서 건강하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힘들었던 아침시간을, 아이들과 웃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결코 쉽진 않겠지만요?!)


피곤해서 짜증스러울 수 있는 나에게도,

[그럴 수 있지~]라며 너그럽게 대해줘야

쉬 마렵다고 깬 아이에게도,

[엄마랑 같이 가보자~]라며 기꺼이 손을 잡고 화장실에 데려갈 마음도 생길 것 같고,

맨날 화만 낸다는 큰 아이의 말에도,

[그래도 맨날은 아니지~]라며 삐지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 같고,

주말에 남편이 혼자 총각 친구들하고 캠핑 간다는 말에도,

너그럽게 [yes]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은 나를 위해 맛있는 것을 먹어봐요^^




                    

작가의 이전글 남편학 개론_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