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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2. 2015

1. 프롤로그

내가 꿈꾸는 세상


저의 부모님은 사회에서도 가장 바닥에서 근근이 먹고사는 분들이셨습니다.


국민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 졸업장도 없고, 중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나이에 학교에 가질 못하고 공장에서 일을 하며 청년이 되어 만나 결혼을 하셨다 합니다.


딸 하나, 아늘 하나 낳고 그간 모은 돈으로 겨우 광주 어귀에 월세집을 마련했는데, 그마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살림살이의 근간을 다 버리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리곤 아무것도 없이 서울로 상경해서 뭐라도 벌어서 먹고 살려했던, 그래서 배우지 못한 한이 맺혀 자식들만큼은 잘 가르쳐서 성공시키려 했던, 그 시대를 대표하는 부모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고, 어머니는 파출부를 다니면서 지금은 으리으리한 빌딩들이 들어선 삼성동 봉은사 자락 허름한 집 작은 방 한 칸에 네 식구가 살았지요.


학교를 다니면서 가정환경조사를 할 때마다 아버지의 직업, 어머니의 직업을 적었는데, 그때 아버지가 했던 말씀은 '직업엔 귀천이 없다. 아버지가 이런 일을 한다고 창피해하지 말아라.' 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자격지심에 그러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정말로 진심으로.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 파출부를 나가는 어머니가 부끄럽지 않다 생각하여 가정환경조사서에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부모님 직업을 물을 때마다 스스럼없이 이야기했죠.


"우리 아빠 노가다 다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교를 가고 직장에 다닐 때에도 누군가가 아버지, 어머니의 직업을 물으면 당당하게 막노동을 한다. 식당에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스스럼없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학교, 직장, 사회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말로만 "직업은 귀천이 없다."라고 하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행동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일을 부끄러워하고, 낮은 일을 한다고 사람을 하찮게 보는, 그런 의식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행동들이 한심해 보였고, 한편으로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후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청소년 교육과 관련된 직장을 다니며


우리나라의 여러 사회문제가 복합되어 드러나있는 교육계에 대한 견문을 넓혔습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나름대로의 공부를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배우면서, 저는 앞서 느꼈던 사람들의 문제, 사회의 문제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왜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왜 더 좋은 직업을 가지려 하지?
왜 자기보다 못한 직업의 사람을 업신여기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돈"과 "의식의 수준(가치관)" 이었습니다.


조선말, 일제 식민지를 거쳐 6·25를 치르고 독재 정권의 슬하에서 급진적인 경제 발전을 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인본과 상식이 사라져버린 타락한 물질만능주의의 표본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권력이 돈으로 결정되는, 돈이면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후안무치한 시대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변해갔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몸이 힘들고, 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벌어 먹고살고, 가정을 꾸리고, 노후를 준비하는데 지장이 없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그 일을 함에 있어서 경멸의 눈빛이 아니라 존경하고 감사함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혹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모두가 모두를 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을 텐데..


몇 해 전 뉴스에 배추가 풍년이어서 유통을 시켜도 적자가 나니, 밭을 갈아엎어서 버린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세상 어디에서는 저 배추가 없어서 굶주려 죽어가는데, 세상 어디에서는 저 배추를 파는데 오히려 돈이 안되니까 갈아엎는다니..'


자본과 소유의 논리로 만들어진 이 사회에서는, 남아도는 자원이더라도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무상으로 주지 못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해보면 맞는 이야기인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참 이상합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해 온 과정에서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여 서로 약탈하고 죽이는 역사가 있었습니다. 자본주의는 인류가 급진적인 기술을 발달시켜 생산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인류의 기술은 우리 모두를 먹고, 자고, 입게 하는데 충분한 생산력을 갖추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생각과 관점을 바꾼다면 사람이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인식 혹은 의식, 그리고 의식들이 만들어낸 문화나 관습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못할 것입니다. 인류 문화를 몇 천년 동안 지배해 온 지배-피지배의 문화, 약육강식의 문화, 물질과 자본의 소유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인생의 목표로 삼는 개개인의 습성까지 넘어야 할 벽이 참 많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냥 이대로 가만히 지금 현실에 순응하기보다는,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경험을 얻으면서 뭔가 될 것 같다는 아이디어도 생겼고요.


이 글은 그 이야기들을 하나로 정리하여 모은 연재의 시작입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번만이라도 가지셨던 분이라면, 즐겁고 흥미롭게 제 글을 봐주시고 격려의 말씀 보내주시면 대단히 감사드리겠습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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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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