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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Nov 06. 2022

나의 '격'은 나의 '세계관'이 결정한다,



전작 『이기심의 종말』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최적화된 세계관이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나와 남을 확실히 구분하려는 경향성에 각종 재산의 소유권이 더해지면서 '내가 남들보다 앞서 소유해야만 생존한다.'는 의식이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상은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고서는 무의식 깊이 파고들어 작동하기에 '블라인드 스팟' - 존재하지만 존재 여부를 모르는, 따라서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습속이라 주장하였습니다.


세계관이란 게 '글로 표현하면' 별 것 아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 사람의 거의 모든 생각, 가치 판단, 행동 습관의 기준점이 됩니다. 그리고 특별히 유념하지 않으면 척수반사 나오듯 연이어지는 리액션인 까닭에 여러 생각과 판단과 행동의 경험들이 엮여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격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선형, 수직적 세계관 vs 원형, 수평적 세계관


세상을 선형, 수직적 세계로 읽는 사람은 상급자와 하급자를 분명히 나누고 그 관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을 삶의 절대 법칙이라 여깁니다. 조직 목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것을 권장하고, 조직 이익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불경스러워 합니다. 반면 세상을 원형, 수평적 세계로 읽는 사람은 역할은 순환하며 모두가 동등한 권한을 갖고 상호 합의, 협력에 따른 삶을 바람직한 방향이라 여깁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소수자가 피해를 독박쓰지 않도록 노력하며, 누군가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여깁니다. 조직 내에서 이견을 내비치는 똑같은 행위가 누군가에겐 괘씸스러운 행동이고, 누군가에겐 바람직한 행동으로 읽히는 건 사람들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쉽게 이해하는 수직적 세계관(모더니즘), 수평적 세계관(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설명입니다만, 진짜 문제는 이 세상이 이렇게 수직 혹은 수평으로 가를 수 없는 복합적 구조라는 것입니다.


보기에 아름다워만 보인 수평적 세계관은 끊임없는 토론과 지지부진한 판단 과정 끝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아무에게도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결정을 내리기가 일쑤입니다. 특히 공동체에 심각한 문제가 벌어졌을 때, 다른 이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냥 가만히 버티다 모두가 공멸하는 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반면 냉정하고 비인간적이어 보이는 수직적 세계관에서는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처신으로 비록 누군가의 희생을 피할수는 없겠지만 당면한 위기를 빠르게 헤쳐나가 안정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결과 다른 공동체와의 경쟁 우위에 올라 획득한 보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이 세계는 수직과 수평의 복합적 구조인데, 사람들은 둘 중 하나의 세계관에 천착하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의 99% 가까이가 이 두 가지 세계관 중 하나에만 눈이 띄인 외눈박이란 것이지요.


본질적으로 수직적 세계관이 내재된 사람은 이 세상을 약육강식의 아수라도라는 생각에 철저한 내 것과 남의 것 나누기, 철혈인간 같은 냉혹한 계약 관계를 이행하여 세상을 각박하게 만듭니다.


반면 뼈 속 깊이 수직적 세계관의 인간인데 겉으로는 수평적 세계를 외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뒤로는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여 자기 잇속을 다 챙기지만 남에게는 상생과 평화를 주문하고, 또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는 악랄한 방법을 동원해 사회적 이익을 쟁취하는 선동가로 활약합니다.


한편 수평적 세계관이 체화된 사람은 이 사회의 가장 약자이자 피해자로서, 나의 것을 내주면서도 남의 것을 받지 못하는... 참으로 착하지만 우둔한 자기 살 내어주기를 반복하며 저 위의 두 부류에게 이용당하기만 합니다.





우주 자연은 수직도 수평도 아닌 복합체 구조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에서는 자연의 복잡계적 진화를 설명하며 이 세상이 홀론과 홀라키의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안내합니다. 이 우주는 가까이서 보면 수직적 세계로 구성되어 있지만, 조금 멀리 떨어지면 수평적 세계로 변화하며, 다시 한 발짝 멀어지면 수직적 세계로 전환되는 복합체입니다. 이런 수직과 수평이 반복하며 점차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으로 나아가며, 그 진화의 끝에 지구 생태계, 어쩌면 우주 의식과의 합일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지요. 이 맥락의 주제를 우주편, 사회편, 인간편으로 나누어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다른 소재들을 가져와' 설명한 글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관점에서는 수직적 세계관과 수평적 세계관은 '통합적 세계관'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오로지 수직적이거나 수평적이거나, 혹은 속으론 수직이면서 겉으로는 수평을 내세우는 내로남불이 아니라, 솔직하게 수직과 수평의 세계관을 입체적으로 대입해보면서 상황에 따른 가장 적합한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여건이 바뀌면 결정된 사항을 되돌려 다시 새로운 상황에 적합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유연함'의 덕목이 발휘되는 기초입니다.


그런 이유로 서로가 악다구니로 물고뜯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바꾼다는 건, 우선 내가 먼저 한 차원 높은 세계관 - 중심 철학을 지녀야하는 것입니다. 이는 속시끄러운 세상에서 나의 평안함을 지킬 수 있는 비법이면서, 어지러운 소음들 안에서 진실의 조각을 찾아 주변의 소란을 잠재울 현명함을 일깨우는 도구이지요. 


이처럼 우리 마음의 블라인드 스팟, 근본적인 세계관에 대해 파고 설명한 책이기에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닙니다만, 그만큼 가치있는 시간이 되실 거라 자부하며 이 책을 여러분들께 추천합니다.






구매 정보, 네이버 도서 링크 : https://bit.ly/3SCIkc9  




목   차

시대의 혼란 속에서

1. 문제 제기

2. ‘왜’라는 질문의 힘

3. 우리의 익숙함에 ‘왜’를 묻자

4. 현실의 혼돈 속으로

5. 한 차원 높은 시선에서

6. 다시, 자연으로          



우주: 자연의 진화 법칙     

7. 왜 우주를 사유하는가

8. 상식 밖의 우주

   -  우주의 중심은 어디일까

   -  21세기 지구의 1초와 138억 년 전 우주 중심의 1초는 같은 1초일까

   -  우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9. 빅뱅에서 생명까지

10. 의식에 관한 새로운 관점

11. 무의식과 비의식

12. 영성

13. 홀로 존재하고 함께 창발하는 자연의 진화

14. 역사의 필연, 개인의 우연

   -  선형 세계관 대 복잡계 세계관

   -  미래를 가늠할 수는 있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자연의 세계

15. 진화와 도태의 사이에서

   -  사회진화론과 상호부조론

   -  필연적 도태와 인류의 진화

   -  누가 진화를 결정하는가: 적합도 지형

   -  유연성과 다양성

   -  불용지용(不用之用)과 총체(wholeness)의 자연

16. 원형(原型)에서 분화로, 다시 통합의 제자리로

   -  죽음에 대하여

17. 무(無)에서 유(有), 다시 무(無)     

     


사회: 냉혹한 생존의 장(場)     

18. 나약한 인간, 집단생활의 시작

19. 문명의 태동, 국가와 종교

   -  사람 위의 법

   -  표준 화폐의 등장

   -  스스로 복종시키는 최고의 기술, 종교

20. 이성 과학 합리의 시대

   -  세상 모든 것의 혁명

   -  금화에서 지폐로, 가치의 진화

   -  종교를 대체한 공교육

   -  영토 전쟁에서 식민지 쟁탈전으로

   -  초강대국 미국의 비상

21. 세계화, 미디어, 다원주의

   -  대공황과 세계 대전 이후

   -  여론과 미디어

   -  마케팅과 물신주의

   -  문화 전쟁과 코퍼라토크라시

   -  인터넷과 중우 정치의 시대

22. Spiral Dynamics, 나선형 역학 이론

   -  1단계: 미분화된 사회

   -  2단계: 원시 권력 사회

   -  3단계: 절대 질서 사회

   -  4단계: 목적 지향 사회

   -  5단계: 다원론적 사회

   -  6단계: 통합 의식 사회

23. 붕괴의 징후들

   -  세계화의 그림자

   -  21세기 신 냉전의 개막

   -  지속 불가능한 이자 기반 금융 시스템

   -  도시화의 모순

   -  혁신의 한계, 정치 및 행정 시스템의 경직

   -  결(結)

24. 진화와 도태의 갈림길에서

   -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가는 유유한 흐름

   -  선(線)에서 원(圓)으로         

 


인간: 존재의 이유     

25. 깨어나는 사람들

   -  깨어남을 이끌어 줄 재료들

26. 인간의 존재 목적

   -  우주를 바라보는 자

   -  사회와 역사, 개인의 과업

   -  개인의 성장

27. 자유와 얽힘 사이에서

   -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을까

   -  자유를 향한 본능

   -  얽힘의 모순

   -  자유와 얽힘의 균형

   -  우주적 사명으로서의 자유

28. 성장의 두 날개

   -  주체성과 총체성

   -  지성과 감성

   -  무지(無知)는 악행의 근원이다

29. 의식과 영성의 날아오름

30. 우리 앞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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