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리 Jun 21. 2017

무슈 벌노무

책에 못 다 한 이야기

<프랑스식 결혼생활>을 만들면서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원고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공유할까 해요.  


<프랑스식 결혼생활>을 읽으신 분이라면 나금의 남편 쟝이 교통사고를 냈던 사건을 기억하실 거예요.  아래는 그 뒤에 생긴 일이지만 주제의 통일성을 위해 삭제되었던 내용이에요. 쟝은 교통사고 후 충격을 받은 나머지 스스로 변화하기로 결심했죠. "멋진 아빠가 될 거야!!"라고 벼르던 쟝. 하지만 유머를 잃지는 않았어요.


책을 읽고 보면 더 재미있어요!





이렇게 나의 감동적인 조언을 가슴에 받아 든 쟝은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쟝으로 태어난 첫날! 그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스벌르노무~"

"그게 무슨 소리야?"

"응, 운전할 때 화 안 내려고. 중얼거리는 거야."


스벌르노무~~ 쟝은 한국식 욕을 음을 섞어 흥얼거리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킥킥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애나도 안 알아듣고. 나는 스트레스 없고. 좋지?"

"너무 좋네. ㅋㅋ 근데 눈치 빠른 사람은 알아들을 거야. 좀 더 부드럽게. 스버르노무~ 가 좋겠어. ㅋㅋ"


부창부수가 이런 거지. 그렇게 웃으며 가는 길에 문득 애나가 태어나기 전의 사건이 떠올랐다. 동작대교를 건너는 길이었다. 흰색 차 한 대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들더니 우리 차를 추월해버렸다. 운전하던 쟝은 놀란 나머지 비어있던 차선으로 급하게 핸들을 틀었고, 뒷자리에 있던 나와 훈이의 몸은 좌우로 출렁거렸다. 너무 화가 났다.


"저 미친 새끼!!!!"

"저 미친 새끼!!"


헉.. 5살 훈이는 앵무새처럼 엄마를 따라 하고 말았다. ㅠㅠ  


"마망~~ 그러면 안되지이~~~ "


쟝은 껄껄거리면서 비웃었다. 나는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내가 미친뇬이지...'를 속으로 되뇌었다. 욱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욕을 뱉어버리다니. 그것도 아이 앞에서 할 말이 아니었다. "자기를 닮아서 그래~ "하고 변명했지만,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 순간을 떠올리니 욕 대신 스버르노무를 외치자는 남편이 현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 남편이 외친다.


"저기 무슈 벌로무가 지나간다~"


이건 무슨 소리일까? 혹시나 누군가 우리 곁을 지나며 격하게 운전한다면, 그를 무슈 벌로무라고 하기로 했다. 정확한 뜻은 알아들을지도 모르니 비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