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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트 최후의 날

by 박종수


코린트(Corinthe)라는 도시, 사치와 향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유명한 곳. 종교와 문화가 융성한 도시,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이 도시가 왜 그런 특징을 가지게 되었는지, 다름 아닌 여신 아프로디테 때문이라는 것을...

코린트의 신전은 이프로디테 여신을 숭배하기 위해 아테네의 아고라보다 더 높은 513미터나 되는 가파른 바위투성이 언덕 아크로코린토스의 꼭대기에 자리를 잡았다. 아프로디테의 신전에는 천여 명의 여 사제들이 있었는데, 그녀들은 그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이곳을 지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종교적 행위로서의 매춘을 행하기도 한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신들 가운데 대표적 여신으로 널리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슈타르나 페니키아의 여신 아스타르테는 모두가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풍요와 다산의 여신이면서, 동시에 사랑과 탐욕, 욕정의 여신이기도 하다. 이 같은 원시신앙을 이어받은 아프로디테를 그리스인의 풍부한 상상력과 미적 감수성이 더해져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이라는 하나의 인격체로 형성된다.


아프로디테는 케스토스라고 하는 자수를 놓은 띠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띠는 애정을 느끼고 일으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총애한 새는 백조와 비둘기고, 그녀에게 바치는 식물은 장미와 도금량이다. 아프로디테의 출생에 관해서는 호메로스의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 태어난 딸이라는 설과, 헤시오도스의 우라노스(하늘)의 아들 크로노스가 아버지의 성기를 잘라 바다에 던진 데서 생겨난 하얀 거품에서 태어났다는 설이 있다. 한편, 헤시오도스는 키프로스 섬의 파포스 (또는 키테라 섬) 근해의 거품 속에서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고도 했다.


성과 미의 여신으로 로마신화의 비너스(Venus)에 해당하는 올림푸스 12 신 중 하나로서 아프로디테는 처음에는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무서운 존재로 생각되기도 했을 것 같다. 여성의 생식력을 표현하는 신이자 자연의 번식력을 표현하는 다산의 여신으로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프로디테가 지배하던 코린트가 사라진다. 신의 노여움을 산 것일까? 로마시대 지중해의 국제무역도시인 폼페이, 이 도시는 수많은 상인들 발걸음으로 북적대며 부와 환락이 넘쳐난다. 그런데 어느 날 화산폭발로 그 화려했던 도시는 흔적도 없이 잿더미로 사라진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 도시는 우연히 발견되고 죽음을 피하려던 사람들 모습이 그대로 발굴되어 최후를 맞이한 이들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코린트, 아프로디테의 우아하고 화려한 자태가 그림자처럼 에워싼 도시, 어쩌면 그 융성했던 도시가 폼페이처럼 그렇게 사라진 건 아닐까?


Tony Robert Fleury(1838~1911), 코린트 최후의 날, 오르세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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