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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Nov 02. 2022

경직된 구시대 질서의 해체기

2022년 11월 2일 아침, 전례없는 북한의 NLL 이남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해 울릉군 전체에 공습경보가 발령되었지만 영문모르던 주민들은 공습경보 후 45분이 지나서야 대피방송을 들었다. 그 사이 공무원들은 즉시 상황을 전파받아 방공호로 대피한 반면 민간인들은 아무 일 없는 듯 일상 생활을 하였다.


굵직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는데 그것들을 하나로 종합하면 '공권력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다. 올 여름 강남 호우 침수부터 엊그제 이태원 참사, 이번의 사건까지... 국민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국가는 무기력, 무능력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울릉도에서는 '공무원'들만 먼저 대피했다고 하니, 피해가 없어 망정이지 상징적으로만 보면 국민을 내팽개치고 자기 목숨만 챙긴 얼척없는 일이 벌어진 게다.


왜 이런 일이 연이어 벌어지는가? 정치에 과몰입한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이고, 단 몇 달 사이에 국가가 후진국이 되었다고 분노하지만... '법치, 행정, 제도' 라는 건 그렇게 단기간에 후져지거나 나아지는게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엔 경직된 질서, 처벌적 법치, 무사안일의 공무직 문화로 인한 균열이 벌어진지 오래다. 교육, 경영, 산업, 과학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관계자들은 '경직된 공직 문화'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여왔고, 이번 사건으로 상징적으로 노후화된 질서의 폐해를 드러냈을 뿐이다.


- 법에 근거하지 않으면 그 어떤 융통성도 발휘하지 않는 무사안일의 경직된 공무직 문화
- 제대로 된 매뉴얼의 부재, 혹은 매뉴얼이 있다해도 대충대충 넘어가는 관행
- (매뉴얼에 없는) 좋지 않은 소식은 상부에 보고되지 않는 네거티브 조직 문화
- 매뉴얼로 대응할 수 없는 전례없는 상황의 발생
- 근래 과도한 공무원 열풍으로 인해 최근 채용된 젊은 현장직 공무원의 사명감 실종
- 정파 싸움에 함몰되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 수 싸움에 사건을 이용해먹는 정치 세력


문제의 원인을 짚자면 수도 없이 많다. 이건 지금 정부 만의 잘못이 아니며 지금까지 누적된 사회 곳곳에 슬어든 녹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도 아니며, 그 전의 또 그 전의 어떤 정부 탓이라고 돌릴 수 없는 '자연스런 노화'다. 다만 때때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며 사회 동력을 유지해야했지만 불행히도 그러하지 못하였다. 어쩌면 그렇게 해왔지만 너무나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불가항력으로 당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법리적 정당성만 따지면서 화(禍)를 키우고 있음은 분명하다. 국가라는 건 단지 법적인 책임으로만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예기치못한 재해 재난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대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하는 존재인데, 무미건조하게 '법'과 '관행'을 방패삼아 염장지르는 소리를 하고들 있으니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꼴이다. 


사실 이런 무책임한 정부가 통치하고 있다는 것마저도 우리 사회가 경직되고 노화되었다는 상징이며, 특단의 개혁 없이는 앞으로 이보다 더한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 틀림없다. 이건 수십년을 쌓아온 사회 노후화의 균열인 까닭이다.


그 때마다 우리는 슬퍼하고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여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연이어 들이칠 거대한 파도 앞에 스러지지 않을 강인한 정신, 다시 말해 마음의 평온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있다. 국가가 혹은 사회가 망하더라도 개인의 삶은 유유히 이어지는 법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를 집필하였다. 세상이 왜 이 모양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그 와중에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정리한 책인데, 출간과 동시에 불행한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는 건 참으로 다행이면서 애석한 마음이다.


무어라 말을 붙이기가 조심스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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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시대의 혼란 속에서

1. 문제 제기

2. ‘왜’라는 질문의 힘

3. 우리의 익숙함에 ‘왜’를 묻자

4. 현실의 혼돈 속으로

5. 한 차원 높은 시선에서

6. 다시, 자연으로          



우주: 자연의 진화 법칙     

7. 왜 우주를 사유하는가

8. 상식 밖의 우주

   -  우주의 중심은 어디일까

   -  21세기 지구의 1초와 138억 년 전 우주 중심의 1초는 같은 1초일까

   -  우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9. 빅뱅에서 생명까지

10. 의식에 관한 새로운 관점

11. 무의식과 비의식

12. 영성

13. 홀로 존재하고 함께 창발하는 자연의 진화

14. 역사의 필연, 개인의 우연

   -  선형 세계관 대 복잡계 세계관

   -  미래를 가늠할 수는 있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자연의 세계

15. 진화와 도태의 사이에서

   -  사회진화론과 상호부조론

   -  필연적 도태와 인류의 진화

   -  누가 진화를 결정하는가: 적합도 지형

   -  유연성과 다양성

   -  불용지용(不用之用)과 총체(wholeness)의 자연

16. 원형(原型)에서 분화로, 다시 통합의 제자리로

   -  죽음에 대하여

17. 무(無)에서 유(有), 다시 무(無)     

     


사회: 냉혹한 생존의 장(場)     

18. 나약한 인간, 집단생활의 시작

19. 문명의 태동, 국가와 종교

   -  사람 위의 법

   -  표준 화폐의 등장

   -  스스로 복종시키는 최고의 기술, 종교

20. 이성 과학 합리의 시대

   -  세상 모든 것의 혁명

   -  금화에서 지폐로, 가치의 진화

   -  종교를 대체한 공교육

   -  영토 전쟁에서 식민지 쟁탈전으로

   -  초강대국 미국의 비상

21. 세계화, 미디어, 다원주의

   -  대공황과 세계 대전 이후

   -  여론과 미디어

   -  마케팅과 물신주의

   -  문화 전쟁과 코퍼라토크라시

   -  인터넷과 중우 정치의 시대

22. Spiral Dynamics, 나선형 역학 이론

   -  1단계: 미분화된 사회

   -  2단계: 원시 권력 사회

   -  3단계: 절대 질서 사회

   -  4단계: 목적 지향 사회

   -  5단계: 다원론적 사회

   -  6단계: 통합 의식 사회

23. 붕괴의 징후들

   -  세계화의 그림자

   -  21세기 신 냉전의 개막

   -  지속 불가능한 이자 기반 금융 시스템

   -  도시화의 모순

   -  혁신의 한계, 정치 및 행정 시스템의 경직

   -  결(結)

24. 진화와 도태의 갈림길에서

   -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가는 유유한 흐름

   -  선(線)에서 원(圓)으로         

 


인간: 존재의 이유     

25. 깨어나는 사람들

   -  깨어남을 이끌어 줄 재료들

26. 인간의 존재 목적

   -  우주를 바라보는 자

   -  사회와 역사, 개인의 과업

   -  개인의 성장

27. 자유와 얽힘 사이에서

   -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을까

   -  자유를 향한 본능

   -  얽힘의 모순

   -  자유와 얽힘의 균형

   -  우주적 사명으로서의 자유

28. 성장의 두 날개

   -  주체성과 총체성

   -  지성과 감성

   -  무지(無知)는 악행의 근원이다

29. 의식과 영성의 날아오름

30. 우리 앞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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