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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지 Jun 14. 2020

이런 미래라면 좋을 것 같아

생각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쉼'을 위해 보내는 주말은 정말 소중해.




거의 매주 친구들의 결혼식을 다니느라고 바빴던 주말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결혼을 한다면 어떤 그림일까. 어떤 결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객관적으로 내가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기에 적당한 사람인가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결론은 예스. 먼저, 보기와는 다르게(?) 집안일이 방치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라디오를 들으며 설거지를 하는 평화로운 시간의 매력을 알고, 손빨래하며 땀을 흘리고 난 후에 하는 샤워의 개운함을 안다. 쓰레기봉투가 꽉 차지 않았을 때는 집안 곳곳의 휴지통을 비우면 금방 쓰레기봉투를 꽉 꽉 채워서 버릴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페트병은 라벨지와 플라스틱 부분을 분리해서 버려야 하고, 우유 팩은 깨끗이 닦은 후 말려서 접어버려야 한다. 빨래는 색깔 옷, 흰 옷, 속옷, 수건 구분해서 빨아야 하고 빨래가 바짝 마른 후에는 꼭 접어서 서랍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 입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와 함께 생활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집안일로 민폐를 끼치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결혼을 한다면 상대방이 나보다 자취경력이 뛰어났으면 좋겠다.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을 상대방의 룰도 배워보고 싶기 때문에. 그리고 더 좋은 부분은 나도 따라서 배우고 싶다. 나도 집안일을 평균 이상으로 꼼꼼히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보다 더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전업주부를 하고 싶은 재택근무 직종이어도 좋겠다! 하지만 요리는 주로 내가 하고 싶다. 나는 요리하는 게 너무 좋다)


그리고 함께하는 주말에는 각자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적당히 일어나서 오전에는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방에서 밀린 뉴스레터를 읽고, 상대방은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서 밀린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을 보낸다든가!

평일에는 열심히 각자의 자리에서 일했을 테니, 주말에는 혼자서 쉬는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 즈음 샐러드에 과일주스로 헤비하지 않은 점심을 먹고 햇볕이 따스한 시간에 슬슬 동네 산책을 하면 좋겠다. 비타민D를 잔뜩 섭취하고 동네 분식집에서 떡튀순과 쿨피스를 맛있게 먹고 집에 오는 길에는 저녁거리 장을 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으면서 집에 오는 주말. 그리고 집에서 찌개와 잡곡밥, 나물 반찬들로 건강한 밥을 먹고 은행구이와 맥주한 캔 마시면서 조금 수다 떠는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기. 바쁘고 정신없던 평일과 달리 슬렁슬렁 흘러가는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왕이면 먹는 취향은 햄버거, 피자, 치킨과 같은 기름지고 헤비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내 식습관과 닮았으면 좋겠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치킨+콜라보다 연두부+닭가슴살 샐러드+검은콩 두유 이렇게 먹는 걸 훨씬 좋아하는데 이런 라이트 한 식사도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라는 단단한 신뢰가 있는 믿음직스러운 관계였으면 좋겠다.

내가 나긋나긋하고 친절하게 설명할 때는 누구든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뾰족하고 날이 선 이상한 내 모습에도 먼저 손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 그 정도의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럴 사람이 아닐 거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 가끔은 먼저 내 마음을 천천히 들어봐 주려고 하는 사람. 그럼 아마도 단순한 나는 금방 미안해하겠지. 뾰족뾰족했던 내 모습이 얼마나 못났었을까 하고 반성도 하겠지. 그렇게 내가 스스로 미안해하고 다듬어질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너 아주 못났다고, 너 너무 별로라고 다그치는 모습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것도 역시 내가 보기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모진 말 함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랄까!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하진 않아도 괜찮을  같다. 물론 함께 한다면  좋긴하겠지만,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어도 좋겠다. 나는  모르는 영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나에게 설명해주고 이따금씩 같이 해볼  있는 취향을 가진 사람. 나는 영화,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고, 전시회를 보러 가는 , 야경을 보러 가는 , 수영, 서핑과 같은 액티비티한 것들을 좋아한다면.  사람은 가끔 친구들과 하는 운동을 좋아하거나, 드라이브하는 , 새로운 장소에 가는 , 독서  서로 닮은듯 영향을 주고 받을  있는 취미를 가진 그런 느낌! 하지만 가끔 주말에  번씩 등산을 같이 가는 정도는 함께   있는 약간은 교집합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타이밍!

인생의 타이밍만큼은 같았으면 좋겠다.

부여받은 가족, 나 자신, 선택한 가족, 친구, 직업, 경제력, 취미 등등 인생을 살다 보면 우선순위가 바뀌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가치들이 있는데, 그런 타이밍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매주 매주 친구들을 만나서 밤새 논다든가, 술을 와장창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게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라면 아마도 둘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도 서로 이해하는 영역에 어려운 부분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타이밍만큼은 같았으면! 적어도 똑같지는 않아도 큰 카테고리 정도는 같았으면 좋겠다.


적고 보니 이렇게나 많은 걸 바라다니.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런 미래라면 좋을 것 같다.

태어난 순간 부여받은 가족은 내가 언제 돌아와도 늘 그 자리에서 나를 품어주는 '집'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내가 선택하는 가족에게는 내가 따스한 집이 되어주고 싶다. 바깥에서 즐거웠든 힘겨웠든 집에 돌아와서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이고 포근한 느낌. 그런 집이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나의 가족 또한 나에게 집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흐음~ 이런 미래라면 너무나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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