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잠수함의 솔깃한 장비 이야기
최첨단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 노랑잠수함의 솔깃한 장비 이야기
5) 첨단 기기로 중무장
한 때 얼리어댑터라는 단어가 꽤나 그럴듯한 신조어 역할을 한 적 있다.
얼리어댑터는 “일찍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시장은 시시각각 새로운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전에는 본 적도 없는 이런 상품을 먼저 접하고 사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나도 예전에는 얼리어댑터라는 말을 제법 들었다.
1995년, 미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에게서 받은 선물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당시 받은 선물은 애플사에서 출시된 뉴튼 메시지 패드 100이라는 제품이었는데, 세계 최초의 PDA라고 알고 있다. PDA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개인 휴대용 단말기였다.
비록 흑백화면이었지만 펜으로 쓸 수 있는 디지털 기기가 주는 충격은 정말 컸다. 그 이후 나는 PDA를 애용했다. 심지어 나의 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주제는 “개인휴대용 단말기(PDA)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관한 연구”였다. 게다가 당시 PDA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서비스하는 업체에서는 나에게 PDA 관련 컬럼을 의뢰해서 2년 가까운 기간동안 일주일에 한 편씩 컬럼을 연재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2002년에는 PDA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준비했을 정도로 당시의 나는 PDA에 빠져 살았다. 물론 준비하던 사업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얼리어댑터가 된다는 것은 남들보다 빠르게 신문물을 만난다는 짜릿한 경험을 안겨 주는데, 반면에 늘 항상 지갑이 가벼워진다는 사소하지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얼리어댑터를 포기하고 난 지금의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구매하는 디지털 기기를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름 얼리어댑터라고 자부하던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내가 그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첨단 기기에 열광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그런 기기가 소개되는 주기도 짧아졌고 기술도 발전한 데다가 실생활에 적용되는 범위가 넓어져서 그런 것 같다.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방 책상 위에는 일단 노트북이 두 대, 스마트폰이 공기기를 포함해서 세 대, 태블릿이 세 대가 있다.
게다가 유튜브 영상을 위해 구입한 카메라가 세 대 있고, 예전부터 사용하던 미러리스 카메라가 있으며 녹음을 위해 구매한 마이크가 네 대, 녹음기가 두 대가 있다. 게다가 촬영용 조명까지...
방에는 영상 촬영을 위해 뒷배경을 설치해두었고 카메라와 조명기기를 고정하기 위한 삼각대가 늘 자릴 잡고 있다.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면 일단 사용법을 익혀야 하고 나한테 잘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테스트를 해야 한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업로드를 한다.
외출할 일이 있을 때면 항상 가방 하나에 카메라와 마이크, 녹음기 정도는 넣어 들고 다닌다.
가끔은 차 안에서 영상을 찍기도 한다.
외출할 때 이 가방을 깜빡 빼먹고 나가면 마치 전쟁터에 총을 버려두고 출전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영상제작이라는 단어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영상제작은 전문가가 하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나는 극장에서, 집에서 TV로 보는 게 전부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어떤가?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이제는 강의도 비대면 시대에 맞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그에 맞는 도구가 필요하며 앞서 말한 디지털 장비들이 그 도구가 된다.
물론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한 대만으로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촬영한 영상을 편집할 수 있으며 업로드를 통해 공개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비대면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만능도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어릴 적 봤던 미국 드라마 맥가이버는 주변의 온갖 소품을 이용해서 위험에서 빠져 나가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스스로를 위험에서 지키고 필요에 따라 경제활동을 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장비들을 필요로 하는 건 아마 욕심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드는 영상 결과물의 품질에 대한 욕심이 이런 투자를 하게 만든다.
나는 유튜브 채널 운영 관련해서 강의할 때 수강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절대 장비에 돈 투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지금 투자하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니 당분간 스마트폰과 컴퓨터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럼 언제 그런 장비가 필요하냐고 묻는 수강생들이 꼭 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꾸준히 운영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필요한 장비가 생각난다고, 그때 알아봐서 적절한 걸 고르면 된다고 말한다. 필요한 순간이 오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게 되니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이다.
사실 우리는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당장 필요한 건 스마트폰 하나뿐이다.
오디오에 욕심이 나면 일단 가장 싼 핀 마이크를 하나 사서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사용하면 되고, 조명이 아쉬우면 집안 불을 죄다 켜고 촬영하면 된다.
가끔 말 그대로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하고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유튜브 운영자를 본다. 그리고 그들의 영상이 그냥 스마트폰 한 대로 찍은 영상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된다. 물론 장비값 하는 정말 뛰어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언젠가 전문 사진작가에게 물어본 적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 몇 백만원이 넘는 고가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다르냐고.
그의 대답은 이랬다.
“사진 자체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죠. 화각이나 세밀한 표현 등에서 차이가 나겠지만 어차피 모니터로 보면 똑같아요.”
지금 들고 있는 최첨단 장비, 스마트폰과 친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