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잠수함의 행복 발명 북리뷰
별게 다 행복합니다 - 행복을 발명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명로진 (지은이) 마음의 숲 2021-08-20
명로진 작가의 신작 #별 다행히 출간됐다.
이 책은 “행복을 발명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절대 익숙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다. 밤늦도록 술 마시는 건 고사하고 당최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단순히 사람 만나고 즐기는 것만 안 되는 게 아니라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운 그런 날들이다.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일조차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이게 어찌 사람 사는 세상이란 말인가?
오십여 년 조금 넘게 살아왔지만 이런 세상은 상상조차 못 했다.
예전에 리뷰했던 책, 블랙스완에 대충 이런 내용이 나온다.
“상상도 못 한 일이 현실이 됐을 때, 사람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차츰 ‘그래.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어.’라고 수긍을 한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견딜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이걸 사후 합리화라고 표현하던가?
어쨌든 2년 가까이 코로나와의 사투를 벌이며 죽을 듯, 죽은 듯 살아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아마 이 고민이 작가로 하여금 이 책, 별다행을 쓰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일단 표지를 유심히 봐야 한다.
밝은 보라색 표지에는 죽은 듯 널브러져 있는 사람과 그의 배 위에 올라 누운 고양이 한 마리, 옆에는 앉은뱅이 접이식 상에 노트북이 펼쳐져 있고 그 모니터는 개와 고양이가 들여다본다.
한쪽에는 먹다 남은 과자 봉투가 무심하게 놓여 있고, 그 위에 노란색 큼직한 고딕체로 “별다행”이라는 글이 보인다.
이쯤이면 자가격리 제대로 하는 것 같은데, 책 앞날개 아래에 표지 일러스트는 출판사 디자인팀의 백석봉이라는 분께서 그리신 것 같다.
이 표지만으로도 이 책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을 작가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채웠다.
첫 시작은 국민 MC 유재석 씨의 “계획 없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아나운서, 작가, 인문학자를 비롯해서 절대 누군지 알 수 없는 작가 주변의 지인들까지 소환해서 책에 등장시킨다.
이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
제목 그대로다.
이젠 별 시답지 않은 것조차 의미를 찾고 행복을 부여할 수 있는, 아니 그래야만 하는 세상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가? 행복을 포기하면 행복해진다!
유재석 씨를 졸지에 행포자(행복을 포기한 사람)로 변신시키며 작가가 하는 말이다.
책 내용 중에 격하게 공감한 문장을 소개한다.
71P
사실 우리의 삶은 행복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든 생명이 그렇듯 인간 역시 생존이 목적일 뿐, 행복은 옵션이 아닐까. ‘행복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 강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행복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무슨 마법을 갖고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불행한 사람도 죽고 행복한 사람도 결국 죽는다. 물론 기왕이면 불행한 삶보다는 행복한 삶이 낫다. 백만 배쯤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산다는 단어 그 어디에도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즉, 산다는 것 자체는 행, 불행과 전혀 관계가 없다. 다만 살아가는 주체인 나 자신이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럴까?
실제로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들보다는 빈민국가의 국민 행복지수가 더 높게 나온다고도 한다.
행복은 만족감에서 나온다. 만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행복을 느낄 여유가 있겠는가?
그러니 소소한 것에서 만족을 느끼면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게 되는 거다.
가장 행복한 삶, 가장 성공한 삶은 어떤 삶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죽는 그 순간,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행복하게 살다 가는 것”
오늘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자고 일어나서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다. 지금 불행하다면 잠시 후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적어도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늘 행복하기만 한 삶은 없다.
그러니 적당히 불행하고 적당히 행복한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
이 책을 구입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해보자.
한두 달전쯤 명로진 작가가 페이스북에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댓글로 알려달라.”라고 쓰셨다.
댓글을 달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됐다는 걸 알게 돼서 알라딘에서 구매를 했다. 예약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을 배송해주었다. 오!!
책을 주문한 지 이틀 뒤, 이 책을 출간한 마음의 숲 출판사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주소를 물어왔다. 댓글 단 사람들의 글을 책 뒤에 실었고 책을 보내준다고 한다.
그래서 또 한 권이 왔다. 심지어 이번엔 내 이름까지 넣어서 사인한 책이다!!! (이름을 잘못 쓰신 건 이해하기로 했음)
이렇게 뜻하지 않게 두 권의 작가 친필 사인본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