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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Aug 13. 2021

육아는 어렵다.

그럼에도 엄마이기에. 노력은 부모 몫이다.

육아는 어렵다.

첫 째는 첫 째대로 어렵고, 둘 째는 둘 째대로 어렵다. 첫 째가 5살이 되니 훈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잔소리가 늘었다. 내가 잔소리를 하려고 하면 첫 째는 "엄마 이야기하지 마!"라고 말한다. 나는 잔소리하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딸이 그렇게 느꼈으니 그랬나 보다. 괜히 남편에게 하소연해보았다. 오빠는 노력한 내 마음 알지? 라며 첫 째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남편의 대답으로  대신해 보았다.


아이와 부모 간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감정이 생겼다면 노력해야 하는 건 부모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하고 시도해봤다. 그런데 결국 같은 지점에서 무너진다. 왜 그럴까? 요즘 첫 째 딸은 내가 더 이상 참지 못할 때까지 '해야 하는 것들'을 하지 않는다. 5번, 6번을 참고 부드럽게 타일러도 마치 내가 폭발할 때까지 건드려보는 것만 같다.


어느 날은 또 육아의 신이 온 것 같다. 아이가 울면서 고집을 부리길래 차분하게 끝까지 아이를 달래주었다. 감정을 알아차려주고 감정을 모두 해소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원하는 것을 말하도록 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첫 째가 "이제 괜찮아. 후아 후아 했어"라고 한다. 그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다.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기특하고 고마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순간 어린 내 모습이 스친다. 이렇게 육아는 흔히 말하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안정적인 육아를 하고 싶었다. 아이는 매번 흔들릴지언정 엄마는 잡아주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흔들리는 엄마라니. 얼른 정신을 차려보기로 했다. 아이의 행동에 그대로 반응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관점이나 시선이 필요했다. 도서관에 갔다. 역시 새로운 관점이나 시선은 책 속에 있었다. 이미 내가 한 고민들을 많은 선배 엄마들과 엄마인 소아과 의사 선생님, 엄마인 정신의학과 선생님들이 모두 해놓고 좋은 해결책까지 제시해주셨다. 육아, 대화, 부모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마음에 드는 책을 모두 꺼내왔다. 자리에 쌓아두고 빌려갈 것과 이 자리에서 메모하며 넘겨볼 책을 분류했다. 다양한 시선을 도움을 받아 조금 더 즐거운 오후 육아를 해보기로 했다.


그날 실천한 내용을 정리해 봤다.


1.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해야 할 것'보다는 '즐거울 것'에 초점을 맞춘다.

2. 잔소리는 10번에 9번은 참는다.

잔소리 참기가 정말 힘들었다. 간식을 먹고 책상에 닦거나 기계나 물건을 만진다. 잔소리를 참고 조용히 물티슈로 닦아주면서 생각해보았다. "책상에 묻히지 마" 이 말을 한다고 아이가 책상에 안 묻힐까? 아니! 묻힌다!! 차분히 생각해보니 이런 잔소리만큼 쓸데없는 잔소리가 있냐 싶었다. 내 잔소리가 아이에게 먹힐 때까지 자잘한 잔소리를 참아보기로 했다. 꾹 참아보니 참을만하다.  

3. 대화는 아이 위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엄마가 한번 더 말해주며 경청하고 있음을 알려줬다.

4. 눈 많이 마주치기


집안일로 바쁘다며 덜 놀아줬는데 눈을 마주치고 실컷 놀고 난 후 엄마 설거지 좀 해도 될까?라고 했더니 나와 놀았던 시간이 만족스러웠는지 알겠다고 말한다. 두 아이는 내가 설거지를 할 동안 각자 역할놀이를 하며 한참을 놀았다.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의 질이 떨어졌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되었다.


다음 날 늦은 오후,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첫 째가 지난 토요일 남편과 공원에 갔다가 넘어졌었다. 후에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두었는데 건드리면 아파하고 겁나 해서 밤에 떼려다 깜박했었다. 그게 떨어져 선생님이 약을 발라준다고 했는데 선생님도 깜박하셨다는 거다. 약을 좀 발라달라고 전화가 오셨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전화를 끊으려는데 선생님이 "오늘 OO이가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선생님이 첫 째에게 "OO이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왜 기분 좋은지 말해줄 수 있어?"라고 물어봤더니 "모르겠어요. 그냥 웃음이 나요"라고 헸다는 거다. 그래서 선생님이 "OO이 방학 잘 보내고 왔다 보네"라고 하셨다고 한다.  


아이가 웃음이 나는 이유가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만 어제 아이와 깔깔거리며 웃고 놀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침에 밝은 얼굴로 유치원을 보낸 기억이 났다.  남편에게 "내가 어제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봤는데 OO이가 오늘 유치원 가서 이런 말을 했대. 나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왠지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 좋더라"라고 했더니 남편은 "너 때문일 수도 있지"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은 너 덕분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너 덕분이야"라고 들렸다. 오늘은 엄마로서 일희일비하는 날 중에 ''의 날인가 보다.


흔들릴 것이고 내일 아침에는 상상한 것과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지겠지만 힘을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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