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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May 17. 2017

'출산과 육아'에 관한 프랑스 남편의 생각

프랑스식 결혼생활 中

우경과 기욤의 출산과 육아에 관한 인터뷰


나우리, 우경 이야기


분재박물관 수목 디자이너. 프랑스 베노스크 산골마을에서 자라고 현재 외국기업 면세사업부 회사원인 기욤과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 쟈크와 가비- 아들 쌍둥이의 엄마.


우경의 쌍둥이 출산을 지켜보며 프랑스남편 기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리고 아빠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그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출산과 육아에 관한 기욤과 우경의 생각을 들어보세요.






우경      임신과 출산은 남자인 기욤이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잖아. 나의 임신과 출산을 지켜보며 특별히 느낀 점이 있어?


기욤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 특히 당신은 옆에서 지켜보기에 보기만 해도 놀랄 정도로 배가 정말이나 컸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몸으로 출산하기 전까지 트럭을 운전하면서 분재원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의 건강함이 고마웠어.

 



우경      우리가 쌍둥이를 만나기 전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그 시기를 돌이켜 본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욤      힘들고 참 미안했지. 아기가 쉽게 생기지 않는 것도 힘들었지만, 당신이 병원에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지.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냈고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의지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우경      육아에서 아빠와 엄마의 역할은 어떻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


기욤      아빠와 엄마의 역할은 부모가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가르쳐 준다고 생각해. 밤에 자다가 깨면 울면서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 당신이잖아. 그때는 내가 도와줄 수는 없지만 그 외에 일 끝나고 돌아와서 아이들과 같이 놀고, 주말에 외출할 때 기저귀 가방을 챙기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지. 육아를 힘든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아빠와 엄마의 역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육아는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이니까 아이의 필요에 따라 부모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우경      아이가 태어나기 전 생각했던 육아 가치관과 아이가 태어난 후의 가치관이 달라졌어?


기욤      아이를 갖기 전부터 지금까지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어. 우리 아이들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이라 생각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만 교육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진행되는 거야. 어른에게 인사하고 밥 먹는 예절을 지키고 형제를 아껴 주는 것을 부모가 먼저 보여 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깊게 사랑하는 것이지. 나의 아이라 할지라도 엄격한 하나의 인격체인 동시에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해. 아이들 스스로 혼자 살아갈 힘을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육아의 기본자세라 생각해.




우경      형제가 많은 가정환경에서 자랐잖아. 부모님이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았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부모님의 육아법 중에서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게 있어?

 



기욤      알다시피 난 7남 3녀의 둘째잖아. 늘 동생들의 울음소리를 들었어. 아이가 운다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배웠고, 밥을 먹고 기저귀를 바꿨는데도 울 때는 고집을 피우는 거라며 울게 내버려 두는 모습을 보고 자랐어. 동생들이 이유 없이 울 때 아버지는 조용히 방문을 닫으셨어. 그냥 울게 둔 거야. 10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힘들었을 텐데도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이 강했으니까 해내신 것 같아. 그리고 언젠가 내가 아버지께 어떻게 하면 10명을 키울 수 있느냐고 여쭤 봤어. 참고 견디셨다고 하시더라. 순간 난 얻어맞은 기분이었어. 10명을 자식을 키우면서 매 순간 참고 견디셨다는 그 말씀에 우린 아직 2명인데 견딜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같이 견디면서 잘 키워보자!


우경      쟈크와 가브리엘의 진로에 관해 생각한 적이 있어? 부모는 어디까지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기욤      당연히 부모의 마음은 국적을 불문하고 내 아이가 잘되길 바랄 거야.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더라고. 공부를 잘하기 전에 사람다운 사람으로 바로 설 때 아이가 어떤 일을 한다 하더라도 난 아이들의 지원자가 될 것 같아. 당연히 자기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같이 고민도 하고, 진로도 찾아봐야겠지. 마음 같아서는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집을 나가라고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첫 직장을 잡아서 본인이 스스로 돈벌이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우경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야? 그 순간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아?


기욤      아이들이 울 때가 가장 힘들어. 특히 쟈크가 샤워할 때 눈에 비눗방울이 들어간 이후로 샤워를 싫어하고 울부짖을 때가 곤욕스러워. 이틀 동안 머리를 안 감겠다고 해서 최근에 쟈크 머리를 밀어줬어. 머리에서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났거든. 쟈크에게 머리 감는 것이 무서운 일이 아니라고 여기도록 설명해 주면서 샤워를 즐겁게 하도록 하는 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이야. 당신이 얘기해 준 아이용 샴푸 의자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 앞으로 아이들이 자기주장을 펼치고 소리도 지르고 자기가 무조건 옳다고 하는 순간이 오겠지. 그럴 때는 같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왜 화를 내는 것인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서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를 잊지 않을 거야.


우경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어?


기욤      무엇보다도 아빠를 떠올리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엄마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기억해 줬으면 해.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고,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일 때 그 사랑의 힘으로 가족이 가꾸어지는 것 같아. 열심히 일하는 아빠로서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내를 제일 귀중하게 여길 거야.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힘을 아내에게서 받는다는 것을 느끼거든.


우경      마지막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와서 정말 놀라운데. 엄마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정말 명대사 중의 명대사야. 난 당신처럼 세상의 모든 남편이 부인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아내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남편이 된다면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아.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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