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철이 드는 게 아니라...

2025년 4월 5일 일기

by 말로이

치팅데이

남편의 치팅데이를 맞아 저도 함께 했습니다. 요즘은 공복이 아주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지, 먹는 양이 이전보다는 줄었습니다. 그동안 육아를 하면서 빠르게 먹고 많이 먹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이십 대 때의 양이 되어간다고 착각될 정도입니다. 양은 줄어도 빠르게 먹는 건 참 고치기 어렵습니다. 빨리 먹기는 일하면서부터 조금씩 다져온 기술이라 획득한 기술력을 떨어트리기가 힘듭니다.


남편과의 치팅데이에 고른 메뉴는 소고기 숙주볶음과 진비빔면 하나에 레드와인입니다. 원래 우리의 치팅데이였다면 진비빔면은 2개에서 3개를 끓였을 것이고, 일단 편의점에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좀 사 왔을 것인데(후식으로) 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재우고 너무 많이 먹으면 이제 속이 좋지 않더라고요. 이 정도면 딱 좋은 양입니다.


나이 듦에 관하여

늘 그렇듯이 이야기의 주제는 제가 꺼냅니다. 제가 열 번 정도 주제를 꺼내면 한번쯤 오빠가 이야기를 하는 정도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나이 듦에 관하여'입니다. 사실은 나이 듦에 관하여라고 말했지만, 더 정확히는 철듦에 대한 아쉬움에 관하여입니다. 며칠 전 유튜브 뜬뜬에서 이동욱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 그런 것 같아요. 늘 내 마음속으로는 나는 20대 같고 한데... 그러니까 저는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철들지 않는다. 철드는 '척'을 하는 거다' (중략) (양세찬에게 설명하며) 사회적으로 너한테 원하는 나이대가 있을 거 아냐. 그거에 맞춰서 행동을 하는 게 철이 드는 '척'을 하는 거 아닐까?...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그 나이대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아닌가"


남편에게 정말 공감하며 보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남편 또한 이동욱의 말처럼 다 그런 거 아닌가?라고 말합니다. 대화를 하고 보니 나만 새삼 아쉬운 줄 알았는데 남편도 철든 척해야 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아쉬워한다는 사실만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랩니다.


여전히 철 들지 않는데 외모는 조금씩 나이들어갑니다.생각없이 남편과 함께 있을 때 처럼 행동한 날은 조금은 놀라는 상대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껏 장난칠 수 있는 누군가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마음껏 장난칠 수 있는 남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떤 해석도 하지 않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라는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남편 옆에서는 이십대중반 철부지가 됩니다. 철부지가 되게 해주는 남편이라 감사합니다. 저도 남편의 철부지행동을 안아줘야겠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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