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한마디 / "천천히 서두르자"
1.
이 말은 우리 속담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과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오래전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자주 사용했는데, 사실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그 내용이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 번역을 하면 “make haste slowly”가 되는데, 즉 “천천히 서두르라”는 말이다.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특히 이 말을 애용했다고 하는데,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좌우명이었던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장군들에게 조급하게 훈련을 시키는 사람보다는 서두르지 않고 강하게 훈련을 시키는 장군이 되라고 강조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 장군들에게 "천천히 서두르라"고 강조를 했단다. 대담하고 성급하기보다 안전하고 강한 사령관이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리다.
2.
르네상스 시대 인쇄업자인 알두스 마니티우스(Aldus Manutius)는 돌고래와 닻을 그가 사용하는 프린터의 상징으로 채택한다. 그는 에라스무스의 책을 인쇄하기도 한 사람인데, 에라스무스는 인쇄를 해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면서 이 말을 사용한다.: "마니티우스(Manitius)는 ‘천천히 서두르면서’ 인쇄를 했기에 그가 명성만큼이나 많은 금을 획득하는데 무리가 없다.“라고 한다. 그러자 칭찬을 들은 마누티우스는 에라스무스에게 로마 은화를 하나 보여 준다. 그것은 당시 벰보(Bembo) 추기경이 동전 뒷면에 돌고래와 닻을 새겨서 자신에게 선물을 했던 것이다. 마니티우스가 자신의 좌우명으로 ‘천천히 서두르자’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하는 상징적 표식으로 돌고래와 닻을 사용한다는 것을 에라스무스에게 암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격언은 르네상스 시대에 인기가 있었는지 많은 철학자들이 사용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셰익스피어같은 문호들까지 애용을 하는데, 맥베드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사용을 한다. 이 말은 또한 독일의 문호 괴테가 “Eile mit Weile”(천천히 서두르라)라는 말로 사용을 한다. 그리고 영국의 로빈 슬로안의 피넘브러(Penumbra)의 24시간 서점에서는 점원들이 "Festina lente"를 상점의 모토로 사용하면서 인사말로까지 이 말을 쓴다고 한다.
이 말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뜻은 누구나 다 알 듯이, 어떤 행동이든지 서두르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기에 시간과 일의 성과가 균형을 잃지 않고 수행되기를 강조하는 말이다. 과도하게 무리를 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분명 실수가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볼때 결과는 결코 긍정적이라고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니 천천히 서두르자는 말이다.
3.
요즈음 우리나라 법체계가 거의 무너진 상태로 복원조차 힘든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지난 시절 BBK 특검은 물론이고 일개 정무수석의 손에 놀아난 대법원장이라는 작자의 행태 또한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 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절 독재정권에 아부하느라 거짓 수사와 허위 판결을 일삼은 자들이 출세가도를 달리며 여전히 우리사회의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는 “웃기고 있네”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지껄여 대기까지 한다. 가히 점입가경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모든 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다. 소위 과거정권이 저질러 놓은 온갖 적폐를 쓸어내고 새로운 미래로 도배를 하기에 턱없이 힘든 상황이란 말이다. 그럴수록 천천히 하나씩 다지며 나가야 할 것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으니 부디 체하지 않도록 천천히, 또 천천히 다지며 나가자는 말이다.
독일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Grundlich“라는 말인데 우리말로 ”철저하게“, 또는 ”완전하게“라는 정도의 뜻일게다. 이 말을 오늘 우리 상황에 덧붙여, ”Grundlich sauber!“라고 말하고 싶다. 하는 김에 철저하게 깨끗이 청소를 하자는 말이다. 급하게 서둘지 말고 조바심이 나더라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며 철저히 깨끗하게 청소를 하자는 말이다. 그러니 ‘천천히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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