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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2. 2015

2.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인간의 본성

자본주의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삶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며 살아갑니다. 정부가 보장하는 지폐를 이용하여 월급을 받고, 식재료를 구입하며, 옷을 사 입고, 집을 마련하며 일생을 보내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자본 아래 자유로울 수 없고, 자본 없이도 살아가기도 매우 힘이 듭니다. 이 시스템을 벗어난다는 것은 곧 사회 커뮤니티에 등을 지고 산 속에 홀로 칩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니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해 정확히 잘 알고 있지 못합니다. 학자들마저도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거대 담론인 것이지요. 누군가는 돈을 이용하여 상품을 교환하는 행위를 자본주의라 칭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본의 축적을 통해 생산 수단을 사유화하는 경제 체제를 말하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는 어느 하나의 뜻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한정되어 버리고, 넓은 관점으로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의미하는 바가 많아서 제 뜻을 전달하기가 곤란합니다.


정확한 의미야 어찌 되었든 돈을 이용한 거래, 사유 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여 일을 하고,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한 뒤 취미 활동을 하는 모든 과정에 "돈"이 사용됩니다. 내가 사는 집과 타고 다니는 자동차 모두 "돈"을 통해 소유가 인정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지요. 노동, 금융, 교육 등 삶의 모든 부분들이 "돈"을 기준으로 평가되고 계산되며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입니다.


자본주의는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그 기틀이 마련되고, 미·소 냉전 종식 후 중국의 시장 개방이 되기까지, 현재에 이르러서도 인류 역사상 가장 보편적인 세계 주류의 사회 양식이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치 "숨을 쉬고 있지만 공기가 있는지 잊고 사는 것"처럼 우리 삶과 하나가 된 것이지요.




블라인드 스팟


임상심리학자인 매들린 L. 반 해케는 그의 저서인 『블라인드 스팟』에서, "너무 익숙하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였습니다. 사람의 뇌는 외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복잡한 정보들을 단순하게 패턴화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처리되는 정보가 생기고 이것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핸드폰을 손에서 놓치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물건이 왜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지 생각하지 않은채 본능적으로 손에 꽉 쥐고 놓지 않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삶에도 너무 익숙하여 미쳐 인식하지 못하는 "블라인드 스팟"이 존재합니다. 자본주의 원칙에 의해 너의 것과 나의 것을 구분하고, 그것의 소유 여부에 따라 나와 타인을 분리하면서, 세상의 모든 만물을 "개인이 소유하는(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주체가 되어 생활에 필요한 지식들과 물건들을 소유해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지식을 익히고 물건과 서비스를 거래하면서 거래 대상의 소유권을 명확화하고, 소유를 기준으로 나와 너의 대상을 분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훈련됩니다. 그렇다 보니 남과 대비되는 내가 중요해지고, 내가 무엇인가를 소유해야만 하는 의식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것이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선과 악의 구분조차도 소유의 여부에 따라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것이 어떤 개념인지 쉬운 이해를 위해 중세 시대의 가치관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유럽은 로마 교황청을 중심으로 종교와 신이 만들어낸 세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신이 만들어 낸 피조물이었고, 응당 신만이 그것들을 소유하고 처분할 권리가 있었지요. 심지어 사람의 몸과 마음, 운명까지도 신의 뜻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신의 대리자인 교황의 명령은 절대복종해야 할 권력이었습니다.


영주, 기사, 농노의 신분은 신이 그러하도록 부여한 사명이었고, 모든 사람은 신(교황) 앞에서 운명에 순응해야 할 피조물이라 생각했지요. 그래서 개인이란 개념도 희박했고, 사람이 어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신의 권능을 부정하는 발칙한 행위였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사고방식이지만 그 시절 사람들은 그것이 진리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사회 제도 하에 생활하였던 것이지요.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시스템의 블라인드 스팟인 "개인소유의 사상"은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렇게 결정된 많은 행위들이 모여 개인 및 사회의 주류 가치관을 형성합니다. 이것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합니다. 평소에 잘 인식을 못할 뿐이지 사회의 모든 제도가 그에 맞게 만들어져 있고 도덕, 관습, 규범 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중 의식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공론화가 잘 되지 않는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에 탄탄하고 견고하며 변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아침에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자연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굳이 생각해본 바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주제인 것입니다. 그래서 근본적 차원에서 의문을 건드리지 못한 개인소유 사상에 부합되지 않은 사회 운동이나 정책은 논리적 당위성을 얻을 수 없어 늘 실패하고 맙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국민연금제도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현재의 생산 인구가 낸 보험료를 통해 현재의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개념으로 설계된 제도입니다. 말하자면 "노령세대 복지정책"인 것이지요. 그런데 보험공단에서는 "내가 낸 보험금을 모아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라고 홍보합니다. 전형적인 "개인소유 사상"에 호소하는 논리입니다.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반발합니다. 지금의 경제 상황과 인구 구조라면 내가 나이 들었을 때 연금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뻔한 망할 사업에 강제로 돈을 강탈당하고 있으니 보험공단을 도둑놈이라고 비판하는 것이지요. 그렇다 해서 "노령세대 복지정책"을 내걸고 연금 제도를 홍보한다면 어떨까요? "왜 내 돈을 뺏어다가 다른 사람 좋은 일 시키냐?"는 반발에 부딪힐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실패한 정책은 그 이유를 명확히 찾기도 어렵거니와 전혀 엉뚱한 곳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원은 자원대로 낭비하고, 일은 더 꼬여만가는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지요.


따라서 기업과 정부를 막론하고 어떤 사업 혹은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그것이 사회에 통용되는 가치관에 부합되는지 살피는 것이 우선입니다. 만약 가치관에 적절하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먼저 그 부분에 대한 공론화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관심 대상조차 되지 않을뿐더러, 드러나지 않는 비판들로 인해 추진의 원동력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다룰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딱 "그 영역"의 주제입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치관을 직시하고 바꾸지 않으면, 전혀 이해되거나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인 것이지요. 그래서 글의 키워드를 자본주의의 "블라인드 스팟"인 "개인소유 사상"을 중심으로 주제로 잡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심층적인 생각을 나누고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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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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