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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Oct 20. 2021

당신의 필살기는 무엇인가요?

무명 강사 노랑잠수함의 강사 생존전략

당신의 필살기는 무엇인가요?

- 무명 강사 노랑잠수함의 강사 생존전략


나의 필살기


 TV 프로그램, 특히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출연자들에게 개인기를 요구하는 장면을 자주 본다.

 이 개인기가 얼마나 재미있느냐에 따라 다음날 포털 사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하고 인기를 얻기도 하니 연예인에게 개인기는 필수 요소가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면 이게 비단 연예인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특히 업무와 관련된 만남이 있을 때, 상대방의 눈도장을 받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이야기다.


 코로나 시국이라 지금은 요원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동료들과 저녁 회식이나 노래방을 가게 될 때가 있다면 노래 잘하는 사람이 관심을 끌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일 테다.


 마술사라는 직업을 가진 후배가 있다.

 그 후배는 사람 모이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그의 손 안에서 무언가는 없어지고 또 다른 무언가가 생겨나기도 하며 정신을 쏙 빼놓는 데 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후배에게 쉽고 재미있는 마술 몇 가지를 배워서 한동안 유용하게 써먹기도 했는데, 전문 마술사와는 실력은 물론이고 무대를 장악하는 데에서도 하늘과 땅 차이니 나는 딱히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이 후배는 마술사로서의 활동은 접었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 사람들을 만나면 간단한 마술 몇 가지를 보여주면서 시선을 확 잡아끈다.


 이게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확인이 된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다시 연락할 일이 있을 때 “예전에 만났던 마술사입니다.” 이 한마디면 누구든 그 후배를 기억하며 반긴다.

 이 후배를 보며 나도 일찌감치 마술을 배워두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느 정도는 자신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노래를 잘하든, 위에 소개한 마술사처럼 화려한 기술을 갖고 있든, 뛰어난 언변으로 대화를 잘 이끌어가든, 뭐라도 하나쯤은 있어야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 세상이다.


 손금이라도 볼 줄 알면 그것도 나름 유리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인 중에 별자리 풀이를 잘하는 분이 있는데 본업과는 상관없이 별자리 상담을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별자리에 관한 재미있는 책도 한 권 출간하고는 작가이자 별자리 전문가로 자리매김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사라는 직업은 그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반면 그렇게 만나는 많은 사람과의 관계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강의가 진행 중일 때 수강생들은 강의실 안에서는 강사에게 의존하게 된다. 설령 강사가 잘 모르거나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 말은 강사의 말과 행동이 무척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의가 끝나고 나면 그 많은 수강생과의 인연은 대부분 이어지지 않는다. 요즘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가 발달해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서 인연을 이어나가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 단체 대화방을 그대로 두어야 할지 없애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개인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정작 나 역시 그다지 매력적인 개인기라고는 찾을 수 없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후배 마술사에게 배운 마술도 그다지 대단할 것 없다. 딱히 내세울 개인기는 없는 셈이다.


 강의실에 들어서서 수강생들을 만나는 첫날, 나는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사회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다 보니 학교 교육과는 달리 나의 사회생활을 들려줄 여지도 없다.


 따라서 허심탄회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도 결국 강의의 연장일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 그렇게 마음의 벽을 빨리 허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나는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특히 IT 등의 발전과 관련된 기사를 많이 보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알게 된 새로운 소식을 수강생들에게 전하려 노력한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려주는 기분으로 이야기하는 건데, 이게 조금은 도움이 된다.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 재미있어요.”라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니 좋아요.”와 같은 반응을 종종 만난다.

 개인기, 혹은 필살기라고 부를만한 무언가를 갖추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생활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강사 역시 강의 현장에서 드러낼 수 있는 멋진 필살기 하나쯤 갖추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


 이쯤에서 밝히는 정말 나만의 특별한 필살기.

 나는 십여 년 전쯤 우연한 기회에 전각이라는 걸 배웠고 지금까지 취미 삼아 계속하고 있다. 몇 년째 공모전에 출품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1년 현재 내가 사는 지역인 인천에서 서예 작가로 인정을 받았다.


 전각은 서예 분야의 일종인데, 흔히 낙관이라고 부르는 돌 도장 새기는 걸 말한다.

 사방 1.5센티미터쯤 되는 작은 사각형 돌에 이름을 새겨서 도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도장을 새기기 위해서는 재료 구입에 따른 비용도 발생하고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모든 수강생에게 선물하지는 못한다.

 10회 이상 진행하는 강의에서 결석 없이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을 대상으로 이름 도장을 새겨서 선물한다.


 사실 요즘 세상에 도장 쓸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도 사각형 돌 도장을 새겨서 제법 고급스러운 보관함에 넣어서 선물하면 받는 분들은 무척 좋아하신다.

 

 이 필살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처음 만나서는 절대 선보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한문으로 이름을 새겨야 할 경우에는 이름에 쓰는 한자를 물어야 해서 깜짝 선물할 수는 없다.


 좋은 점도 있다.

 흔하지 않은 선물이다 보니 받는 분들께 남기는 인상이 무척 강렬하다는 거다.

 즉각적이고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필살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잘 써먹고 있다.


 물론 강의 횟수가 모자라거나 해서 아예 해당 사항이 없는 강의일 경우에는 의미 없는 필살기일 뿐이지만 말이다.


 뭔가 좀 색다르고 즉각적인 그런 필살기를 하나쯤 개발해야 할 텐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이참에 타로카드라도 좀 배워볼까?

 당신의 필살기는 무엇인가?


https://youtu.be/DhKsSVAdX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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