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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개의 공론장 Dec 04. 2018

인간이 사라지는 도시, 키오스크가 선 자리

N개의 공론장⑬ 「당신의 키오스크는 인간적인가요?」 들어가기

키오스크는 소비자가 직접 주문·결제를 해결하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안내 시스템을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증가하는 인건비를 대체할 목적으로 동네 상권 영세 자영업자의 사용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키오스크 산업의 활황은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언택트(untact; ↔contact)’ 서비스의 확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누구에게나 효율적인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는 디자인이 많습니다. 신체 장애를 가진 이들은 접근조차 제한받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 시티와 도시 환경에 대한 디자인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블랭크씬이 ‘인간적인’ 키오스크를 묻는 이유입니다. 주문하고 뒤돌아서면 끝인 줄 알았던 키오스크가 알고 보면 사람 사이를 잇는 대화-기계인 셈입니다. 그 앞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블랭크씬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텅 빈 곳을 응시하기―블랭크씬과의 대화


일시: 2018년 11월 28일 오후 2시

인터뷰이: 박지수·최선주(블랭크씬)

인터뷰어: 정아람(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Q: 두 분, 그리고 블랭크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선주: 학부에서 미술사학을,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공부했고 미디어아트 관련 매체에서 에디터로 활동 중이에요. 기술 매체를 활용하는 환경과 그에 따른 사회 변화에 항상 관심이 있었고요. 블랭크씬은 예술에 기반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미디어나 기술의 이면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팀입니다.


지수: 저는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도시가 어떤 것인지 항상 궁금했고, 또 그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었어요. 선주 님과 도시를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Q: ‘키오스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선주: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해 밥을 먹고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나오는 어색한 순간을 경험한 뒤로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것이 체감되더라고요. 언젠가 조사해보고 싶었는데, 지수 님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처음엔 지금보다 포괄적으로 ‘스마트 시티’ 이야기를 나눴어요. 무인화라는 기술 환경이 늘어나는 도시에 디자인적으로, 기술사적으로 접근했고요. SF적인 상상도 해봤어요. 각각의 키오스크가 자아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그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같은 허브가 도시에 있다면? 사람들이 접속할 수 있는 그런 마을을 만들어볼까?


지수: 맞아요. 처음에는 키오스크가 과연 도시 시스템 안에서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이미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좀 더 도시에 맞게 설계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러면서 주제의 폭을 음식점에 설치된 키오스크로 좁혔고요.


Q: 그렇다면 『N개의 공론장』이 두 분의 프로젝트에 어떤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기획하기로 결정한 건가요?


선주: 키오스크를 조사하다 보니까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접근성의 문제, 디자인의 문제, 제조 업체의 문제, 법률상 문제 등을 접하면서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N개의 공론장』이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공론장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나요?


선주: 대략 세 가지예요. 첫 번째는 접근성, 두 번째는 디자인,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 접근성 관련해서는 정책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했고, 실제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중입니다. 교통 분야 키오스크에 대한 연구는 발전 단계에 있는데, 식당 키오스크의 경우에는 시장 자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대요. 장애인 접근성 관련 법령은 제안해놓은 상태로 아직 통과되진 않았다고 하고요. 그 문제점들을 공유할 생각이에요. 디자인 관련해서는, 키오스크 사용 시 불편함을 모두 겪어봤을 거잖아요. 화면이 너무 크다든지, 글씨가 너무 작다든지, 메뉴가 너무 많다든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워크숍을 통해 좀 더 개선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자 해요. 마지막으로 무인화 시대 인간의 역할, 혹은 기계의 의미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의견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참여자들이 어떤 것을 얻어 가면 좋을지 생각해보셨나요?


선주: 기획 회의 때 그런 질문을 해주셔서 전문가분들에게 메일을 보낸 거예요.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참여자분들도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접근성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 한 분은 인식이 더 넓어지면 좋겠다고 답장을 주셨어요. 정부 차원의 인식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 사용자가 불편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누구든 듣겠더라고요. 공론장에서 정책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건 아니지만 그걸 전달하면 다시 좋은 피드백이 올 것 같아요.


Q: 지금 접촉 중인 전문가는 어떤 분들인가요?


선주: 앞서 말한 접근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분이 있고요. 한 분은 IT 전문 필자예요. 키오스크 무인화 현상에 대해 쓴 글을 보고 해외 사례나 최근 동향에 대해 여쭤봤어요. 다른 한 분은 국회에서 정책을 만드는 분이에요. 장애인 접근성 관련 법을 제의한 적이 있어서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인 사안이 있는지 여쭤봤어요. 그리고 키오스크를 만들고 납품하는 분들을 직접 만나 간단하게 인터뷰를 했어요. 실제로 제작하는 분들이 느끼는 게 궁금해서 얼마나 시장이 커졌는지, 어디에 많이 납품하는지,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가 따로 있는지 등 포괄적으로 물어봤어요.


Q: 사전 조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 자료집처럼 만들 계획이 있나요?


선주: 아무래도 인터뷰를 따로 내진 않을 것 같고요. 그걸 좀 정리한 뒤 조그맣게 카드 형식으로 만들어서 참여자분들에게 나눠드릴 예정이에요.


Q: 공론장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하고 싶은 풍경은 무엇인가요?


지수: 자기 경험을 많이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도 관심이 없을 때는 키오스크가 도시에 있는 하나의 터치스크린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얘기를 많이 나누고 또 저희가 준비한 걸 공유하면 좀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각자의 생각을 하나씩 챙겨 가면 좋겠어요.


선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의견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길 바랍니다. 일방적인 강연이 아니라 워크숍 형식으로 구성한 게, 지식만 듣고 질문도 못 하고 돌아가면 너무 싫더라고요. 저희 프로젝트와 리서치를 소개하는 시간이 짧게 있고, 그 후에는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돌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짰어요. 어떻게 보면 도전 같아요. 불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Q: 이번 공론장을 발판 삼은, 다음 행보를 상상해보셨나요?


지수: 디자이너나 키오스크 제작에 참여하는 개발자 대상으로 다른 워크숍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그분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구체적이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선주: 저는 여기서 들은 의견을 토대로 조금 더 기술 환경에 초점을 맞춘 리서치를 진행하고 싶어요. 아직 무인 키오스크의 현황에 대한 통계가 없더라고요. 얼마나 많이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정책이 생길 거잖아요? 예를 들어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현상이 도시 유동 인구나 임대료나 인건비와 상관이 있나 살펴본다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보고 싶어요.


Q: 두 분은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노동자 입장과 사업자 입장, 그리고 특히 장애인 접근성과 관련한 소비자 입장이 있을 것 같은데요.


선주: 제 경우 지금은 접근성에 한정하고 있어요. 접근성이란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니, 그에 대한 법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웹에 대한 접근성의 표준은 있는데, 실물인 키오스크에 대한 표준은 없거든요. 휠체어로 오를 수 있는 통로가 있는지 여부를 가릴 때 작은 식당의 경우에는 잘 보장되어 있지 않잖아요. 사람이 아니라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받는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는 접근성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어떤 제한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디자인, 다양한 접근 방식, 다양한 크기, 다양한 형태의 합리적인 것이 많이 나와야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요.


Q: 웹에 대한 접근성의 표준이 있다는 게 어떤 뜻이에요?


지수: ‘웹표준’이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서 지키는 표준안이 있어요. 이미지를 설명하는 텍스트가 반드시 들어가야 된다든지, 색깔만으로 버튼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든지, 가이드가 잘 짜여 있고 또 그걸 준수한 사이트가 더 신뢰를 얻는 형태거든요. 등급으로 매겨져서 접근성을 수치로 파악할 수 있어요. 키오스크의 경우 아직 법이 없고 가이드만 있는데 굉장히 러프한 상태예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 대한 것, 환경적인 것도 필요하니 그런 면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바뀌어야 하죠. 개인적으로는 도시에 관심이 많아서 도시 전체의 관점으로 키오스크에 규칙이 있으면 좋겠어요. 표지판의 경우에는 규격이 있고, 모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픽토그램도 굉장히 뚜렷하잖아요. 더 편리한 도시, 더 친절한 키오스크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것들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Q: 얘길 들어보니 제각각인 키오스크에 어떤 공공성을 부여하는 작업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수: 표지판 같은 경우는 터치스크린으로 만들어진 적이 없거든요. 스마트 도시로 가다 보니까 매체도 바뀌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에 맞춰 그것들을 구체화하고 정리할 필요가 생긴 것 같아요. 도시에 키오스크는 점점 더 많아질 텐데, 지금도 장애인이 접근에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으니.


선주: 모두를 위해서 편리할 필요가 있어요.


Q: 모두 안에서 소수자들이 소외되지 않는 방식으로 기준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겠네요. 보이지 않는 영역이었던 것 같아요. 키오스크가 서 있는 자리에 굉장히 많은 관계가 엮여 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어요.


선주: 저희 팀 명이 블랭크씬(Blank Seen)인데, 블랭크가 빈 곳이잖아요. 중요하게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들춰내는 작업들을 계속 하고 싶어요. 식당의 무인 키오스크도 편리한 듯했지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니 거기에 엮인 수많은 관계들이 보이더라고요. 잘 보려고 노력하면 보이게 되는 순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끌어내는 팀이 되면 좋겠습니다.


Q: 무척 공감하게 되네요.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어요. 두 분은 ‘인간적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갖고 계시나요?


선주: 흔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체 프로젝트 제목이 『인간 없는 도시의 인간적인 키오스크』예요. 디자인도 하고, 공론장도 열고, 책을 낼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결국 인간에 대해 질문하는 프로젝트일 수 있거든요. 이번 공론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인간에 대한 개념을 듣고 싶은 거고, 저도 거칠게 잡아놓은 생각을 공유하는 단계이고요. 그에 대해 쓴 글도 있는데(최선주, 2018), 아직 그 질문에 대답하긴 이른 것 같아요.


지수: 저도 정의 내리진 못하지만, 미래의 인간으로서 그런 주제가 뭐랄까 굉장히 반항적이라고 생각해요. 과거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기계가 사람을 지배할 거라는 예측이 주였는데, 오히려 지금은 인공지능과 대화도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고요. 그래서 이런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과거의 예상과 어긋나 있는 단계의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N개의 공론장⑬

「당신의 키오스크는 인간적인가요?」 

―인간적인 키오스크를 위한 공론장


1부 당신의 키오스크는 인간적인가요?

- 프로젝트 소개 및 강연 (14:00~14:30)

- 무인 키오스크에 대한 경험 나누기 (14:30~15:00)


2부 인간적인 키오스크 만들기 

- 키오스크 아이디어 워크숍 “더 나은 키오스크 상상하기” (15:10~16:20)

- 마무리 토론 “‘인간’적인 키오스크는 가능할까?” (16:30~17:00)


일시: 2018.12.15 (토), 오후 2:00~5:00

장소: 서울시 은평구 청년허브 미래청 1층 세미나실

문의: 블랭크씬 blankse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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