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우리가 꿈꾸는 세상 (4)
인성과 창의성, 사람을 위한 미래 교육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각 직업의 경제적 격차가 완화되어 어떤 일을 해도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시대가 된다면, 사람들은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하게 될 것이며, 이는 직업 훈련으로서의 교육 또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처럼 경쟁을 통해 한정된 명문대에 입학하고 좋은 직업을 얻으려는 수직 계열화된 교육에서, 각 개인의 인성과 창의성을 키우고 타고난 소질과 열정을 발견하여 성장시키는 "분산 수평화된 교육"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등급을 매겨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시험 제도들은 필요 없게 될 것이고, 개인의 발전을 염두에 둔 성취 평가 중심의 제도로 변화할 것입니다. 그 안에서 각자가 가진 재능을 발견하고, 그와 관련된 직업을 탐색하며, 개인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일을 찾아 그에 적합한 능력을 훈련하도록 개별 맞춤화되겠지요. 선생님은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에서 방향을 가이드해주는 조언자로 변화할 것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모두가 똑같이 배우는 지식을 가르치고 시험을 내어 평가하는 것은 진보된 정보 기술에게 맡기고, 학생 개개인의 인성과 특성을 살피고 그들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도록 조언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길을 안내하는데 주력하는 것이지요.
이는 지역에 종속된 교육의 한계를 탈피시킬 것입니다. 학생들은 특정 교사, 특정 학교에 얽매이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지식과 기술은 정보 기술의 힘을 빌어 누구나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열심히 해내는가가 성공을 좌우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다른 사람에 비해 권력이 없거나 난이도가 낮은 일이라 할지라도, 상호 호혜의 공동체 안에서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칭송할 것입니다. 남들과 경쟁에 이겨 특정 학교에 입학하고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은 더 이상 성공으로 불리지 않게 되겠지요.
교육 권력이 분산되고, 기업과 정부 차원의 사회안전망이 제공된다면 특정 도시의 과밀화 현상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많은 돈을 주어가며 강남 대치동의 수십억 하는 아파트에 살지 않더라도, 경제적 벌이의 안정과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디에서라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며 지속가능한 삶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함에도 굳이 복잡하고 공해도 심하며 매일 교통체증에 넌더리 나는 서울 한복판에 살 필요가 있을까요? 매일 치열한 시간 다툼을 하며 각박해진 삶에 여유를 찾고 우리 주변을 좀 더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상호 호혜 공동체의 힘을 다시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개인을 파편화 시키는 사이클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면, 이것은 그와 반대의 사이클로 개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경쟁에 찌들고 패배에 익숙하여 학생들의 얼굴에 늘 드리워져 있는 그늘도 사라질 것입니다. 내가 다른 친구보다 조금 못한다고 해서 꺼릴 것이 하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내가 조금 못하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친구들은 그것을 흔쾌히 조력할 것입니다. 함께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협력하는 일은 아이들 간 신뢰를 다지고 팀워크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른 친구와 비교해서 부족한 점을 감추고 잘 보여야만 하는 강박도 사라질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매해 수백 명씩 목숨을 버리고, 수천 명씩 정신과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 기대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문제의 근원인 경쟁적 교육 시스템을 내버려둔 채, 증상만 처방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친구에게 먹을 것 하나를 더 나누어주려고 했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경쟁 관계 속에 휘말리며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해갑니다. 이미 아이들은 서로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이 사회가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던 것이지요.
매 수능시험 즈음해 연례행사로 들리는 학생들의 성적비관 자살 소식도 듣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학교에서 자기보다 못난 친구를 학대하고 왕따 시키는 일도 사라지기를 희망합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남보다 무조건 위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아이들의 어긋난 행동들은 자연스럽게 교화될 것입니다.
자녀와 부모 관계는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것입니다. "성적이 올랐네, 떨어졌네"만으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이며, 왜 그 친구가 그토록 좋은지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내 자녀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진솔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다른 누구와 비교해서 낮은 성취일지라도,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 자리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이 그저 기특하고 대견할 것입니다. 꼭 어느 분야에서 1등을 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을 충분히 아름답고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가 있을 테니까요. 혹여 타고난 장애로 인해 삶의 불편함이 조금 있더라도 내 자녀를 지켜줄 사람들이 있기에 든든할 것입니다. 내가 수십억, 수백억을 벌어 은행에 쌓아두지 않더라도 상호 호혜의 공동체가 내 자녀와 함께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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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