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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Sep 26. 2024

가정의 평화는 지켜질 수 있을까?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크로이체르 소나타 (반양장)  | 펭귄클래식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은이),이기주 (옮긴이)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2008-05-26원제 : Крейцерова соната (1889년)

 펭귄 클래식 시리즈를 읽기 시작해서 세 번째 책이다.

 톨스토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을 잔뜩 안고 읽기 시작했다.

 앞서 소개한 “유토피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물론이고 지금 읽고 있는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까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이 발표된 시대와 현대사회의 간극에서 오는 괴리감일 거라고 생각되는데,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영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소개한 리뷰에서 이야기했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이 책은 총 4개의 단편(길이가 중단편쯤 될 것 같다)을 담고 있다.


 어린 나이에 중년의 남자와 결혼한 뒤 겪은 결혼생활을 담고 있는 “가정의 행복”,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고 그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의 고해를 담은 “크로이체르 소나타”, 

젊은 나이에 가족을 지키고 집안을 일으키려는 남자가 겪는 이성에 대한 갈등, 결혼 이후에도 여전히 고민하는 모습을 담은 “악마”, 

마지막으로 성직자의 삶을 선택한 뒤에도 끊임없이 여성에 대한 갈망과 그로 인해 피폐해지는 남자의 이야기인 “신부 세르게이”.


 설명에 따르면 네 개의 단편 중에서 첫 번째 작품인 “가정의 행복”은 작가 톨스토이가 젊었을 때 집필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담고 싶어 했다는데, 나이 차이가 많은 부부간에 느끼게 되는 세대 간 격차도 있을 것이고, 어린 아내의 호기심, 유혹에 빠져서 가정을 소홀히 하는 모습도 등장하지만 무난하게 마무리한다.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기차 여행 중 옆자리에 앉게 된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글쎄? 이건 부부간의 갈등과 같은 문제가 아니라 남자의 의처증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러시아에 대해 내가 궁금증을 갖게 된 건 예전에 읽었던 에이모 토울스의 책 “모스크바의 신사” 때문이다. 이 책은 공산화되어가는 시기에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 객실 손님으로 시작해서 감금, 이후로는 직원으로 살게 되는 남자와 그를 통해 서방으로 망명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공산화되기 전의 러시아, 아마 제정 러시아라고 부르던 시기가 아닐까 싶은데, 그 시기의 마지막, 그리고 공산주의로 변신한 이후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를 읽으며 어쩌면 신사의 나라라 불리던 영국보다 훨씬 더 젠틀한 나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조금 더 알아볼까 싶기는 했지만, 그럴 정도로 궁금함이 크지 않았고, 그런 걸 일일이 조사할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아서 멈췄지만 말이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사실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부활... 이 정도 밖에는 모르겠고 고등학교 시절 한 번쯤 읽어보았을지 모르지만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


 만일 톨스토이의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을 먼저 읽고 난 뒤에 이 책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읽었다면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대문호의 작품이라는 점 말고는 딱히 와닿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 방식, 감정, 상황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대단하다고 느꼈다.


 며칠 전 동물농장을 다 읽었고, 지금은 좁은 문을 읽고 있다.

 다른 책을 읽는 틈틈이 잠깐 짬날 때 읽기 좋다는 생각을 한다.


 전자책이라 밑줄을 그을 수는 없고, 눈길을 끈 문장 몇 개 소개한다.

 “그러나 삶의 목적이 있다면 그 목적을 완수했을 때 삶을 끝내야 합니다. 그런 결론이 나오는 겁니다.”


 “이익과 불이익을 따져보았을 때 불이익이 더 크니까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장 보수적인 계층은 노년층이고 진보적인 계층은 청년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전혀 옳지 않다. 가장 보수적인 계층은 청년층이다. 젊은이들은 잘살아 보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거나 그럴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본보기로 삼기 때문이다.”


https://youtu.be/l6AU5JFER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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