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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개의 공론장 Jan 03. 2019

좋은 만남의 경험, 그 매개가 되는 일

N개의 공론장을 만드는 청년허브의 이야기

『N개의 공론장』은 자신이 마주한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눔으로써 해결하고 싶은 청년들이 공론장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을 말합니다. 아키비스트 그룹은 공론장 운영자로 나선 청년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여정을 이곳에 기록하는 중입니다. 2018년의 모든 공론장이 마무리된 지금, 저희는 또 다른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본 프로젝트를 기획한 청년허브 내부자들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 김희연은 탁월한 협력자입니다. 운영자들이 각각의 꼴을 구상하고 조직할 때, 비어 있는 부분을 예리하게 발견하고 이음새를 만들었습니다. 청년허브 센터장 안연정은 “개인의 이슈에서 출발해 그 소통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장소”로서의 공론장을 상상하고 밑그림을 제시하는 총괄을 맡았습니다.


이들은 두 사람만 모여도 대화가 가능하고, 이때 나눈 대안과 영감으로 함께 새로운 활동을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습니다. 『N개의 공론장』의 문을 두드린 여느 청년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자아’의 발견을 통해 삶에 대한 시각을 확장한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발 디딘 곳에서 협력의 자리를 만드는 일을 상상하고 실행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나’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청년허브와의 대화


일시: 2018년 12월 19일 오후 5시

인터뷰이: 안연정·김희연(청년허브)

인터뷰어: 정아람(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Q: 반갑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연정: 청년허브의 안연정입니다. 센터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김희연: 청년허브 커먼즈랩 팀의 교류 파트 소속 김희연입니다. 사회적 자원 연계 차원에서의 『N개의 공론장』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청년허브의 커먼즈랩은 청년 세대에게 사회적 자원을 연계하는 작업이 왜 필요한지를 계속 고민하는 팀일 것 같아요. 이에 대한 희연 님의 평소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희연: ‘청년 문제’라고 불리우는 많은 문제들이 사실상 사회 문제의 일부분을 명칭화하거나 맥락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만의 문제이거나, 청년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거나, 청년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사회 안에서 가장 활발하지만 어떻게 보면 약자이기도 한 청년이 우선 호명되는 것 같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 각 분야, 각 지점의 자원들이 서로 연계되어야 다양한 실마리와 시선이 모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청년허브에서 저는 제가 생각하는 청년 문제의 구조를 먼저 고민하고 있고요. 저희 팀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회적 자원 연계라는 방법을 실험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연정 님이 생각하는 청년 세대와 청년 문제는 어떤가요? 청년 세대로서 해왔던 활동이 청년을 바라보는 지금의 시선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안연정: 제게 청년의 키워드는 자립이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막 갖춘 때를 청년이라고 인지했거든요. 그 당시 저는 엄청난 결핍을 경험했는데, 그 두 축은 경제적 자립 능력이 부족했던 것과 그걸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었어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완전히 자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돈이 없으면 굉장히 무능력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확 느꼈거든요. 문제 해결 능력이 없더라고요. 도시 생활자로서, 성인으로서, 게다가 여성으로선 더더욱. 그걸 메우려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것에 대한 이해가 선 것 같아요. 이전에는 거대 담론이나 개인의 희생에 관심이 많았다면, 사회적 자아로서의 나에 대한 관심이 비로소 생긴 거죠. ‘내가 그냥 소비 주체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어서 생산력을 갖추고자 기술을 배우다 보니 나를 둘러싼 환경과 구조, 물리적인 시설물, 교육 등 모든 게 확장돼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갖추는 공유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공공 제작소에 대한 필요가 생겼고, 그런 논의를 하는 친구들을 만났고, 어쨌든 그러면서 청년허브에 오기 전까지 제 일의 역사가 생긴 건데요. 개인의 어젠다에서 출발해 사회와 관계 맺는 공론장을 설정하게 된 저의 개인적인 경험은 그렇습니다.


Q: 개인적인 경험이 사업 기획에 영감을 준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안연정: 그런데 처음엔 그 생각을 못 했어요. 현안이 너무 많은 사회이다 보니까, 빠르게 모여 그런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두 명 이상 모이면 대화가 가능하니까,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얘기가 모이면 제도를 만드는 기회가 될 테고, 새로운 문화를 일굴 수도 있을 테고. 그런 생각에 설계를 시작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다음세대 재단의 방대욱 대표님이 “그냥 확실하게 개인에서 출발하는 건 어때요?”라고 말씀하셔서 20대의 저로 확 돌아갔던 기억이 나요. 붕붕 떠다니는 의제들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공허함보다는, 우선순위를 매길 필요가 없는 ‘나’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을 기대하면 어떨까. 그렇게 삶과 일과 관계를 상상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좀 더 좋은 사회가 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전환됐죠. 현안을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대화의 장소가 아니라, 개인의 이슈에서 출발해 그 소통 과정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장소가 되는 것. 거기서 일이나 활동, 동료나 커뮤니티를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청년허브가 하고 있던 커뮤니티 지원 사업, 직업 실험 등등이 다 연결되겠구나 싶었고, 그러면서 지도가 완성된 것 같아요. 공론장은 그 순환 체계 안에서의 펌프가 되어주는 거죠.



산호초를 따라서, 아주 미약한 신호를 따라서


안연정: 십대들과 미래 진로를 설계하는 크리킨디 센터와, 공적 자원을 가지고 청년들과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 청년허브가 만나 학교의 재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크리킨디 센터의 김희옥 센터장님이 ‹산호초를 따라서›(제프 올로우스키, 2017)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소개해주신 거예요. 요약하자면, 직업인으로서 어떤 액티비티를 기록하던 사람이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자기 것으로 가져가면서 액티비스트가 되는 이야기예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산호초 백화 현상을 공유하기 위해 기록이라는 방식을 택했고, 전 세계 상황을 알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너희 지역의 산호초들은 지금 어떤 상태니?”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이곳저곳의 바닷속이 공유되기 시작했지요. 수중 카메라를 직접 만들거나, 매일매일 직접 촬영하는 등 다양한 시도와 실패가 있었고요. 우리가 지금 짜고 있는 사회적 인프라, 의사소통 방식, 문제 해결 과정을 그 영화가 다 담고 있더라고요. 개인이 전환되는 과정도 담백하게 담아냈고요. 그걸 보면서 공론장을 열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Q: 확신이 실행까지 잘 이어졌나요?


안연정: 나를 둘러싼 사회에 기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으로서의 삶을 상상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공론의 장이라는 게 앞으로 더 필요하겠구나 싶었던 건데요. 기능이라기보다 어디서든 열릴 수 있는 방법론으로요. 그런 대화의 자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민들의 힘과 권한이 강화될 테고, 그러면 훨씬 다양한 해법이 나올 거고,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공론의 자리에 모인 다양한 입장들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넓어질 때 안전한 사회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편으론 사회에 대한 상상을 너무 낭만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내가 발 딛고 있는 데서부터 출발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예상이 안 되기도 했죠. 그렇지만 N개의 공론장을 지켜보며 좋았던 건, 항상 다양한 세대가 모인다는 점이었어요. 청소년도 있고, 중년도 있는데, 그게 어떤 차이나 이질감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좋은 만남의 경험이 계속 생겨야 경계 밖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잖아요. 아주 약한 신호겠지만, 약간의 우정 같은 것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Q: 반면 설계 과정이 길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안에서 가장 고민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을 테고, 여러 사람들과의 의견 교류를 통해 가다듬었을 듯한데, 어땠나요?


김희연: 올해 초부터 4-5개월 이상 설계 과정을 거쳤는데요.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동기와 목적은 확실하고 분명했어요. 공론장의 필요성과 청년허브가 이것을 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충분했는데, 그랬을 때 구체적으로 이 사업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 고민한 기간이 굉장히 길었어요. 저희가 큰 주제로 갖고 있는 ‘2030년 도시 서울을 상상하기 위한 N개의 공론장’이라는 맥락을 어떤 식으로 풀어야 청년들이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혹은 자기 문제를 사회적 차원으로 새롭게 전환하기 위해 올 수 있을까, 그 연결 고리를 만들려고 계속 노력했죠. 그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전문가 그룹이나 아키비스트 그룹을 청년허브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자원들―공간이라든지 청년활/참 사업을 같이하는 파트너분들이라든지―을 통해 엮어내는 일이 담당자 입장에서는 어려웠고,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사업을 실행하고 나서 참여자분들의 존재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굉장히 민첩하게, 또 진정으로 대해야 한다는 마음도 개인적으로 들더라고요. 

    바꿈도 그렇고, 바꿈에서 상임이사를 하셨고 지금 3.1운동 기념사업회에서 사무관으로 재직하고 계신 손우정 박사님도 공론장 전체에 대한 사업 설계나 공론장 자체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고요. 다음세대 재단에도 자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어디서 출발해야 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어떤 청년들이 올 것인지 하는 상상도 계속해야 했고요. 확실한 방향과 동기는 있었지만, 하나 하나의 일들을 가늠하고 또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참여자분들이 상호 액션을 해주시고, 2030년 도시 서울을 상상한다는 어젠다에 동의하고 공감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공론장 운영자로 참여한 다양한 청년들을 만났잖아요. 저마다 활동의 반경이나 경험에 차이가 있었고 개성도 남달랐는데, 그들과 관계 맺고 각각 다른 형식의 공론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변수가 다양했을 것 같아요. 사업의 실행자로서 희연 님이 그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흥미롭게 느낀 부분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김희연: 저는 공론장의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가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탱탱볼이 튀는 것처럼 어디로 뻗어나갈지 모르는 성장의 과정을 저는 굉장히 감동적으로 봤거든요. 예컨대, 실행까지 함께하진 못했지만 한정훈 님의 경우가 떠오르는데요. 기숙사에 살면서 쓰레기가 쌓여 있는 풍경을 보고 메모를 써 붙이기도 했는데 효과가 없었죠. 그러면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공론장 운영자로 참여하셨거든요. 이후 기획 과정에서 전문가 그룹이나 아키비스트 그룹을 만나 고민을 확장시키고 가다듬고 대안을 찾고 스스로 깨달으며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어요. 김기정 님의 경우도,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마주했던 곰팡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에너지 제로 건축을 접하면서, 그것을 보다 많은 청년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선의의 마음으로 공론장 운영에 참여했는데요. 정보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경험이나 대안을 얻은 점이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요. 공론장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어떤 수직적인 구조에 그런 메모리얼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정말 절대값이 없는 상대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진 경험이 가장 뜻깊었어요. 그리고 거의 모든 공론장에서 참여자분들이 운영자로 들어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셨는데, 저는 그 질문에서 가능성을 많이 봤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초입 단계의 대화 모임이 갖는 가능성 혹은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이 공론장을 통해 전달됐구나 싶었어요. 일단 참여자분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도 자체 설문으로 확인했고요. 무엇보다 사업을 맡으면서 많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피부로 접촉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안연정: 공론장 운영자들과 프로젝트 매니저, 전문가 그룹, 아키비스트 그룹 사이의 호흡이 좋았고 진행이 원활했던 데는 아무래도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며 시작했던 덕이 큰 것 같아요. 완전히 준비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사람도 들어올 수 있게 애썼던 것. 그런 차원에서 거의 커스터마이징과 같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협업할 것인가에 대한 규칙, 원하는 시간에 공론장을 열 수 있다는 규칙, 행정적 차원에서도 지원 사업이 아닌 방법이어야 한다는 규칙,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는 규칙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공론장을 접하는 태도에 대한 개인들의 규칙이 있었죠. 공론장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저는 규칙이 만들어질 때 우리 나름의 문화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시도가 행정 시스템을 가지고 공적 자원을 다루는 조직에서 그나마 창의적인 조직으로 조금이라도 이동하게 할 거라는 기대도 있어요.

    정량적으로 보면 짧은 시간 사업비 대비 굉장히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많은 사람을 만난 일이긴 하죠. 그래서 환기되는 것도 많았을 테고 자극도 많았을 텐데, 공로장 자체가 ‘너 이거 알아? 이것도 몰라?’ 하는 자리가 아니다 보니까 우리 모두가 흡수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들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폄하하거나 꾸중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이런 사회가 되면 좋지 않겠어? 난 이래서 너무 아픈데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고 권유하는 자리였던 것. 공론장을 입장의 차이를 중심으로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고 무언가 결정하는 과정으로 설계하지 않았던 점이 좋았습니다.


Q: 그런 점에서 어떤 소수자성이 분명 있는데도 이 자리에서는 그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 소수자성이 중심 의제로 다뤄졌기 때문일까요. 각 문제의 중요성에 합의한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덜 불안했고요. 「화요일의 온도차」 연말 결산 공론장에 나와서 다양성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라고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다양성과 안전함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으면서, ‘안전함’이라는 키워드를 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어요.


안연정: 청년기라는 게 사실은 스스로를 계속해서 빚어내고 있는, 어떤 것이 뚜렷하게 형성되기 이전의 시기이기 때문에, 저는 모두가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안전함은, 하나하나가 가진 그 소수자성을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맞아 맞아’ 하는 것보다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공감하는 것.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같이할 수 있다는 경험이 많아져야 공통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거고요. 그걸 몸으로 겪게 하고 건강한 충격을 주는 장소가 공론장이라고 생각해요.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인 의례 같은 것도 배우고,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막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제가 공론장을 보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으니까.



둘이서만 모여도 어디에서든, 탱탱볼이 튀는 것처럼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론장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은 것들,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 그런 꿈이 자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희연: 공론장에 참여하시는 사람들의 모든 것이 궁금해요. 왜 왔는지, 어떤 이야기 때문에 오게 됐는지, 공론장을 통해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이런 전체적인 과정을 알고 싶어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지점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공론장 이후 해당 주제의 후속 연계, 실제로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지금도 계속 들어와요. 발 빠르게 대처한다고 하지만 물음표가 계속 달리거든요. 다른 하나는, 고민할 겨를도 없는 사람들의 고민을 어떻게 공론장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이에요. 실무나 행정의 여러 부분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더 많겠지만 우선 그렇습니다.


안연정: ‘실제로 뭐가 달라지냐?’는 질문을 들을 때, 그냥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다 성과주의가 만들어낸 화법이자 사고 체계라고 생각해요. 어떤 문제를 나누고 해결하고 싶은 사람이 공론장을 여는 거잖아요?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칭찬받기 위해서 하는 게 더더욱 아니고요. 다음 목표가 있는지 물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실제로 그 다음 연결 고리를 발휘하는 건 그들이 중심이 되면 좋겠어요. 보는 사람들에겐 체념과 냉소가 있을 수 있죠. 체념과 냉소가 우리에게 팽배한데, 정말 일어설 수 없을 때는 어떻게든 손잡아 끌고 싶지만, 익숙한 사고 체계 안에서의 질문에는 사실 답하기 싫을 때도 많아요.


Q: 2019년의 공론장은 어떤 모습이 되면 좋겠나요?


안연정: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공론장이 될 수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세 사람 이상이 모이면 청년참 커뮤니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둘 이상이 모이면 공론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랬을 때,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을 때, 달려나와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청년허브가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싶어요. 실제로 자원이 없어도 열릴 수 있게 하려면, 그런 최소한의 세팅을 갖춰놓으려면, 또 다른 규칙이 필요하겠죠. ‘일상적으로 열리는 공론장이 되려면?’이라는 질문하에서 새로운 룰이 필요할 거예요. 누군가의 제안과 청년허브의 제공이 짝을 이루는 절차가 지금보다 단순해질 수 있으면, 그렇게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며칠 전에도 현안들이 많았잖아요. 택시 문제도 있었고. 그런 걸 볼 때 공론장이 떠오르게 됐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할까?’ 하는 질문을 공론장에 관심 가지고 참여하고 함께 만들었던 모든 분들에게 공통으로 되묻고 싶어요. 우리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리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Q: 공론장에서의 제 경험을 떠올리면, 조별 토론을 통해 대안을 제시할 때 교과서에서 본 말을 하게 되는 거예요. ‘언론 보도가 공정하지 않구나, 공정하게 하자고 제안하자’라는 식으로. 정당한 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돌이켜보게 되는 자리였어요. 의성군 공무원 한 분이 해당 주제에 대한 자기 고민을 가지고 참여하신 것도 기억나고요. 그런 만남이 실제로 이뤄지는 게 굉장히 신기했어요.


김희연: 처음에 그런 상상을 했었죠. 공무원이 참여해서 이야기를 듣고 실질적으로 본인들 정책에 반영하면 좋겠다. 그리고 어느 지역이든 어떤 세대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면 좋겠다. 앞서 센터장님이 ‘다름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하셨는데요. 저는 그것이 공론장에 청년들이 와서 이야기하는 구조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른 차원의 상상을 할 수 있고, 함께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고, 어떤 커뮤니티를 이루고 활동을 할 수 있고, 공론장이 그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민 민주주의 혹은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무언가를 결정하자는 구조가 아니라, 생각이 어떻든 정치적 지향이 어떻든 와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떤 방향성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이 계속 들어요.


Q: N개의 공론장은 대안책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인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성과 위주의 결정 구조가 이미 고정된 또 하나의 답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 대화는 어디로 달려갈지 모르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제약 조건이 없는 상태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누고 겨루고 같이 고민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안연정: 맞아요. 되게 생산적이면서도 비생산적이에요. 그렇잖아요. 누군가에게 의제를 제안한다는 건 굉장히 생산적인 일이지만, 실제로 1도 앞으로 못 나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왜 하지? 각자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생산적이기도 하고 비생산적이기도 한, 그런 양면을 다 가지고 있을 때 정말 다른 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감히 말하자면 확률은 더 높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창의적인 것들이 나올 거라고 믿어요.







N개의 공론장

주관: 서울시 청년허브

기획: 서울시 청년허브 커먼즈랩팀

기록: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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