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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Feb 22. 2023

고민이 있어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친구가 말했다

둘이서만 만난 건 7년 만이다.

그 사이의 기간 동안은 누군가 이사를 하거나, 아이를 낳았거나 결혼행사가 있을 때만  여러 명이서 만났다.

인생에 대해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장난기도 많고 농담도 자주 하는 친구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잠시 궁금해졌다.

친구의 고민은 몇 달 전부터 친한 친구가 답장을 하지도 전화를 받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답장이 없는 친구가 이상해 장문의 글을 써보기도 했는데 친구가 읽은 채로 답을 하지 않더란다.

(이하 고민을 말한 친구는 A , 연락을 끊은 친구는 B로 적겠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B가 카카오톡 프로필을 멀티프로필로 변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A가 말한 친한 친구 B는 나와도 오래된 친구다. A는 고등학교 때 만났고 B는 대학교에서 만났다.

그래서 왜 B가 연락을 끊게 되었는지의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고민을 말했던 A 역시 B가 왜 자신을 불편해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그 장문에 B가 답장을 한번 더 했더라면. 불만이 무엇인지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알 것 같았다. 연락을 끊은 B가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시간을 거쳤을지 말이다.

B가 지금 모를 수도 있는 것은 지금 자신의 불만을 모두 A에게 말한다면 A와 그동안의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고

A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연에 지친 B를 설득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렇구나 안타깝다. 속상했겠다. B 가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라고 말할 뿐.

이렇게 연락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A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렇게까지 반성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A는 B와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몇 년 사이 싸우거나 끊긴 인연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A는  “우리 시기는 인연들이 정리되어 가는 시기라고 친구가 말하더라”라고 말했다. 공감되었다.

육아를 하면서 육아스타일도 달라지고 생활도 달라지며 그동안 친했던 이와도 생각이 달라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몇 년 전의 내가 떠올랐다. 스스로 어떤 사람을 끊어내며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끊어내었던 과정들을 다른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너무 슬프다”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생각이 났다.

관계에는 정답이 없고 누구나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또 타인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나에게는 나쁜 사람이 되는 상황도 존재한다.

나의 인연정리에 대해 판단의 말을 들었을 때 한동안 다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와는 반대의 상황이었지만 왜인지 A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상처받은 순간들에 연고를 발라주고 토닥여주고 싶어졌다.

다쳤을 친구의 마음을 나름의 방식으로 토닥이고 돌아오는 길에 저 친구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와는 완전히 달라진 친구의 모습과 태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A가 말했던 “아무리 그래도 15년이 넘는 인연을 이렇게 쉽게 끊어내? 이야기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라는 말이 귓전에서 맴돌았다.

내가 끊어낸 인연들도 그런 생각을 할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A와 나누었던 대화와 개그, 육아공감들만 마음에 남겨두기로 했다.


이 십 대의 우리가 남아있지 않았지만 여전히 주고받는 개그가 자연스러워 웃음이 나던 대화가 떠올랐다.

적당히 현실적이고 적당히 무언가가 그리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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