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자기 성찰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와 운동을 하러 만났다. 어제 뭐 했냐는 질문에, 어제부터 어떤 여자랑 유튜브에서 싸우고 있다고 대답했다. 발단은 내가 좋아하는 캠핑 유투버의 최근 영상에 그녀의 럭셔리 캠핑 스타일이 캠핑 생태계를 망친다는 댓글을 보고 나서였다. 항상 보면서 힐링한다는 댓글들만 있던 영상에 한 외국인이 왜 중국인들은 모든 기계들을 가지고 가냐며 비판하는 글을 남긴 것이다. 왠지 참을 수가 없어서 사람마다 캠핑 스타일이 다른 건데 왜 악플을 달아서 누군가를 상처를 주냐는 답글을 남겼다. 동양인만 보면 중국인이라고 판단하는 사고방식에 화가 난 것인지, 본인과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비판하는 태도에 버튼이 눌린 건지 잘 모르겠다. 평소라면 귀찮다고 관여하지 않았을 일인데, 오지랖을 부렸다. 그녀는 내가 갈 수 없는 한국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내가 먹을 수 없는 한국 음식과 술을 마시는, 나에게 큰 대리만족을 주는 크리에이터였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유튜브 알림을 확인하니, 그 악플러가 인터넷에 있는 컨텐츠를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대댓글을 남겼다. 크리에이터가 일상을 공유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악플을 받는 것이 어떻게 당연한 일인가? 내 컨텐츠가 아닌데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악플을 받는 당사자는 얼마나 마음이 상할까 생각하다가 요즘 내 마음으로 화살을 돌렸다.
요새 화가 자주 난다. 최근에는 남자친구와 길을 가다가 한 운전자와 시비가 붙었다. 신호가 없는 골목길에서는 사람이 먼저 지나가는 게 규칙인 나라에서 차가 먼저 가기 위해 멈추지 않다가 계속 길을 걷는 보행자에게 창문을 열고 욕을 한 것이다. F 문자와 함께 너무도 유치하게 너의 중요부위는 7cm 일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남자친구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나는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으면서 똑같이 말해주었다. F문자는 너나 먹어라 이 자식아. 예전 같았으면 혹시나 보복을 당할까 무서워서,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은 나라에 살고 있으니 그냥 참고 지나갔을 것 같은데, 내가 왜 이러지? 나는 공감력이 적고 이성적인 판단이 앞서는 T인데, 성격이 바뀌고 있는 걸까? 내가 졸업 후 짧은 한국 사회생활을 하며 모든 것에 초탈함을 얻었을 때 사람들은 내가 항상 침착하고 안정돼 보인다고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나의 감정만 소모하게 하는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였다. 7년의 캐나다 이민 생활동안 어이없고 부당한 것들을 그냥 참고 넘어가서 이제 내 마음이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건지 불안하기도 하다.
끝으로 분노를 일으켰던 또 하나의 일화를 적어본다. 30분을 기다려서 좋아하는 빵집에 들어갔는데 사 먹으려던 피스타치오 크로아상이 품절이었다. 직원은 45분 뒤에 다시 오라고 하는데, 이미 줄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야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피스타치오 크로아상을 주문하고 바로 받아보는 것을 봤던 터였다. 직원에게 먹고 가면 줄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앉아서 주문이 가능한 것인지 물어봤다. 직원은 주방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더니 아침에 남은 분량이 있지만 본인은 팔 수 없으며, 야외 테이블에 서빙되는 것은 사장이 아는 사람에게 재량으로 한다는 것이다. 사장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아닌데, 공평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침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45분을 기다릴까 하다가 점심 메뉴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포기하고 가게를 나섰다. 모든 점심 메뉴가 2만 원이 넘어가는데 점심을 먹고, 또 하나에 만 원짜리인 피스타치오 크로아상을 2개(한 그룹에 딱 2개만 살 수 있다) 사가는 것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은 것에 대해 기분이 나쁜 것인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럭키하다고 말하는 요새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