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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Mar 30. 2019

in Vino Veritas

라틴어 한마디 / "포도주에 진실이 있다"

in Vino Veritas


“in Vino Veritas”는 "포도주에 진실이 있음"을 의미하는 라틴어 속담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즐겨 마시던 술 포도주는 신이 내린 선물로 여겼다. 그래서인지 포도주에 취한 사람은 신의 뜻에 따라 바른 소리를 하는 경우가 잦았던 것 같다. 지금도 사람들은 취중에 허튼소리도 하지만 평소에 하지 못하는 바른 소리를 술의 힘을 빌어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아무튼 “Vino Veritas”는 "포도주, 진실함"을 의미하는 라틴어 문구로서 알코올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숨겨진 생각과 소망을 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Vino Veritas”는 “Aqua Sanitas"라는 말과 함께 사용되기도 하는데 즉, "물에는 건강이 담겨 있듯 포도주에는 진실이 담겨있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술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들이 술에 취했을 때 가장 솔직하고 진실을 말하는 경향이 있는 듯이 말한다. 독일 속담에도, "Trunkner Mund verrät des Herzens Grund"("술 취한 사람의 입은 심장이 말하는 것을 배신한다")와 "Trunkener Mund tut Wahrheit kund"("술 취한 입은 진실에 호의를 베푼다")라는 상반되는 격언이 있다. 서로 반대되는 내용이면서도 결국은 술의 힘을 말하려 한 듯하다.     


러시아어 속담에는 진리란, "술에 취한 사람이 그의 혀에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술에 대한 예찬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아무튼 포도주 속에 진실이 있는, 취중에 본성이 나타난다는, 그래서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잔의 포도주 속에 담긴 진실한 마음을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시인 박인환이 그랬다. 조니 워커와 럭키 스트라이크를 좋아했던 박인환 시인, 그는 ‘목마와 숙녀’라는 작품을 쓰고 5개월 후 나이 30세에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길 떠나는 그의 관 속에 박인환 시인이 그리도 좋아했던 ‘조니워커’와 ‘카멜’ 담배를 넣어 주고 흙을 덮었다고 했다. 박인환 시인이 그리도 찾고 싶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박인환, 목마와 숙녀 중에서)      


누군가는 박인환의 시를 보고 “퇴폐적”이라고 떠벌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시가 조금은 감상적이고 통속적인 들 어떠랴”라고 말한다. 박인환 시인이 말한 목마와 숙녀에서처럼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바람에 쓰러지는 술병을 바라다보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전모라면, 그렇게 외롭게 죽어 가는 것이 우리의 미래라면”. 그냥 그렇게 술이라도 한잔하며 관조하듯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비록 조니 워커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 Wein ist Poesie in Flaschen./ 포도주는 병에 들은 한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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