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인슈페너가 먹고 싶어서...

2025년 4월 3일 일기

by 말로이

글을 자주 쓰고 싶은데, 일기도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일기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매일은 힘들고 생각날 때마다 쓰기로 합니다. 기억에 남는 일들이 죄다 소심함을 고백하는 일인 것 같아서 쓰기가 망설여지지만, 오늘도 그냥 쓰기로 합니다. 그렇게 걸러내다 보면 맹물밖에 남지 않을 것 같아서요. 오늘도 생각나는 건 소심한 일화뿐입니다. 볼일을 보고 아이 하교까지 시간이 꽤 남길래 아인슈페너가 맛있는 카페를 검색했습니다. 4 정거장 떨어진 곳에 맛있는 아인슈페너집이 있다고 해서 환승을 해서 카페에 갔습니다. 처음 가는 곳이라 아주 조금 설렙니다.


am 11:20

인기가 많은 카페라더니 간판부터 아우라가 다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고 테이블자리는 4개가 있었습니다. 대신 입구에 기다리는 의자가 많습니다. 의자들 사이에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는 걸 보니 입구자리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고 가는 듯합니다. 작은 의자에 앉아 빠르게 커피를 마실 정도로 맛있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am 11: 30

혼자 와서 세 명이 앉는 자리에 앉기는 그렇고 작은 책상이 보이길래 "여기도 앉아도 되나요?"라고 여쭤보니 테이블을 1초간 쳐다보더니 "테이블이 있는데 굳이?"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냉큼 세 명이 앉는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습니다. 주문대로 가서 따뜻한 아인슈페너를 주문합니다. 자리에 돌아와 보니 테이블이 낮습니다. 사실 이런 테이블은 내 허리길이를 가감 없이 느끼게 해 줘서 조금 불쾌합니다. 다리는 공중에 매달려있고 허리는 길게 늘어난 느낌이 납니다. 테이블에 팔을 괴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 팔을 테이블에 대고 책을 읽으니 공중에 매달려서 책을 읽는 듯이 불편해서 그냥 책을 들고 읽기로 합니다. 그러던 중에 따뜻한 아인슈페너가 나옵니다. 크림이 쫀득한 맛있는 커피집이라고 해서 기대감이 올라갑니다.



아직 필사를 마치지 않아 커피를 받아놓고 한참을 세워두었습니다. 예쁜 커피랑 필사한 사진을 찍으면 꽤 만족스럽거든요. 모든 걸 마치고 커피를 한잔 마실 생각을 하면 필사를 더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pm 12:05

커피맛집답게 12시가 넘어가니 사람들이 밀려들어옵니다. "여기 앉을까?" , "저기 앉을까?" 자리선정에 대한 왈가왈부가 시작됩니다. 주문대를 등지고 앉았는데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옆자리 단체 손님이 두 테이블을 잡고 앉습니다. 주변에 있는 작은 의자를 들고 가갈래 "이 의자 들고 가세요"라고 말씀드리며, 남는 의자를 가리켰습니다. 그 무리의 유일한 여성 분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번이나 말하고는 누군가가 의자를 옮깁니다.

12:15

책을 읽다가 문득 주문대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꽉 차긴 했지만 자리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점점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앉습니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가방에 책을 챙겨서 카페를 나왔습니다. 내 앞 테이블에 앉아 있던 혼자 온 여성의 꿋꿋함이 부럽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 걸 신경쓸까?‘ 혼자 아주 약간의 자책을 하며 쿨하게 카페를 나갔다가, 다시 카페로 돌아왔습니다. 카페 사장님께 "저기 화장실이 있나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집까지는 30분 이상 걸릴 것 같거든요.


pm 12:40

집으로 가다가 충동적으로 다이소에 내렸습니다. 인덱스 테이프를 다 써가거든요. 인덱스테이프를 고르다가 갑자기 거울이 보고 싶어서 거울을 봤는데 무서운 언니의 굵은 마스카라처럼 입술 옆에 커피가 묻어있습니다. 손으로 지워도 쉬이 지워지지 않을 만큼 진하게 묻어있습니다. 다이소까지 오는 길에 눈을 마주쳤던 몇 명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다음부터 커피 마시고 거울을 꼭 봐야겠습니다. 카페 화장실은 재래식 화장실에 거울이 없었거든요. 커피에 관한 지식이 +1 되었습니다. 오늘도 배움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배움

<아인슈페너를 마시고 거울을 볼 것>


ps : 카페에 다녀온 이야기를 길게도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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