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한마디 / "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이 있을 거야”
기원전 106년에 태어난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키케로(Cicero). 43살의 나이에 로마 집정관으로 선출된다. 집정관 재임 시 카틸리나 역모 사건을 적발하고 원로원 최종 권고(senatus consultum ultimum)를 선포한 뒤, 일당 5명을 붙잡으면서 로마를 위기에서 건져내지만 재판도 하지 않고 급하게 혐의자를 처형하는 바람에 두고두고 곤경에 처한다.
기원전 60년, 율리우스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그리고 크라수스가 제1차 삼두정치 협약을 하고 권력을 잡으려 하자 공화정 체제를 고수하려는 키케로는 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 더군다나 평소 키케로를 못마땅하게 여긴 클로디우스가 이 기회를 틈타 키케로가 집정관 재직 시 카틸리나 역모사건 가담자 5명을 처형한 사실을 들추어내어 고소를 하자 키케로는 1년 6개월 동안(기원전 58년 3월-57년 8월) 로마에서 추방을 당한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로마를 떠나야 하는 키케로는 “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이 있을 거야”(Dum spiro, spero.: While I breath, I hope.)라고 삶에 대한 연을 놓지 않는다. 다행히 키케로는 그의 소망대로 죽지 않고 로마로 다시 돌아온다. 로마로 돌아온 키케로는 정계와 거리를 두고 저작 활동에만 몰두한다.
그런데 기원전 49년 폼페이우스와 율리우스, 그리고 카이사르가 로마를 놓고 실력을 겨룬다. 결국 세명의 권력자들이 서로 로마를 차지하기 위해 칼을 뽑아 든다. 이때 키케로는 어느 편에 가담할 것인가 하는 갈등 끝에 원로원 출신 폼페이우스 진영에 가담한다.
하지만 기원전 48년 8월 9일 파르살루스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폼페이우스가 카이사르에게 패배함으로써 내전은 끝나고 키케로의 운명은 그야말로 카이사르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운명에 놓인다. 카이사르는 로마로 입성하자 제일 먼저 키케로를 사면해 준다. 심지어 카이사르는 키케로가 로마를 위해 계속 정치 활동을 해 줄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점점 카이사르가 일인 독재 정치를 하자 정치에 회의를 느끼고 주로 철학서적을 집필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그다음 해인 기원전 44년 카이사르가 암살된다. 키케로는 공화정을 되살리고자 하는 작은 희망으로 카이사르와 권력싸움을 벌인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를 탄핵하는 ‘필리피카이’를 발표하면서 일인 독재와 폭력 정치를 규탄한다. 로마의 집권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민주주의를 설파한 키케로는 이제 로마에서 제거될 운명에 놓이게 된다.
기원전 43년 12월 7일 모든 희망을 버리고 로마에서 피신생활을 하게 된 키케로는 제2차 삼두정치 세력이 만든 살생부 명단에 이름이 오른다. 그 뒤 안토니우스의 사주를 받은 부하들이 카이에타(Caieta)에서 키케로를 암살해 버린다. 키케로는 머리와 두 손이 잘려 죽는데, 안토니우스는 키케로의 머리와 두 손을 로마 광장에 내다 건다. 안토니우스는 공화주의 신념을 잃지 않고, 글을 써서 안토니우스를 규탄한 키케로를 무척이나 두려워했던 모양이다.
키케로는 그렇게 안토니우스에 의해 머리와 손이 잘린 채 로마 광장에 효수되지만 정작 안토니우스는 기울어가던 로마 공화정을 존속시키기 위해 노력한 체제의 수호자로서, 그리고 변호사의 대명사로서, 심지어 ‘변호사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다.
서모 검사, 남들은 한 번도 받기 힘들다는 장관 표창을 두 번이나 받는다. 그런 그를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가지고 놀다시피 한 ‘세도가’들이 드디어 세상밖에 알려졌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 이를 알린 여검사는 성추행을 당하고 지방으로 좌천을 당한다. 대한민국 실세라고 자처하는 남자 검사들이 모인 집단에서 벌인(벌어진 일이 아니라 벌인 일이다.) 희대의 코미디이다.
그녀는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모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고 담담하게 자신의 8년 전 일을 털어놓는다. 간혹 경련이 오는지 주체하기 힘든 모습도 보이며 말을 하는 내내 떨고 있는 듯했다. 뉴스 진행자가 마지막으로 더 할 말이 없는지를 묻자 머뭇거리다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그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 말씀을 꼭 하고 싶다. “라고 절규하듯 말을 내뱉는다.
정말 하느님이 있다면 이제는 제발 성추행을 당한 여인의 질문에 답을 해주면 좋겠다.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용서를 할 수가 있어요? “
그렇다. 키케로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공화제를 위해 ‘희망’을 가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지만, 소위 잘 나가는 ‘검새’들은 목숨이 붙어있는 한 장난질을 하며 지금까지 죽지 않을 ‘희망’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똑같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외치는, “Dum spiro, spero.”라고 하는 말이 오늘처럼 부끄럽고 원망스러운 날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