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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Mar 16. 2024

봄봄봄.

따뜻한 봄바람.



Unsplash의 Atakan Narman


유독 추위를 남들보다 많이 타는 나는 3월에도 계속 히트텍에 패딩을 입고 살았다.

두 아이를 낳고 몸이 허해져서도 아니고, 아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유독 추위에 민감한 체질이다.


그런 나에게도 오늘 날씨는 매우 따사롭게 느껴지는 날.


누가 봐도 오늘은 봄봄봄!


산뜻한 봄 날씨에,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내 마음도 살랑거렸다. 


아이의 하교시간에 맞춰 교문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는 엄마들도, 엄마를 발견하고 넘어질 듯 아슬아슬 뛰어오는 아이들의 색깔도 많이 밝아졌다. 

(그 사이에서 까만 롱 패딩을 입은 내가 조금 멋쩍긴 했지만;; )


봄 꽃처럼 알록달록 옷을 입은 어린이들 얼굴이 오늘따라 더 천진난만해 보인다.


그때, 아이들 사이에서 빛나는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딸아이다. 

2학년 때 운 좋게 아는 친구들이 여럿 같은 반이 되어, 하루 만에 2학년에 적응했다고 한 딸. 

유치원 때 단짝 친구였던 하율이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뭐가 저렇게 늘 즐거울까.

손을 잡고 오며 걸어오는 두 아이 모두 입이 얼굴의 반을 차지할 만큼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하율이 엄마도 나도 자연스럽게 웃는 게 전염된 듯 마주보며 웃었다. 


반갑게 재회하며 아이와 손을 잡았다.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 따사로운 햇살이 아쉬워 걸음을 천천히 걸었다

그런 기분을 딸아이가 알아챘을까?


"엄마, 날씨 좋다! 놀이터는 이런 날 가서  놀아야지~"

아이가 졸랐다. 


"친구들도 없을 텐데?"

내가 말했다. 


"엄마가 있잖아!"

아이는 함께 놀이터에서 놀자고 내 팔을 붙들며 말했다. 



아이가 2학년이 돼서는, 놀이터에서 아이 또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학교 앞에서 학원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학교 근처 학원으로 걸어서 이동하는 친구들이 많아진 이유다. 


아이는 그동안 놀고 싶어도 찬바람에 엄마가 놀지 못하게 했고,

오늘은 바람도 안 불고 따뜻하니 놀 수 있다는 나름의 논리로 나를 설득했다.


하지만, 오늘은 밤 9시에 코칭 수업이 있는 날.

작은아이가 잠시 후 하원하면 아이 둘을 서둘러 씻기고, 저녁을 준비해서 먹이고, 

양치와 잠자리 독서까지 하고 재우는 것을 9시 전에 해내야 수업에 

지각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날은 엄마인 내 마음이 조급해지고 바삐 움직인다. 

머리는 시곗바늘 초침까지 계산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따사로운 봄햇살이 그 조급한 마음까지 가볍게 이겨내 버렸다.

봄 날씨 때문이다! 따사로운 햇살 때문이다!

마음이 머리에게 그렇게 핑계를 댔다. 


잠시 집에 들러, 줄넘기와 물 그리고 내가 마실 커피까지 챙겨 신나는 마음으로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의 모든 곳에 해가 드리워져있다. 

줄넘기를 하는 아이의 얼굴에도 해가 비쳐 웃는 모습이 더 찬란하다.


벤치에 앉아 온몸으로 햇살을 만끽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오늘 저녁 예상하는 빡빡한 일정으로 긴장된 마음까지 풀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고 앉아 있으니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졌다. 


그런 오늘을 기억하고 싶었다.


따뜻한 봄햇살,

놀이터에서 해가 비친 아이의 웃는 얼굴,

내 마음의 안온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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