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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Jun 17. 2018

책 내고 일년

가는 세월이 소중한 만큼 지난 일년도 역시 특별했다고 기억하고 싶다. 6월은 <프랑스식 결혼생활>을 출간한 달이다. 이나가 '책 덕분에 1년 단위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고 말했었는데, 그녀의 말처럼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자연스레 지난 한해를 돌아보게 될 것 같다.


책을 마무리할 때만 해도 1년 뒤를 짐작하지 못했다. 그저 책을 마무리하고 나면 한동안 조용히 지낼줄만 알았다. 그러나 삶은 요지경, 예상할 수가 없다. 또다시 파란만장한 일년이 펼쳐졌고 다행히 감사한 일들로 가득채울 수 있었다. 책 덕분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무엇보다 내 인생의 한 챕터를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질풍노도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성숙하게 무르익어가는 시기로 접어들었다고나 할까(사실 제발 그러길 바랄 뿐이다). 돌이켜보면 서른 초반도 설익은 나이였다. 마흔을 향해가는 나이가 되고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지난 일년인생에서 손꼽을만한 중요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워낙 파란만장한 인생이라 이미 중요한 일들이 손가락 열개로 부족할 것 같다만.


우선, 20년 살던 동네를 떠나 이사를 했다. 이사하던 날 많이 울었다. 그리고 한 달 뒤쯤 우연히 그 동네를 지나던 어느 날에도 많이 울었다. 일년 전만 해도 이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집을 지켜낼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겨낼 수 없음을 깨달았고 내려놓아야만 했다. 20년 동안 쌓추억과 짐을 정리한다는 건 무척 버거운 일이었다. 익숙한 곳을 떠나는 일은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한쪽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말처럼, 우리 가족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더 나은 보금자리를 꿈꾸는 계기로 삼았고 결실은 몇년 뒤에 맺겠지만 희망의 씨앗을 열심히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새로운 집은 대학 캠퍼스 안
산책하는 우리 가족


자연으로 둘러쌓인 새로운 집에서는 막내를 낳았다. 아이는 낳을수록 예쁘다는 말도 겪어보니 알겠다. 각기 다른 성향을 지닌 세 아이를 키우는 일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버거울 때가 있지만 기꺼이 받아들이는 중이다. 무엇보다 첫 아이를 키울 때보다 훨씬 능숙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남편과는 피곤함을 핑계로 크고 작은 싸움을 하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발이 더 잘 맞는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다. 점점 부부로서의 관계가 무르익어가는 느낌이다.


또한 자세히 이야기를 하기는 이른 단계지만 새로운 을 준비 중이다. 때문에 출산을 전후로 해서도 바빴고 스트레스도 꽤 받았다. 육아와 사업구상, 새로운 집에 적응하는 일까지. 난 늘 한꺼번에 변화가 찾아온다. 아니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기회다 싶으면 망설임없이 몰아붙인 이놈의 로켓포같은 성격 덕분이다.


이렇게 일년을 뒤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바쁘게 살았다. 숨 가쁘게 달려왔고 많은 사건들로 가득했었지만 다행히 큰 실수는 없었다. 연륜인지 확실히 더 신중해졌고 때론 돌다리도 두들기고 가는 법도 익힌 내가 기특할 따름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희비로 가득했지만 행복했다는 거다. 오래 살던 집을 떠나 힘겨울 때도, 육아에 지쳐 짜증이 올라오는 순간도, 사람 때문에 열이 받던 날에도 내면에는 '그래도 난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깔려있었다. 이 힘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고 나는 그것을 알아보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까짓꺼가 날 불행하게 만들수 없다는 자신감 덕분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내멋대로 정의하고 있는 행복이론 덕분인지 인생은 더 나은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지난 일년에 대한 소회는.


가족과 함께라면 어디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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